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 2명과 시민 10여 명 경찰에 고립된 채 대치 중

▲ 27일 오후 밀양시청 앞에서 고(故)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 설치를 두고 유가족과 주민 50여 명이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장영식

오늘 오후 밀양시청 앞에서 경찰이 고(故)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유가족과 주민들을 막는 과정에서 주민 4명이 실신하고 1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오후 5시 30분 현재 수녀 2명을 포함해 시민 10여 명이 분향소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과 대치 중이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준한 신부)에 따르면, 오전 12시경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과 시민 50여 명, 고 유한숙 어르신의 유족 2명 등은 밀양시청으로 찾아가 시청 앞 분향소 설치와 관련해 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시청이 면담 요청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민과 유가족은 시청 옆 공터에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밀양 공무원과 경찰이 3차례에 걸쳐 진압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고 유한숙 어르신의 영정이 훼손됐으며, 주민 4명이 실신하고 1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후송됐다. 유가족 1명은 경찰에 끌려 나가는 과정에서 경찰 방패에 찍혀 목에 타박상을 입었다.

사진 제공 /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대책위는 “(분향소를 설치하려던 곳은) 시청사 부지도 아니고 통행량이 거의 없는 인도와 정원을 함께 물고 있는 공터로써, 이곳에 관혼상제 의례에 해당하는 분향소 설치를 막고, 향과 초, 영정을 빼앗아갈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차마 말할 수 없는 폭력이 자행됐다”고 밝혔다.

오후 5시 30분 현재 밀양시청 앞에서는 수녀 2명과 쇠사슬로 몸을 묶은 주민, 시민 등 10여 명이 경찰과 공무원에 둘러싸인 채 대치하고 있다. 대책위는 “주민과 수녀님들이 화장실을 가지 못해 물도 마시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고령의 주민들과 경찰, 공무원의 몸싸움이 계속되고 있어 큰 불상사가 우려된다. 오늘 밤 노숙을 해서라도 분향소를 시청 앞에 모실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대책위는 오후 3시경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을 접수했으나, 아직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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