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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주치의’ 김지형 신부의 하루[병자의 날 기획 2] 삼성서울병원 원목 김지형 신부

일반병원사목.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이 아닌 일반 종합병원에서 환자들과 병원 내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목 활동이다.

신자들을 위한 기도, 성사적 도움뿐만 아니라, 비신자나 다른 종교를 가진 환자들이 요청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와 위로를 주는 ‘영적 주치의’가 바로 일반병원 원목사제다. 병원사목은 심신이 병든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쳐줬던 예수를 본받은 교회의 치유사목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교구는 2001년 사목국 아래 일반병원사목부를 신설해 12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현재는 사회사목국 산하로 개편돼 교구 내 400병상 이상의 일반 종합병원 36개 병원 중 25곳에 원목실을 두고 있다.

2월 11일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삼성서울병원 원목 담당 김지형 신부를 만나 일반병원사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북삼성병원, 제일병원, 아산병원을 거처 현재 삼성서울병원까지 8년째 일반병원사목을 이어가고 있는 김지형 신부에게 병원사목의 의미와 사명은 어떻게 자리하고 있을까.

   
▲ 삼성서울병원 원목 담당 김지형 신부 ⓒ정현진 기자

“신학교 1학년 시절, 밤이면 기숙사 창문으로 불 켜진 서울대병원이 보였어요. 막연히 그들 곁에서 사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유를 생각해보면, 신학교에 들어오기 전, 어머니와 누나가 병상에 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병을 앓는 사람들과 그 가족의 고통과 힘겨움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일이기도 하니까 병원에서 아파하고 그들을 돌보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가엾다는 마음을 갖게 된 거죠.”

1998년에 사제품을 받고 본당사목을 거쳐 2006년 일반병원사목을 시작하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절친한 친구가 신학교를 떠나면서 시작된 방황과 고민은 사제의 길에서 그를 두어 번 넘어뜨렸다.

정말 사제직을 떠나야겠다고 작심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나눠준 선배와 동기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들과 남은 생을 함께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청한 것이 일반병원사목이었고, 다행히 그에게 기적처럼 기회가 왔다. 그때 김지형 신부는 하느님께 저 고마운 이들과 함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도 “그 대신 나를 행복하게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병원사목은 김지형 신부가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하느님은 그것을 허락하신 셈이다.

2006년 겨울부터 시작한 첫 소임은 강북삼성병원과 제일병원 두 곳이었다. 원하기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구체적으로 환자들과 무엇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막막했다. 부임하자마자 임상사목교육(CPE)을 받았다. 당시는 사목 방법을 모르기도 했지만, 사제직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와 겪었던 갈등은 용서와 사랑, 화해를 이야기해야 하는 사제로서 앞을 가로막는 높은 벽이었다.

신학교 시절 병원 봉사도 많이 다니고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아픈 사람을 둔 가족의 힘겨움, 환자의 우울하고 두려운 마음, 그리고 누군가 함께할 때의 든든함을 잘 알면서도 막상 그 마음을 나누는 방법이 서툴렀던 김지형 신부는 임상사목교육을 통해 비로소 환자들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병원사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1년에 한 번씩 임상사목교육을 받으면서 돌보고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는 김 신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남성, 사제로서 느낌이나 감정에 접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요령을 익힐 수 있었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에 더해 사제는 성사를 베풀 수 있다는 것도 큰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자신이 수술을 받았던 경험에 비추어, 간호사가 기도문을 의무적으로 읽어주는 것에서도 큰 위로를 얻었다면서 “그런 경험이 투영되면서 내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큰 환자들과 공감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피로감도 심한 일이다. 주변 동료들도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됐다며 걱정하지만, 김지형 신부는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이 큰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단지 힘들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그리고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병실을 방문하면 솔직히 마음이 힘들죠. 바로 다른 병실에 가야 하는데 잠시라도 쉬고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요. 하지만 어느 선배 신부님이 사제는 장례미사에 이어 혼인미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잠시 기도하며 추스르고 몸이 힘들면 휴식을 취하면 되지요. 힘들다고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김지형 신부는 잠시 힘든 순간보다는 아픈 이들을 만나 그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순간순간 기도해줄 수 있다는 행복감이 더 크다고 고백했다.

   
▲ 김지형 신부가 기도하기 위해 찾아온 환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현진 기자

병원사목, 특수사목 아닌 ‘전문사목’ 되어야

김지형 신부가 병원사목으로 보낸 지난 8년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이 일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병원사목이 일반적인 본당사목과 조금 다른 사목이 아니라 전문적 사목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병원사목을 특수사목이 아니라 전문사목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분야의 특수사목도 특별함보다는 전문성이 강조되어야 하고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동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죠. 기본적으로 더 많은 인력을 파견하고 에너지도 훨씬 많이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서울대교구는 그럴 여유가 있고요.”

김지형 신부는 병원사목과 본당사목은 사목의 패러다임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당은 신자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사제 중심인 반면, 병원사목은 사제가 환자와 신자들을 찾아가야 하는 이른바 맞춤형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반병원사목은 본당처럼 모든 것이 사목을 위해 준비된 상황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시스템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제가 알아서 해야 하고, 기다리고, 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일반병원에서는 ‘원목’에 대한 이해가 아주 낮은 편이다.

“처음에는 본당과 너무 달라서 당황스럽고 적응이 힘들었어요. 당연히 병원이 원목활동에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병원 구조를 이해하고 제가 중심 이동을 하게 됐어요. 저는 보좌신부로 잠깐 있다가 왔는데도 힘들었는데, 주임신부를 지내다가 오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심지어 신자인 환자들도 모두 신부에게 호의적인 것이 아니에요. 냉담 중이거나 교회에 상처가 있는 이들은 우리를 거부하기도 해요. 이럴 경우 위축되지 않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일반병원사목을 위해 갖춰야 할 전문성은 무엇일까? 김 신부는 병원사목을 위한 양성과 체험 기회의 확대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새사제학교가 없어지고 새사제 양성 과정이 신학교로 이관되면서 일반병원사목 체험 기회가 없어졌다고 아쉬워하면서 신학교에서 임상사목과정을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신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신학만 가르치는데, 실제로 사람을 대하고 사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은 비단 병원사목뿐만 아니라 사목 전반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병원사목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신학교와 교류하며 임상사목 프로그램을 만들고, 병원사목에 관심 있는 사제 모임을 하면서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무엇보다 젊은 사제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전문적인 사목에 뛰어들 수 있어야 한다며 “개별적인 노력이지만 신학생이나 젊은 사제들이 다양하고 전문적인 사목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이끄는 것이 전반적인 사목 체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형 신부는 이미 체험의 기회가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사목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계기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본당은 관리자, 행정가와 같은 역할이 큰 반면, 병원사목은 사목자의 태도와 역량을 익힐 수 있는 장이다. 더 많은 사제들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독려했다.

직접적 치유의 사명을 사는 병원사목…그들과 같은 자리에서 듣는 것

김지형 신부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환자들을 방문하는 일이다. 맨 처음,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는 두려움도 많았고, 기도로 매달려야 했지만 지금은 훨씬 여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안에서 익숙해졌다기보다, 영적 주치의로서 치유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 신부가 말하는 영적 돌봄의 방법은 그리 길거나 어렵지 않았다. “단지 그들의 자리에 같이 앉아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이다. 그리고 김 신부는 병실을 확장한 이 사회 안에서 교회가 해야 할 치유 역시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형 신부는 환자들을 만나는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지금 그들이 갖는 느낌과 상태를 묻고 천천히 그들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결국 하느님과의 관계에 이른다. 환자들이 스스로 하느님에게서 위안을 받고 하느님이 가장 든든한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도록 북돋우는 것이 바로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에게 앞으로 어떤 사제, 어떤 치유자로 살고 싶은지 물었다. 대답은 역시 간단명료했다. 그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이 가장 좋다”며 “그 말씀을 따르기 위해서 우선 내가 기쁘고 신나게 살면서 나의 행복이 그들의 행복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나누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잡습니다>

보도 내용 중 “서울삼성병원”을 “삼성서울병원”으로 바로잡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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