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현 용산구청장도 경마장 유치 반대 의사 밝혀

▲ 22일 오후 용산화상경마장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화상경마장은 우리가 사는 곳에 절대 들어올 수 없어요.”

용산화상경마장 입점저지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를 구성한 인근 학교 학부모와 학생, 주민 50여 명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전자랜드 앞에서 남영역까지 화상경마장 반대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들은 인근 상가를 하나하나 방문해 화상경마장의 위험을 알리고, 반대 의사를 밝히는 상가 주인들에게는 화상경마장 반대 스티커 부착을 권유했다.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용산구와 주민의 반대 의사는 완강하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농성장을 방문해 경마장 유치 반대 의사를 밝혔고 용산구청 주관으로 주민 12만 명의 ‘화상경마장 입점 반대’ 서명을 받았다. 주민대책위도 5만 명의 반대 서명을 추가로 받았다. 대책위는 1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의 화상경마장 입점 예정 건물 앞에 천막농성장을 만들었다. 이런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성심여고 수위실에는 100여 명이 서명한 ‘주민상생대책협의회’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성심여중고 김율옥 교장 수녀는 “마사회가 주민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원효2동, 원효1동, 용문동, 한강로의 주민자치위원장, 시장 감사, 생활체육회장 등 14명의 공동대표가 90여 명 서명을 받아 자신들이 주민대표라고 했어요. 17만 명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요. 마사회가 주는 돈으로 상생의 방안을 협의할 테니 주민대책위는 빠지라고 하더라고요.”

▲ 성심여고 2학년 학생들이 화상경마장 입점을 반대하는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대책위 측은 용산구청 측에 주민자치위원장 해임과 예산지급 금지 건으로 공문을 보낸 상태다. 지역 주민들은 “같은 동네라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다. 누가 서명했는지 다 안다”고 말했다. 이촌1동에 산다는 한 지역 주민은 “그 서명이 뭔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생’이라니까 서명을 한 사람도 있고, 분위기상 거절하지 못해서 서명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식사 자리가 있었대요. 어떤 분은 통장협의회 회의를 한다 해서 갔다고 하더군요. 마사회 측 사람이 ‘서명한다고 크게 찬성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는 거예요. 주민자치위원장에게 20억씩 장학금을 준다고도 했대요. 아파트에서는 ‘왜 당신이 우리 아파트를 대표해서 서명을 했냐’ 하고 난리가 났어요.”

성심여고에 다니는 고3 딸과 용산고등학교 고1 아들을 둔 학부형이라고 밝힌 주민은 “고1 아들이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아이들은 그 앞을 매일 왔다 갔다 하니까 궁금한 거다. 집에서 5분 거리인데다 성심여고 교실에 앉아 있으면 이곳이 훤히 보인다”며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성심여고 2학년 오해성 양은 지금까지 열린 모든 집회에 참가했다. 오 양은 “나오지 않은 친구들도 다 반대한다”며 “힘을 모으면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집회라는 걸 처음 해봤어요. 예전에 사람들이 (집회)하는 걸 보고 저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어쩌면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막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원래 들어온다고 했던 게 작년 여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만큼 미뤘잖아요.”

세 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남편과 함께 행진에 참가한 이미경 씨는 “화상경마장 근처에 어린이집이 6개 있고 우리 아이가 곧 가게 될 어린이집도 코앞”이라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 이런 거대한 화상경마장이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외곽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수를 줄여가면서 없애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가가 사행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문양효숙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