30차 촛불평화미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려

지난 17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 거리에서 제 30차 촛불평화미사가 열렸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신자들이 미사에 함께했다.

미사를 집전한 박창일 신부(예수성심전교회)는 강론에 앞서 "텐트도 없이 농성 중인 선생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이 정부는 인정사정없이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한 박 신부는 지금 우리사회가 해직사태를 포함해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우려했다.

박 신부는 최근 다수결의 원칙을 강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꼽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수결도 하나의 원칙이지만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이명박 정부는 강남부자들만 안고 가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톨릭교회는) 국가가 폭력을 행사할 때 준법정신만 강조하면서 가만히 있기보다 국가의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신부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는 (근본주의적) 개신교의 구원의식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며 “근본주의자들은 나만 옳기 때문에 구원을 받았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잘났고 나만 옳기 때문에 구원받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못난 내가 구원받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독선적인 태도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도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전부 경쟁으로 몰아넣어 인간답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정책 역시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봉헌된 촛불평화미사

미사 후, 교육청으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은 김윤주 교사가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김 교사는 “하느님께 의지하고 싶어도 (해임된 이후에)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성당에 가지 못했다”며 “예수님께서 몸소 찾아와주신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교육감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히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얼마 전 선생님들이 또 해임·파면되는 것을 보고, KBS 기자들에 대한 징계를 보면서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가 신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들은 그 누구도 사탄으로 몰아붙이고 스스로 처단하려는 자만에 빠져 있다. 공정택 교육감이 얼마 전 국회에서 국회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7명의 해직교사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말하던데 그런 기도는 필요 없다. 본인의 삶을 위해서 회개하고 기도하길 바란다.”

김 교사는 박 신부의 강론 중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들이 구원에 대해 확신에 차 있다면 이렇게까지 탐욕스럽게 할까 의문”이라며 “재임기간 많은 것을 축적해서 천국에 부동산이라도 한 칸 마련하려는 심산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 김윤주 교사
미사 참석자 중에는 일제고사를 본 중학생도 있었다. 중학교 2학년생인 김 아무개 씨는 “체험학습신청서를 냈지만 교무부장 선생님이 (학생) 혼자 하는 싸움은 어렵다고 만류해 일제고사를 보는 대신 답안지 뒷면에 ‘저는 줄 세우기 일제고사를 반대합니다’라고 썼다”고 말했다. 미사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도 사회를 위한 가치를 지키려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다시금 존경심이 생긴다”며 “2000년 전의 예수님이 다시 지금여기에 온다면 이 자리에 계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주 토요일인 24일은 설 연휴인 관계로 촛불평화미사가 없다.  31일 하유설 신부가 집전하는 촛불평화미사는 품사랑에서 봉헌되고, 한겨레신문 정남구 기자를 초대하여 한국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마태 10장 26절)'라고 적힌 플랜카드

▲ 30차 촛불평화미사. 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신자들이 함께 했다.

백승덕/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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