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매일 오후 4시 농성천막 앞에서 매일 미사 봉헌한다

“생명체는 살기 위해 적절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23일 오후 4시 서울시 용산구 전자랜드 옆 18층 건물 앞에서 봉헌한 화상경마장 기습 입점을 반대하는 미사에서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지키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 예정지 앞에서 봉헌한 미사에서 조현철 신부가 강론하고 있다.ⓒ문양효숙 기자

마사회는 작년 10월 용산역 인근에 있던 기존 화상경마장을 이곳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식을 접한 지역 주민과 용산구의 반대에 직면했다. 특별히 이 길로 등하교를 하는 인근 성심여중고의 학부모와 교사, 주민은 1인 시위와 문화제를 열고, 서울시와 청와대 등 관련지자체와 정부 기관에 민원과 공개서한을 넣는 등 다양한 반대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마사회는 지난 13일 기존의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고, 24일 입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화상경마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와 17개 시민단체들로 꾸려진 ‘경마도박장 확산 저지 범시민 공동대응 모임’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3일 마사회 담당자가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설 이전에는 입점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사흘 뒤에 현명관 마사회장이 주민대책위 허근 신부(서울대교구)에게 ‘1월 24일 입점하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지난해 12월 현 마사회장 취임 이후 주민들의 여론을 호도하고 이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의 안정적 운영에 협조하는 양해각서를 지역단체들과 체결하는가 하면, 양로원에 선물을 돌리고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교회에 거액의 헌금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마사회가 ‘지역 치안과 질서유지를 약속하고 각종 지원을 할 것인데도 입점에 반대하는가’ 등 “찬성을 유도하는 홍보성 설문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화상경마장의 이전 승인을 즉각 취소할 것”과 화상경마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사회, 서울시, 주민대표 등이 모이는 ‘다자간 갈등조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상태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권리를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23일 시작된 거리미사도 당분간 매일 오후 4시 천막농성장 앞에서 이어질 계획이다.

▲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 예정지 앞에서 주민과 성심여중고 학부모, 교사들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문양효숙 기자

한편, 작년 10월 이후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확인한 서울시는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마사회 측에 이전 재검토를 공식 요청하고 갈등조정관을 추천한 바 있다. 서울시는 오늘 오후 공식 성명서를 내고 “최근 한국 마사회가 용산 마권 장외발매소 이전과 관련해 주민과 교육 관계자들이 아이들의 교육환경의 훼손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주민들, 교육관계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를 다시 한 번 공감하며, 마사회 역시 이를 깊이 경청하고 존중해달라”고 촉구했다.

성심여중고 김율옥 교장수녀는 “화상경마장 측에서는 무술유단자를 안전 지킴이로 고용하고 기존 가격의 4-5배 되는 고가의 CCTV 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이는 안전 지킴이가 있는 동네에서 우리 아이들을 매일 등하교 시키며 살아야 한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수녀는 “경제가 활성화 된다며 대전 월평동에 유치했던 화상경마장이 층을 늘여서 확장하겠다고 하자 지역주민이 모두 반대했다. 10개 학급이었던 학교는 2개 학급으로 줄었다. 주민들이 떠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교육은 공기와 같은 것”이라면서 “화상경마장은 전국에 30군데, 서울에만 10군데가 있다. 이것은 용산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선전물을 나눠 주던 성심여고 2학년 학생 3명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 길이 저희가 매일 오가는 등하교길 이거든요. 영화 보러 바로 옆 건물에 있는 극장에 가고요. 경마장 들어오는 거 무섭고 싫어요.”

▲ 화상경마장 예정지 앞에서 선전물을 나눠주는 학생들. "우리 등하교길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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