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에게 강정마을 방문 호소 편지 보내기 캠페인 시작돼

 
“프란치스코 교황님, 강정마을에 와 주세요.”

7년간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온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강정을 방문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평화활동가 조약골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오는 8월 방한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면 교황님이 강정마을에 오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신부님들로부터 평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전세계에서 온 편지를 잘 읽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항상 가난한 이들과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요. 그런 분이라면 지금 생명이 짓밟히고 평화가 위협받는 고난의 마을 강정에 오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어요.”

▲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의 현수막 (사진 제공 / 강정마을회)

조약골 씨를 시작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강정을 사랑하는 이들이 바티칸으로 편지를 보내고 있다. <제주의 영혼들(The Ghost of Jeju)>을 만든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리지스 트렘블레이(Regis Tremblay)도 교황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의 내용은 지난 5일 캠페인 소식과 함께 미국 가톨릭 언론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에도 크게 보도됐다.

트렘블레이 감독은 직접 쓴 장문의 편지에서 “7년 동안 강정의 농민과 어민, 전세계 평화활동가들은 365일 저항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여러 명의 신부들이 체포되고 벌금형을 받고 투옥되는 등 이 운동의 선두에 서 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국의 수녀들이 정기적으로 마을 주민과 함께하며 공사에 항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황님께서 강정을 방문하신다면 전세계에서 전쟁과 군사주의, 그리고 인권유린에 맞서온 사람들이 큰 희망을 볼 것”이라며 강정마을 방문을 간곡히 호소했다.

교황청으로 직접 보내는 편지는 ‘His Holiness Pope Francis, Vatican City State, 00120’ 또는 ‘His Holiness Pope Francis, Apostolic Palace, Vatican City’로 보내면 된다.

웹사이트(pope2jeju.org)이용도 가능하다.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제작한 이 웹사이트에 자신의 이름, 주소와 함께 편지 내용을 입력하면 강정 평화활동가들이 하루 한 번 취합해 교황청 공식 이메일로 전송한다. 영어로 작성하면 바로 읽을 수 있으니 더 좋지만 한국어도 무방하다. 조약골 씨는 “바티칸에 예수회 신부님이 네 분 계셔서 교황님이 알고자 하시면 모두 번역해 주신다”면서 “누구나 자신의 언어로 교황님에게 직접 평화로운 글쓰기를 하며 제주 강정에 오실 것을 호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노천 성당에는 “나는 자신의 안위만을 신경 쓰느라 폐쇄적인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멍들고 더렵혀진 교회를 원합니다”라는 큰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 49항이다.

조약골 씨는 “매일 편지가 들어가면 효과가 더 있다”며 “본당이나 수도회에서, 신자, 수도자, 사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강정마을을 생각하는 모든 분들이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의 / 02-6406-0040, 인터넷 카페 ‘구럼비야 사랑해’ cafe.daum.net/peacekj)

* 조약골 씨가 교황청에 보낸 편지 *

교황님, 올해 한국을 방문하실 때 제주도의 강정마을을 꼭 방문해주세요.
이곳은 작은 고을이지만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8년째 저항하고 있으며, 강우일 주교의 말씀대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서 교황님을 만나길 희망합니다.

조약골 드림

Dear Holy Father,

I am a peace activist, living in South Korea. I hope this letter finds you well. I have a big, but a simple wish for Your Holiness. And I am praying God hear me and make it come true.

When you come to South Korea this year, please visit Gangjeong village in Jeju Island. Even though Gangjeong is a small village, but peace-loving people have been resisting against the construction of a massive naval base for 8 years. The naval base construction project has been tearing apart the peace of the residents here. The people used to live peacefully before the military project started. We desparately want the peace back.

As Bishop Peter Kang U-il said once, peace around the whole country begins here. We pray everyday courageously and tenaciously at the entrance of the construction site with the presence of thousands of riot cops and the threat of arrests coming from them. We have never given up the hope that oneday we will be able to live peacefully without the massive naval base for nuclear warships. We will keep praying. So when you come to South Korea, please come down to Jeju and meet these incredibly beautiful people.

The Jeju Island was declared the island of world peace in 2005, and yet the peace here is under severe danger. We just want to love unconditionally without arms and weapons.

Very respectfully,

Joyakgol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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