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기념 의과대학병원 건립 지원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달라.”

지난 2월 초 남수단 정부 대표단이 ‘이태석 기념 의과대학병원’ 건립 사업 시행을 요청하기 위해 방한해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6일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2012년 1월 ‘울지마 톤즈’ 사업 출범식과 함께 남수단에 보건 의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는 당시 원조차관 프로그램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남수단 수도 주바에 종합병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의료기자재 등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3년 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남수단은 전체 인구 1천여 만 명 중 75%가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할 정도로 의료시설이 열악한 상황이며, 수도인 주바 의과대학 역시 교육과 의료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의료시설이 북수단에 집중돼 있는 탓에 남수단에서는 병원과 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수단 법무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 보건부 차관 등 정부 대표단 4명이 지난 2013년 12월에 일어난 내전이 한 달여 만에 진정되고 1월 24일 휴전협정을 맺게 되면서, 한국을 방문해 의과대학과 종합병원 건립 진행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 사단법인 이태석 사랑나눔을 방문한 남수단 정부 대표단. 마커 마투 카룜 보건부 차관, 와니 부유 디오리 재무부 차관, 주마 요아네 케비 법무부 장관 등은 한국 정부에 이태석 신부의 봉사와 희생정신을 온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약속한 ‘이태석 기념 의과대학병원’ 설립의 조기진행을 요청했다. 가운데는 이태석 사랑나눔 이사장 이태영 신부 (사진 제공 / 이태석 사랑나눔)

남수단 정부 대표단과 함께 코디네이터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김기춘 씨는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해 “협약 이행이 2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지연되고 있고, 최근 남수단 내전에 따른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미 남수단의 안전 문제는 확보된 상황이며, 무엇보다 의료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춘 씨는 남수단 대표단이 한국 수출입은행, 기획재정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산하 관련 단체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으며, 한국 정부가 조속히 진행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하면서, “남수단 정부는 남수단 독립 3주년인 7월 9일 기공식을 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며, 한국 정부도 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김기춘 씨는 남수단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내전은 2013년 12월말로 진정됐으며, 12월 22일부터 이미 남수단 주바 국제공항에 매주 80여 편의 국제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있다”면서, “국제 항공기가 정상 운행되고 있다는 것은 안전을 증명하는 바로미터이고, 세계 항공기구에서도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춘 씨는 ‘이태석 기념 의과대학병원’에 대해 “역사상 외국에 한국인의 이름을 붙인 병원이 건립된 적은 없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건립을 약속했다. 남수단의 의료시설은 상당히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빨리 필요한 지원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남수단 정부 대표단은 지난 5일 사단법인 이태석 사랑나눔(이사장 이태영 신부)을 방문해 이태석 신부의 유가족과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마커 마투 카룜 보건부 차관은 “법인이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감사하며, 앞으로 이태석 신부님의 뜻이 남수단에서도 잘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석 신부의 친형이자 법인 이사장인 이태영 신부는 “앞으로도 이태석 신부의 소원이었던 재능 있는 남수단 학생들의 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며, 그 외의 농사 및 의료 등 필요한 분야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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