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줄기에 있는 127번 현장의 농성장 모습 ⓒ장영식

밀양 765㎸ 송전탑 건설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의 공사 강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곳곳에서 주민들과 경찰의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공사 인부가 송전탑 조립 현장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밤낮으로 강행되고 있다. 단장면의 용회마을과 부북면 그리고 상동면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송전탑이 건설되고 있는 현장의 어르신들은 경찰의 폭압적 고착 속에 가슴을 쳐야 하고,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현장에서는 언제 공사가 강행될지 모르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르신들은 매일 같이 헬기가 농성장 움막 위로 자재를 실어 나르는 소리에 울분을 토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127번 현장은 농성장 주변에 참호처럼 땅을 파고 철조망을 치며 한전과 경찰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은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 속에서 악몽의 밤을 보내고 있다.

▲ 127번에서 할매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동이’가 철조망 너머로 연대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장영식

연대 시민이 없는 날이면 바람에 스치는 미세한 소리에도 잠을 깨야 하고, 동동이(127번 강아지의 이름)가 짖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야 한다. 할머니들은 작년 5월에 한전과 싸우던 악몽을 꾸며 헛소리를 하기도 하고 매일 같이 가위눌린 잠을 청해야 한다.

이러한 불안과 긴장의 나날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연대 시민의 방문이다. 연대 시민이 없는 날의 할머니들의 표정은 어둡고 침울하다. 특히 6월의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많은 연대 시민의 발걸음이 소원해지는 상황에서 할머니들의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는 날이 서 있다. 언제 한전과 경찰이 들이닥칠지 모를 상황에서 할머니들의 유일한 희망은 연대 시민들의 방문과 긴 밤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입구에 있는 129번 농성장에서 127번으로 가는 길에 128번 현장이 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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