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으로도, 내용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인사”

▲ 25일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앞에서 열린 불법 낙하산 인사 규탄 국민대회에서 임원추천위원장 김거성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불법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앞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임명된 박상증 목사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14일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임명된 박상증 목사는 미국 프린스턴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 대학원 철학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이사장,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박 목사의 아버지는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올랐고, 박 목사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했을 뿐 아니라 교학사 교과서 지지 성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기념사업회 정관에 이사장은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을 이사회에서 승인하면 안전행정부에서 임명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작년 11월 안전행정부는 임원추천위원회 측에 박 목사를 신임 이사장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임원추천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박 목사가 정치적 중립이라는 면에서 독립적 기관인 기념사업회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이를 거부했다. 대신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와 정성헌 당시 이사장을 후보로 추천했고 이사회는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는 지난 14일 박상증 목사를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임명하고, 이를 하루 전인 13일 기념사업회 측에 공문을 보내 통보했다. 17일 오후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기념사업회 전 · 현직 임직원들이 이를 거부하고 이사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으며, 기념사업회 전체 직원 37명도 업무를 거부하고 나섰다. 전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 등 기념사업회 설립 인사 및 전 · 현직 임원 28명은 같은 날 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명취소 행정소송과 박 목사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서 임원추천위원장 김거성 목사는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해서 최소한의 절차는 지키리라 생각했지만 과한 기대였다”며 “이번 인사는 절차적 부당성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최근 박 목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사회는 거부권이 없는 사회’라고 한 말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의 가나다도 모르는 사람을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불법임명 거부 국민대책위원회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민족미술인협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월혁명회, 한국작가회의, 5.18민중항쟁서울기념사업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책위 측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담고 있는 기구라는 점에서 특정 정파의 소유물이나 행정부처의 통제를 받는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런 사회적 약속은 정권이 바뀔 때에도 존종되어 왔다”면서, 절차를 무시한 이번 이사장 임명을 ‘불법 낙하산 인사’라 비난했다.

▲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집최에 참석해 낙하산 인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함세웅 신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 이사장)가 절차를 무시한 이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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