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신학과 영성 교회상식
성화나 성상을 모시는 건 우상숭배가 아닌가요?[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 <묵주의 동정녀>, 무리요, 1650년
가톨릭 신자들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이나 성모상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성인들의 모습을 그림이나 상으로 제작해서 성전, 성지, 심지어 집에도 모셔놓고 기도합니다. 단순히 건물을 미관상 꾸미려는 의도 이전에, 이 사물들이 그 공간에 거룩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고, 성화나 성상을 바라보면서(관상하면서) 신자들이 그분들의 삶을 따르도록 초대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내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이기에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런데 간혹 이런 신앙행위에 대해 우상숭배가 아닌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그것은 우리 신앙행위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합당한 의문들 중에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성화(이콘)를 그려온 전통은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있었던 것인데, 그 사이 역사적으로 교회 내에서 성상이나 성화를 없애려 했던 경향이 있었습니다. 멀리는 서기 8세기와 9세기에 동로마 제국에서 있었는데, 정치적인 역학관계와도 맞물려 있었던 움직임이었으나 표면적인 이유는 그런 것을 만들어 받드는 것이 신성모독적인 행위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깝게는 유럽에서 있었던 종교개혁 시기에 신교도들은 성화나 성상을 없애고자 했습니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그것들과 관련한 신앙행위를 우상숭배라고 규정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이런 사물을 수단으로 바라보느냐 목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겁니다. 지금까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성화나 성상에 대해 우상숭배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없다는 것은 이 사물들을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2008년 가을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프랑스 빠리를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사제품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었는데, 교황과 함께하는 미사에 참석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대 주변으로 자리가 확보되어 있을 테니 교황의 얼굴을 좀 더 가까이서 보겠구나 하는 얕은꾀가 일어나기도 했고, 그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리 없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새벽같이 나가 사제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게 어쩐 일입니까! 중앙 제대 쪽을 향해 좌석이 놓인 게 아니라 회중들을 향해 계단식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미사 내내 저기 계단 끝 제대에 있는 교황의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운집한 인파만 바라봐야 했습니다.

앗! 이것이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데……. 아무튼, 워낙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이니 그만큼이나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봉사자의 안내로 성체가 담긴 성합을 들고 성체분배 구역에 가서 열심히 성체를 분배하고 있었습니다. 인도 전통의상을 한, 어떤 아름다운 중년 부인께서 성체를 받아 모시고는 이어서 제 영대를 가볍게 잡고 머리를 살짝 조아리는 바람에 무슨 일인지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성체분배를 마치고 돌아와 생각하니, 하혈병을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깃을 만졌던 장면(마르 5,27)이 떠올랐고, 예전에 필리핀을 방문 했을 때, 사람들이 성인상의 발을 만지고 성호를 긋던 모습들이 생각났습니다.

옛날에 필리핀으로 파견 받아 온 유럽의 선교사들은 아시아 사람들이 자꾸 성상을 만지고 입 맞추는 것이 미신이라고 그랬답니다. 하지만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그곳의 사제는 “당신들은 머리로만 하느님을 믿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시아 사람들은 머리만이 아니라 손과 눈과 입으로도 하느님을 믿는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교황의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 122항을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문화적 맥락에서 대중 신심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각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활양식과 그리스도교 신앙이 만나 이룬 결실들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합니다. 유다교에서 갈라져 나온 그리스도교가 다양한 이미지를 허용한 것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알아가는 데 그 이미지들이 도움을 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뵙고자 하는 갈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성상을 숭배하는 이들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사물들을 통해 기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인정하시겠지만, 하느님을 밀쳐낼 수 있는 우상은 예나 지금이나 역시 ‘돈’입니다. 그러니 집에 모셔둔 성상이나 성화에 먼지 쌓이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이 성물들로 인해 우상숭배에 빠질 위험은 사실상 없어 보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