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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실천을 위한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생태영성공부모임 2007년 공개 나눔

지난 11월 30일, 생태영성공부모임 회원들이 지난 1년 동안 “성경에 나타난 생태영성 비전”에 대해 나누었던 것을 함께 공유하는 공개 나눔하는 자리가 정동 품사랑에서 열렸다. 환경관련 모임들이 주로 시급한 환경 사안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하는 회의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에 아쉬움을 느끼게 되어 2006년 3월부터 시작된 생태영성공부모임은 실천에 힘을 줄 수 있는 이론과 영성적 토대를 쌓기 위해 매월 1회 모임을 갖고 공부나눔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원주에서 모이지만 이번에 서울에서 공개 나눔 모임을 갖게 된 것은 그동안 회원끼리만 나누었던 가톨릭 생태 비전을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모임은 “성경에 나타난 생태 영성 비전”을 다룬 1부와 “생활 속의 생태 영성”을 다룬 2부, 참가자들과 함께 나눔을 갖는 마무리로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구약과 신약에서의 생태영성 비전을 먼저 다루었다. 먼저 구약쪽에서 “히브리 예언자들의 생태 영성 비전”을 다룬 황종렬 박사(미래사목연구소)는 성서의 예언자들이 인간과 땅은 운명 공동체이므로 땅이 황폐해지고 생명체들이 수난을 겪는 것은 모두 인간의 죄악에 따른 결과로 보았음을 지적했다. 예언자들은 자연이 겪는 고통에 대해 특정 죄인을 지명하지 않고 하느님 백성 전체를 대상으로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을 강조하였다. 인간 세상의 평화는 땅의 평화를 통해 함께 이루어지며, 모든 관계의 단절을 유발시키는 죄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원천은 바로 “연민(compassion)”이라며 우리 모두가 책임에 동참할 수 있는 “com-passion”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황종렬 박사는 주장하였다.

신약쪽에서는 정홍규 신부(대구 경산성당)가 마르코 복음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정홍규 신부는 마르코 복음을 주석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읽어 보면서, 마르코 복음이 치유의 복음이며 그 안에는 생태적 이미지가 가득함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히 “저절로” 자라나는 씨앗의 비유(마르 4,26)처럼 이 우주도 자기 조직(self-organization)을 통해 형성되었다며, 이 우주가 하느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유기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수용할 때 우리의 믿음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2부에서는 구체적인 생태영성의 실천을 위해 슬로시티 운동과 평창 도암댐 문제를 다루었다. 우선 이동훈 신부(원주 살레시오의 집 원장,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는 자연의 속도로 살아가고자 하는 슬로시티 운동을 소개하였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운동은 삶의 속도를 이완시켜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보호하고, 연희와 환대의 마을로 살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 세계 65개 도시가 회원인데, 친환경 방식, 역사보존, 지역 특성을 보존하는 등의 엄격한 기준을 두어 회원 도시를 선정한다. 우리나라에선 전남 장흥과 완도가 슬로시티 지정을 신청했는데,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관광도시의 브랜드 효과만을 노리는 문제점이 양상되고 있다. 따라서 슬로시티라는 간판보다 그 취지와 방식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원주 아우라지 성당의 장수백 신부는 관할지역의 물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는 도암댐의 문제와 강원도 고랭지 채소 농사로 인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소개했다. 도암댐은 1984년 결정되어 1990년 완공된 국내 최대 낙차(640m)와 최장 터널수로(15.6km), 동해안 최초의 수력발전소라는 ‘최초 최대’ 지상주의의 산물로 만들어졌다. 물길을 거스른 수로 건설 및 댐 저수물의 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 문제가 제기되자 결국은 2001년 댐의 발전방류를 중단했지만 지금도 오염된 댐을 통해 물이 방류되면서 하천 오염이 심각한 상태이다. 정부에서는 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홍수조절용으로 활용한다고 하지만 어떤 시민 단체에서는 아예 도암댐 자체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산악지역을 깎아 고랭지 채소 농사를 짓는 강원도 농업 방식의 문제에 있다고 장수백 신부는 보았다. 강원도 관행농업 형태상 비료와 제초제 등 농약사용량이 많은데, 이것이 폭우때 유실된 토사를 통해 하천에 흘러들고 또 객토하면서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다시 비료와 농약을 더 치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농사지역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경기도는 한강수계오염방지 정책에 따라 서울시의 지원도 받지만, 보다 상류인 강원도는 그런 지원도 없으니 오수 정화시설도 세우기가 힘들다. 또한 대관령 목장, 용평리조트, 강원랜드, 각종 스키장 등 대규모 숙박·휴양시설이 들어서면서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산림으로 인해 물 자체도 줄어들고 오염도 빨라지고 있다. 장수백 신부는 그래도 “하느님의 거대한 힘을 믿고, 자연의, 우주의 거대한 힘을 믿고 더불어 인간의 노력을 믿는다”며, 이런 생명 파괴의 과정에서 인간 정신의 정화가 이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밝혔다.

   
강원도의 물문제를 소개하는 장수백 신부

30여명의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공개 나눔은 작고 소박하게 진행되었지만, 생태영성을 이론과 실천 차원에서 되새김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미영 200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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