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산책 나온 시]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니

거기  

내 마음의 별들이 가득하다.

  

니들도 나처럼 추울까?

  

하나씩 눈 맞춰주며

이불깃을 올려주니

어느새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ㅡ기도

  

  

 

 

며칠, 감기때문에 쉬다가 모처럼 새벽길을 나섰다.

마스크에 목도리에 모자에, 그야말로 온 몸을 칭칭 감고서.

그래도 몸 속을 파고드는 한기.


거리는 밤새 내린 눈 덕에 온통 하얗다.

한소큼 바람이 불때마다 쌓인 눈들이 춤을 추듯 몸을 일으키고

새벽, 그 고요속을 노니는 자연의 풍광이 천진스러워 웃음이 난다.

  

오늘은 비교적 오래.. 모든 사람이 가고난 후에도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도의 여운이 남아있는 텅 빈 예배당, 그 공간이 나는 좋다.

거기 무슨 미움이 있을 것인가.

원한이 있을 것인가.

복수의 다짐이 있을 것인가.

오직 더 사랑하지 못해 미안한, 더 사랑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을 뿐.


창 틈으로 스미는 바람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도

더 바싹 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내 가난한 이웃들,

저항할 수 없는 진실의 목전에서 힘겨워 비틀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내 가족들...

그들 한사람, 한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내 살점에 맞닿는 감촉처럼 갖가지 오한과 전율, 뜨거움이 느껴진다.

 

잘 되기를,

잘 있기를,

이 한날도 제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둠 속, 아직 잠들어 있는 내 그대들에게 보내노니.


사랑한다는 것.

그저 바라보고 지켜보고

그러며 때로 그들의 간구가 무엇일까 생각해 볼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진정..


참으로 누군가의 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이 진정이

나를 살아있음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대들 

부디 이 하루도 행복하시기를..

 

어느새 따뜻하게 우려낸 차처럼 내 마음이 데워지고

나는 내 안에 오롯이 머무는 평화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정작 그들을 위한 기도가

가장 먼저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어쩌면 내가 기도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이 오히려 나를 위해,

내 영혼의 아궁이를 지피는 장작노릇을 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경계가 사라져버리고

거기 그분이 빙긋, 웃고 계신다.  

 

 

  

조희선/ 시인,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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