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열의 음악과 나 - 21]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은 즐거움과 흥분을 가져다줍니다. 음악의 종류도 다양하고 사람들의 취향도 각기 다르지만,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대중가요를 듣는 것보다 집중력과 인내력을 요합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즐거움과 감흥도 더할 수 있습니다. 노력과 보상이 비례한다고 하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그러합니다.

또한 듣는 것은 보는 것보다 사람의 감정과 집중력에 더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예를 들면 TV를 켜놓은 상태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려고 하면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그대로 둔 채 소리만 나오지 않게 하더라도 자신이 하려는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TV에서 시선을 돌리면 시각적인 자극은 차단되지만, 귀를 막지 않는 이상 청각적인 자극은 차단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 년 전 모차르트를 하루에 10분씩 들으면 똑똑해진다는 연구가 신문과 아침 토크쇼에 소개된 적이 있다. 특별히 음악을 들은 후에 공간 추리력이 좋아진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조지아의 주지사는 새로 태어나는 모든 조지아 주 아이들을 위해 모차르트 CD 구입 예산안을 신청했고 하원의원들이 이를 통과시켰다.”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장호연 옮김, <뇌의 왈츠>, 282쪽.)

▲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장호연 옮김, <뇌의 왈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박>, 마티, 2008
주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미국 내 많은 과학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 사건이 자녀들을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열망을 단적으로 드러낸 측면도 있었기에, 책에서 이 글을 읽고는 그저 웃고 넘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3년 미국의 여성 심리학자 프랜시스 로셔가 <네이처(Nature)>지에 ‘모차르트 효과’를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모차르트 음악이 불티나게 팔렸고, 음악 영재교육, 조기 음악교육이 붐을 이루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차르트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과학자들은, ‘모차르트 효과’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정서적 각성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음악이 사람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까닭에, 이를 머리가 좋아지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1999년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은 ‘고전음악을 들은 뒤 기분이 좋아졌다는 일반적인 느낌 외에 지능이 좋아졌다는 증거는 없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후에도 여러 검증을 거친 결과, 모차르트 효과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재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모차르트 효과에 크게 고무되었던 부모들에게는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태아가 태내에서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장하려면 임신 6개월이 지나야 하는데, 임신 후반기에 산모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나서, 아이가 태어난 후 실험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태아 때 듣던 음악에 아이가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다섯 살 이전 어린아이의 기억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음악의 경우 출생 전의 음악 경험은 기억 속에 새겨져서, 기억해낸다는 자각이 없어도 기억해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차르트 효과가 ‘음악 청취와 단기적 효과’라는 측면의 연구에 치중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음악 청취가 뇌의 특정 신경회로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연구 결과일 것입니다. 하버드의 신경과학자인 고트프리트 슈라우크는 ‘음악가의 뇌 양측 반구를 연결하는 다량의 섬유조직이 비음악가의 것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크고, 어릴 때 음악 훈련을 실시했을수록 더 컸다. 그리고 음악가들에게서 소뇌의 미세구조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으며, 음악가들은 비음악가들에 비해 소뇌가 더 컸으며, 회백질의 집중도가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레비틴, 앞의 책, 283쪽)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뇌의 이런 구조적 변화가 비음악적 분야의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음악 청취와 음악 치료를 통해 심리적 · 신체적 문제를 극복한 사례는 논문이나 신문 방송을 통해서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문제들 중의 하나는 음악 훈련을 받는 것도 때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언어 습득을 예로 들면, 과학자들은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언어를 배우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음악은 그보다 정도가 덜하지만, 그래도 스무 살 이전에 음악 훈련을 받아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뇌의 시냅스가 스스로 알아서 불필요한 시냅스 연결을 가지치기하기 때문에, 그 나이가 지나서 음악 훈련을 받는 것은 효과가 없거나 미약하다’고 신경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이러한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태아 때부터 음악을 들었고, 또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음악에 계속 노출되었을 테니, 음악에 대한 감수성도 남다른 바가 있을 것이어서, 비음악적 분야는 몰라도 음악적 분야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아이들에 비해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이광열
학교 졸업 후 건설회사에 입사해 줄곧 국내외 현장에서 근무했다. 저서로 <종교와 나>, <건설 현장과 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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