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 에세이]

 ⓒ장영식

내가 “송전탑 때문에 못 살겠다”며 음독하였지만, 아직도 차디찬 냉동실에 묶여 장례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어서 서울을 찾아왔다. 나의 서울 길을 제일 먼저 환영하는 이들은 푸른 제복을 입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들이구나. 한전 사장을 만나 “송전탑 공사 중단하고 나의 장례를 치르자”고 호소하려고 왔지만, 한전 사장은 간 곳이 없고, 민원실장이란 자가 나를 맞는다. 내가 민원을 넣으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한전 사장이나 책임자를 만나기 위해 한전 땅을 밟으니 벌떼 같은 경찰들이 길을 막는다. 경찰이 국민의 억울한 호소는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나의 길을 방패로 막는구나. 언제부터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의 경찰이 아니라 한전의 경찰이었단 말인가.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나의 죽음을 왜곡하고 있다. 너무나 억울해서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차디찬 냉동실에서 얼어붙어 있으니 원통하고 원통할 뿐이다. 죽어서도 다시 농약을 마셔야 저들이 내 원한을 풀어줄까. 나의 죽음을 왜곡한 경찰과 한전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냉동실에서 나를 놓아주소. 나를 풀어주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깊고 깊은 강을 건너 괴물 같은 송전탑 없는 세상에서 편히 살고 싶소. 편히 눈을 감고 싶소.

(* 이 글은 작가가 12월 6일, 음독으로 돌아가신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유한숙 님의 심정을 생각하며 쓴 것입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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