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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가 실패하면 끝이라는 두려움이 크다"대학 졸업을 앞둔 가톨릭청년들 좌담회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취업을 앞둔 대학 4학년생들에게 취업문제로 인해 어느 정도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조사한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의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50.9%가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보통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공황 상태에 이를 정도로 매우 심하다’는 응답이 5.8%, ‘빈번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일생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하다’가 34.9%로 각각 나타나 40.7% 가량이 심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대학 4학년생들이 취업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숙명여대는 아예 ‘학사 후 과정’을 신설하여 취업을 하지 못한 졸업생들을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 졸업을 준비하는 가톨릭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졸업을 앞둔 가톨릭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졸업하거나, 길게는 1년 정도 후면 졸업을 하는데.. 졸업을 앞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강창구(이하 강): 군대에서 전역한 지 이제 1년 되었다. 그러다보니 요즘 학교생활을 하며 거의 수업만 듣고 다른 것을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제 겨울방학이고 내년에 4학년이 된다. 슬슬 압박감이 밀려온다. 졸업하고서 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크다.

   
▲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곽진영씨. 곽씨는 순수과학을 공부하고자 공과대 대학원 대신 이과대 대학원을 선택하고자 한다.
곽진영(이하 곽): 나는 압박감이 좀 덜하다. 대학원에 간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굳혔다. 주변에 대학원 안 가고 바로 회사로 취직한다는 친구들은 회사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등의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한다. 여기는 뭐하는 회사이고 뭘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이런 정보들에 빠삭하다. 나는 그보다는 어느 대학원에 갈지 고민이 되었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한참 취직 발표 때라서 요즘 보면 발표 날에는 수업분위기가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취직이 된 친구들은 괜찮은데 안 된 친구들은 우울해한다. 그럴 때 마다 나도 압박감을 느낀다.

그래도 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취업이 그렇게 어려운가?

김준태(이하 김): 요즘 확실히 어려운 것 같다. 회사들도 다 비정규직으로 돌리고 있지 않나.

곽: 모 대기업에 지원한 우리 과 학생들 중에 세 명만이 최종으로 뽑혔다고 하니 어려운 건 사실이다. 취직이 어려운 친구들이 대학원을 보험으로 써놓고 대학원으로 가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요즘 대학원 진학률이 높다. 교수님들도 우스갯소리로 ‘경기가 안 좋으면 석사, 박사가 는다’고 말한다.

주변에 그렇게 취업이 되지 않은 친구들이 많나?

곽: 굉장히 많다. 3학년 때는 몰랐는데 4학년이 되니까 정말 그렇다는 걸 느낀다. 이번 학기에 대학원 수업을 들으려고 친구들하고 연락해서 4학년 수업을 들으니 그런 분위기가 정말 보인다. 학생들이 수업에 오지 않는다. 절반 정도 빠지면 그날은 면접이 있는 날이고.. 수업 시간에 정장 빼입고 있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 이연진씨는 올해 2월 졸업을 앞두고 미리 대학원 연구실에 나가고 있다.
이연진(이하 이): 나는 (졸업과 관련해서) 4학년 1학기 때가 제일 우울했던 것 같다. 취직 준비를 하려면 4학년 2학기에는 취직에 매진을 해야 할 것이고, 대학원으로 가려면 개강하고 9,10월에는 원서를 써야 하니까 늦어도 여름방학까지는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어야 했다. 4학년 1학기 때까지는 내가 뭘 할지는 정해야 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내 친구들 중에는 나처럼 휴학 한 번도 안 한 친구들이 없다. 남자애들은 군대에 가고, 여자애들은 어학연수도 한 번씩 가고. 고등학교 동기들을 보면, 나처럼 이렇게 휴학 안하고 졸업하는 애는 교대 다니는 친구 하나밖에 없다. 나에게는 뭘하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필요했다.

강: 내가 전공하는 생명공학 분야의 학생들은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 대학원 쪽을 많이 선호한다. 군대 갔다 오면서 빨리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에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할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취직이 이렇게 어려우니 이 사회에서 도저히 갈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았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원을 한다고 해도 대학원을 졸업하면 그때도 지금처럼 엄청나게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싫었다.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교육대학원으로 갈까도 고민한다. 선생님이면 그나마 좀 더 안정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기 시작하니까 엄청 불안해진다. 지금은 뭐라도 걸릴 때까지 다해보자는 심산이다.

김: 나도 대학원 진학할 생각이 있지만 학비와 군대문제 등이 걸린다. 대학에서 계속 공부를 하려면 유학도 가야만 할 것 같고, 그러려면 잠시 쉬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자니 군대문제가 발목을 잡는 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학원 학비문제가 가장 발목을 잡는다. 대학원에 가도 돈이 없어서 공부를 지속하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만약 대학에서 진로에 대해서 탐색을 도와주고, 지도해주는 과정이 있다면 불안감이 좀 줄어들까?

   
▲ 김준태씨는 군대, 학비 등의 문제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
김: 대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 지도가 아니어도 정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건 잘 안다. 다만 이 사회에서는 실패가 용인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선택 밖에 없는 상황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한번 실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게 지금 현실이다. 불안하니까 모험할 수 없다. 하나만 해도 잘 할까 말까인데 하다가 실패하면 끝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강: 나도 일찍부터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지만 계속 그 길을 갈 수 있을지는 고민이 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계속 안정을 추구해왔다. 게다가 내가 하는 전공분야는 딱 길이 제시되지가 않으니까 잘해낼 자신도 부족하다. 그쪽 방면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집안에서 장남이라 부모님은 내가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란다. 집에 학비 부담을 주기도 싫고. 학비를 지원해주는 학교를 찾고 있는데 그래도 집에서는 빨리 직업을 가지고 안정되기를 바란다. 나도 집에서 독립하고 싶은데 계속 집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싫다.

취업이 어려운 것만큼이나 대학원 진학도 썩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나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는 지구시스템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지구시스템과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고민하게 하는 건 경제적인 부분이다. 학비에 대한 고민이 크다. 사회적으로 활동하게 된 나이가 되었지만 수입이 없으니까 집안의 경제적인 위치에 의해 대학원에 갈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것 같다. 다른 친구들도 그렇기 때문에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지원한 대학원에서 학비를 지원해준다고 하니까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게다가 휴학을 하지 않고 졸업해서 아직 22살이다. 대학원을 졸업해도 24살이니까 사회진입 나이가 그때도 어린 편이다. 남자들은 군대도 다녀와야 하니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나처럼 이렇게 쉽게 대학원을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 졸업장도 있으니까 대학원에 가서 어떻게든 먹고는 살겠지 라는 생각도 사실 있다. 나의 경우는 보편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명문대 졸업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아무래도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서 경제적인 부분에 덜 얽매이고 더 모험을 할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모험을 두려워한다고들 말한다.

김: 당연하다. 불안하니까. 부모님 세대가 IMF때 무너지고, 우리 때 또 이러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곽: 내가 사회생활을 할 때는 더 어렵겠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이: 내가 가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계에 도움이 되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집에 짐이 되고 싶지 않은데 여의치 않다.

진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꽤 우울해졌다(웃음). 주제를 과거로 돌려보자. 대학생활을 하면서 만족스러웠던 경험이 있나?

   
▲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강창구씨는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다.
강: 아무래도 대학생활 동안 가장 애정을 쏟은 가톨릭학생회가 만족스러운 경험이다. 가톨릭학생회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동아리를 하지 않는 친구들은 학교 수업만 듣고 바로 집에 온다. 이러니 만나는 사람들이 거의 정해졌다. 가톨릭학생회는 학교 안에서만 활동해도 여러 다른 전공의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나고, 학교 밖의 활동까지 하면 다른 학교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질문이 의도된 것 같다(웃음). 신앙공동체이니 아무래도 내 세계관에 영향을 미쳤던 곳이다. 세계관이 바뀌면 가치판단도 변하고 내 진로를 선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가톨릭학생회를 열심히 하다보면 아무래도 취업준비에 발목을 잡혔다는 기분도 들텐데..

곽: 학점에 대해서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회장을 했던 시기에 학점이 좀 낮게 나오기는 했다(웃음). 하지만 가톨릭학생회 때문에 취업준비에 발목이 잡힌다고까지 말하는 건 핑계다. 특히 가톨릭학생회 때문에 학점이 좋지 않다는 건 핑계다. 시험기간에만 제대로 공부해도 학점이 엉망이거나 그럴 리가 없다. 가톨릭학생회에 와서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1, 2학년때 학점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 하고 싶은 것을 모두해서 배운 것도 많았고 그 덕에 살아가는 데에 자신이 있다. 물론 가톨릭학생회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것이 될 줄은 몰랐다. 친구 따라서 들어온 가톨릭학생회가 나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이: 가톨릭학생회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고 생각할 사람은 대학의 목표로 오직 취직만을 생각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발목 잡혔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발목 잡혔다고 말할 리가 없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취업, 학점이 대학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들어왔을 것이고, 그런데도 발목 잡혔다고 원망을 하는 건 모순이다.

강: 동아리 활동이 그렇게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공부를 하더라도 놀기는 논다. 그 노는 시간에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것인데. 물론 학점을 계속 4.0 넘기려고 하는 이들은 당연히 그렇겠지만..(웃음). 가끔이야 원망이 들기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원망하는 것도 가끔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안들 때, 내가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었지 학점이 아깝거나 그래선 아니었다.

가톨릭학생회를 안했으면 공부만 했을 것 같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주변 상황이 어떻든 신경 쓰지 않고. 물론 지금도 사회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 생각도 들어보고 고민도 더 할 수 있었던 덕분에 시야가 넓어져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촛불집회만 보더라도 예전 같으면 그런 것을 하든지 말든지 별 생각이 없었을 것 같다. 광우병? 내 전공인 생명공학의 입장으로만 봤다면 한두 명이 죽는 문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이: 나는 원래 가톨릭신자가 아니었다. 1학년 말에 세례를 받고 2학년 초에 바로 가톨릭학생회에 들어갔다. 내가 한 활동이 가톨릭학생회 밖에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활동을 하면서 나의 신앙관, 세계관에 큰 영향을 받았다. 지금 신앙관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유아적인 신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신앙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는 그 자체가 가톨릭학생회가 가르쳐준 점이다. 구체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가르치지 않아도 신앙관이 형성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게 되었다.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고, 내 주변은 따뜻하고..’ 뭐 이런 수준의 신앙에서 머물지 않게 만들었다.

김: 내 행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한 상황에서도 같은 시간을 사는 누군가가 불행하다면 거기에 민감해지는 것이 가톨릭학생회에서 배운 신앙이다. 이런 생각은 신앙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울리는 경험을 했기에 가능했다.

백승덕/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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