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생명의 편지

설날에는

우리우리 가난한 설날에는 편지를 씁시다.
이 척박한 땅의 사람들을 위하여 편지를 씁시다.

평화의 섬 제주도 강정의 평화를 위하여
용산 참사의 그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모든 해고노동자들의 원직 복직을 위하여
만덕5지구 사람들의 사람 사는 행복한 마을을 위하여
편지를 씁시다.

“송전탑은 안돼! 안돼!”라며 가슴팍을 때리며
내가 죽거든 송전탑 때문이라고 절규하는 할매들을 위하여
전봇대에 목을 매는 할매들을 위하여
온 몸을 벗고 인분을 던지며 항거하는 할매들을 위하여
편지를 씁시다.

아버지의 영정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품속에 아버지를 담고
무자비한 밀양 시청 직원들과 경찰들의

야만적 폭력에 눈물 흘리는 유족들을 위하여
편지를 씁시다.

이 땅의 모든 작은이들에게
“죽지 말자”라는 희망의 편지를 씁시다.
“함께 살자”라는 생명의 편지를 씁시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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