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관련 범기독교 토론회 열려

차별금지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 법안으로 확정된 2007년 12월 4일(화) 오후 5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에서는 “차별하지 않으시는 야훼”라는 주제로 차별금지법 관련 범기독교토론회가 열렸다. 약 60명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2개 천주교 단체(우리신학연구소,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와 10개 개신교 단체(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기독여민회 등)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크게 2부로 나누어졌는데, 1부에서는 여성주의 저널 일다 편집장 조이여울의 발제 “차별금지법안을 둘러싼 쟁점들”과, 최영실 교수(성공회대)의 발제 “성서를 통해 본 차별금지법”이 있었다. 최 교수는 발제를 통해 삭제된 7개 조항뿐만 아니라 변경된 조항도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들이 “차별금지법의 원안에서 가장 차별받는 사람들의 경우를 삭제한 데에는 저들의 문자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성서관과 성서 해석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최 교수는 구약과 신약의 성서 해석을 통해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무엇보다 이들의 주장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 곧 소수자들을 자신과 동일시했던 예수의 말씀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2부에서는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고상균 연구원의 발제 “웃고 있는 그대! 진정 무엇을 이유로 삭제하려는가?”가 있었다. 고 연구원은 특별히 개신교 보수단체연합인 ‘동성애차별금지법 저지 의회선교연합’이 문제시하고 있는 성적 지향에 관한 반박에 초점을 맞추었다. 발제와 질의 응답 뒤에는 미리 준비된 성명서 초안을 검토 수정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성명서의 전문이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누더기 차별금지법안을 반대한다!

‘차별금지법’은 민주시민사회의 동의이자 인권의식의 바로미터다!
한국은 국민소득 2만 불을 자랑하는 OECD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차별, 성적 차별, 경제적 차별이 만연하고 사회적 배제와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인권활동이 있어왔고 최근에는 시민사회 역량과 인권 의식의 성장으로 ‘차별금지법(안)’이 제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는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발현으로 보고 환영했다.

당초 법무부의 입법예고용 ‘차별금지법(안)’은 금지차별 범위를 20가지로 상정하고 그에 따라 고용, 교육기관, 법 집행 등에서 차별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할 경우 구제조치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한 ‘차별금지법(안)’은 차별금지 항목에서‘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성정 지향, 학력’등 7 개 항목을 임의로 삭제해버렸다. 당초 시민사회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재계와 일부 기독교인의 눈치를 보며 하루아침에 시민사회 동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차별금지법안’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차별금지법(원안)’에서 10개(삭제 7개, 명칭 변경 3개)항목을 훼손함으로써 오히려 차별을 인정하는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 특히‘성적 취향’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권고에 지지 서명한 바 있는데 자국 내에서는 오히려 성소수자 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은 차별의 구제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및 징벌적 손해배상 항목이 함께 삭제되면서 인권위는 차별시정을 강제할 수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되었다. 이는 당초 입법예고된 ‘차별금지법(안)’이 인권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차별을 조장하는 7개 항목 삭제는 현 정무가 갖는 인권의식의 수준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상과 비정상, 하나님은 정상의 편이다?

‘동성애차별금지법안저지의회선교연합(이하 의회선교연합)’의 동성애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면 크게 성적소수자의 성적지향은 비정상, 이성애는 정상이라는 이분법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정상'에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창조질서라는‘불멸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이란 인류의 그 누군가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어 자신의 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끝이 없을 것 같은 구분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과 아이들은 모두 비정상이었고, 2차 대전 이전까지 장애는 비정상이었다.

의회선교연합은 동성애가 일반화된다면 인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고 말한다. 동성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 시작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벌써 인류는 사라졌을 것이다.

모든 차별에 대한 반대는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의 본분이자 사명이다!
이 땅에 예수가 오신 것은 가난하고 차별받는 자들의 벗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와서 가난하고 천대받는 이들의 벗이 되었고, 그들을 당신 식탁에 초대하셨다. 이같은 예수의 모범과 가르침을 따르기는커녕 시대의 변화와 요청을 무시하는 왜곡된 믿음으로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종용해온 일부 기독교인들의‘의회선교연합’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침묵으로 성소수자 차별을 묵인하고 있는 가톨릭 교단도 자기 견해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이 점점 더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에서 누구보다 그들의 힘이 되어주고 함께 해야 할 기독교인들이 오히려 차별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서‘차별하지 않으시는 야훼!’주님께서는 비통한 눈물을 흘리고 계실 것이다. 성탄을 기다리는 시기에 우리는 지금이라도 모든 기독교인들이 예수가 이 땅에 오신 뜻을 되살리기를 촉구한다.

우리의 주장
- 우리는 12월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누더기 차별금지법(안)’을 거부한다!
-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차별금지법(원안)’을 임기 내에 제정하라!
- 일부 기독교인들은‘차별금지법 저지 요구’를 즉각 철회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라!
- 재계를 비롯한 경제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차별금지법(원안)’ 제정에 적극 노력하라!
- 모든 기독교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차별금지법(원안)’ 제정에 적극 노력하자!

2007. 12. 4

범기독교토론회 참가자 일동

기독여민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NCCK 정의평화위원회/교회인권센터,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백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박영대 2007.200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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