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인터뷰] “염수정 추기경, 대다수 사제·수도자와 동떨어진 인식” 비판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의 대통령 퇴진 시국미사가 합리적이지 않으며 이런 주장을 계속할 경우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는 염수정 추기경 주장에 대해 사제단 신부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 신부들은 이 같은 발언이 추기경의 말로 믿기지 않는다며 예수 그리스도 역시 이렇게 싸우다 주변부로 살다 가셨다고 반박해 주목된다.

서임식을 받기 위해 바티칸에 방문한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20일 바티칸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인터뷰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이 민주적 선거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현재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지지를 잃어버리면 5년 뒤에 정권을 바꿀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염 추기경은 현 시국에 대해 “사제단은 1987년까지만 해도 매우 중요한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지만 오늘날 정치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맞서 싸울 독재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반정부 활동보다는 대중의 현실적인 필요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폈다.

특히 염 추기경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만일 그들이 기존 방법론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주변부(변두리)로 밀려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사제단은 과연 추기경이 한 말인가 싶을 정도로 믿겨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총무신부를 역임했던 김인국 신부(옥천성당 주임신부)는 2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계를 파악하고 세상을 둘러보는 관점이 너무 다르고, 한국사회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달라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도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렇게까지 말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김인국 신부. @이치열

김 신부는 “생각이 다른 추기경이라 해도 정말 추기경의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며 추기경이 이런 인식을 드러낸 것은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이라는 ‘팩트’를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이 매우 공정했으며, 이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깨뜨리는 파울플레이라고 염 추기경은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정말로 추기경이 국정원 등의 부정행위들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추기경의 생각은 대다수 사제와 수도자들의 생각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신부와 수도자는 이번 인터뷰 내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지지를 잃어버리면 5년 뒤에 정권을 바꿀 기회가 있다’는 염 추기경의 주장에 대해 김 신부는 “선출되는 권력 뿐만 아니라 선출되지도 교체되지도 않는 자본권력과, 검찰 국정원 등 기득권세력이 새로운 독재라는 사실을 추기경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용산부터 쌍용까지, 강정부터 밀양까지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폭력의 배후에는 자본독재가 도사리고 있다”며 “5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투표로 민주주의가 자동적으로 진전되고 사회갈등이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낙관주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1987년까지만 해도 매우 중요한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지만 오늘날 정치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맞서 싸울 독재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염 추기경 주장에 대해 “87년 6월항쟁 덕분에 절차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지난 대선에선 그마저도 무너졌고), 군사독재가 물러간 자리를 자본권력이 차지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왜 보지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정치독재에 대한 저항보다 자본독재에 대한 저항이 훨씬 힘든 것은 돈이 사람들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라며 “추기경이 지금 한국 민주주의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은 이미 자본의 노예가 되다시피 한 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질타했다.

염 추기경이 ‘지금은 반정부 활동보다는 대중의 현실적인 필요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지 (사제단이 지금처럼) 기존 방법론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김 신부는 “염 추기경의 방법론과 사제단의 방법론을 두고 어떤 것이 복음적, 교회적인지, 어떤 방법론이 현 교황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인지 토론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사제단이 맹목적 대정부 투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면 한번 지적해보라”며 “우리는 되도록 고통 받는 사람들 옆에 서 있으려 했으며, 그들과 함께 비를 맞고 함께 기도하면서 그들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고, 그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하늘에 전하고 세상에 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염수정 추기경. 사진=서울대교구청.

김 신부는 “이런 행동 때문에 변두리에 밀려나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그런 운명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을 보라. 예수님도 그렇게 살다 가셨다”며 “우리에겐 세상의 중심이 되려는 집착이 없으며, 대중의 지지를 못 받아도 상관없다. 그것이 십자가 부활의 신비”라고 강조했다.

한편, 25일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는 것과 관련해 김 신부는 “집권세력이 국가기관을 동원해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벌인 이유는 △과거에 저지른 자신들의 부정을 감추고 △계속해서 자기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였다”며 “그래서 억지로 뺏다시피 해서 손에 쥔 권력이기에 제 잇속을 채우는데 혈안이 된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신부는 “국민의 뼈를 깎아 자신들의 살을 찌운 1년이었다는 것이 ‘이명박근혜’ 6년차의 본질”이라며 “그러므로 별도의 박근혜 정권 1년차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인국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염수정 추기경이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인터뷰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이 민주적 선거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난한 것에 대해 온당하다고 보는지.

“세계를 파악하고 세상을 둘러보는 관점이 너무 다르고, 한국사회에 대한 평가도 너무 달라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인터뷰 내용만 딱 떼어놓고 보면,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렇게까지 말하기 굉장히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 인터뷰가 이뤄진 것인지 모르겠다. 생각이 다른 추기경이라 해도 정말 추기경의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만일 추기경의 인터뷰에 왜곡이 없다면, 추기경이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이라는 ‘팩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염 추기경은) 지난 대선이 매우 공정했으며, 이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깨뜨리는 파울플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로 추기경이 국정원 등의 부정행위들에 대해 모르고 계신지 여쭙고 싶다. 어쨌거나 추기경의 생각은 대다수 사제와 수도자들의 생각과는 상당히 동떨어져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인터뷰 내용은 매우 안타깝다.”

-염 추기경이 국가기관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을 모를 수 있겠는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무엇이냐에 따라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조중동만 본다면 이번 대선에 대해서 무슨 문제의식을 갖겠는가. 추기경이 어떤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지는 궁금하다.”

-염 추기경은 사제단을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한 이유로 ‘현재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지지를 잃어버리면 5년 뒤에 정권을 바꿀 기회가 있다’고 제시했다.

“선출되는 권력 뿐만 아니라 선출되지도 교체되지도 않는 자본권력과, 검찰 국정원 등 기득권세력이 새로운 독재라는 사실을 추기경은 생각하지 않고 계신 모양이다. 용산부터 쌍용까지, 강정부터 밀양까지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폭력의 배후에는 자본독재가 도사리고 있다. 지금 사제단은 부패한 정치권력 뿐 아니라 타락한 자본권력에 대해서 저항하고 있다. 5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투표로 민주주의가 자동적으로 진전되고 사회갈등이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낙관주의에 불과하다.”

-현 시국에 대해 ‘사제단은 1987년까지만 해도 매우 중요한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지만 오늘날 정치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맞서 싸울 독재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는데.

“방금 말한 대로 87년 6월항쟁 덕분에 절차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지난 대선에선 그마저도 무너졌고), 군사독재가 물러간 자리를 자본권력이 차지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왜 보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사실 정치독재에 대한 저항보다 자본독재에 대한 저항이 훨씬 힘들다. 돈이 사람들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추기경이 지금 한국 민주주의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은 이미 자본의 노예가 되다시피 한 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정의구현 사제단 활동에 대해 ‘지금은 반정부 활동보다는 대중의 현실적인 필요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만일 그들이 기존 방법론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고 비난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염 추기경의 방법론과 사제단의 방법론을 두고 어떤 것이 복음적, 교회적인지, 어떤 방법론이 현 교황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인지 토론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런 주제로 추기경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사제단이 맹목적 대정부 투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면 지적해 보셨으면 한다. 우리는 되도록 고통 받는 사람들 옆에 서 있으려고 한다. 속이 터지는 그 사람들과 함께 비를 맞아주고, 함께 기도하면서 그들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하늘에 전하고 세상에 전하는 것이 우리의 방법론이다. 이런 행동 때문에 변두리에 밀려나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쩔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운명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예수님을 보라. 예수님도 그렇게 살다 가셨다.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을 두려워했으면 사제단은 아예 탄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겐 세상의 중심이 되려는 집착이 없다. 또한 대중의 지지를 못 받아도 상관없다. 우리는 인기영합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그것이 십자가 부활의 신비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인터뷰 과정에서 사제단 파문 의사를 묻는 질문에 반대한다고 했다는데.

“마음으로라도 그렇게 했다면 참 고마운 일이다. 엘살바도르 로메로 주교도 처음엔 염 추기경처럼 보수적인 분이었다. 나중에 세상의 고통에 눈을 뜬 로메로 주교님처럼 그런 변화가 생겨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천주교 신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어떻게 되돌아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보는지.

“집권세력이 국가기관을 동원해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벌인 이유는 첫째, 과거에 저지른 자신들의 부정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둘째 계속해서 자기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억지로 뺏다시피 해서 손에 쥔 권력이기에 제 잇속을 채우는데 더 혈안이 된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뼈를 깎아 자신들의 살을 찌운 1년이었다는 것이 ‘이명박근혜’ 6년차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별도로 박근혜 정권 1년을 평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기사 제공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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