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 '공부의 달인' 서윤호씨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이라는 책 겉표지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장식되어있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 자체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공부의 달인'의 기준으로 지식의 양보다는 끊임없이 공부하려는 자세를 꼽는다. 그런 면에서 서윤호(23)씨는 ‘공부의 달인’이다.

▲ 서윤호씨
"우리와 같은 지향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구나!" 

윤호 씨는 지난 12월의 대부분을 프랑스 파리에서 보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서가대연) 의장이었던 윤호 씨는 지난 11월 총회에서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임기동안 한국에서 열렸던 국제가톨릭학생운동(IMCS)의 동아시아프로그램을 주관했던 인연으로 IMCS로부터 국제회의에 패널로 초청받았다. 서가대연이 동아시아 프로그램에서 생태가치를 강조했던 것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산업화, 도시화가 생태에 주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이번 회의에서 윤호 씨는 서가대연의 생태농활을 소개하며 “생태는 하느님, 인간, 자연 세 주체가 유기적이고 올바른 관계를 맺는 관계”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산업화, 도시화가 관계를 끊고 있다”며 “이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생태를 회복하는 길”임을 거듭 강조했다.

“세계 80여개의 지역이 연대하고 있는 IMCS의 회의에 가서 ‘우리와 같은 지향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세계청년대회(WYD)에서도 비슷한 든든함을 느끼겠지만 WYD에는 토론을 통해서 실천들을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들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IMCS 회의가 훨씬 깊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IMCS의 간사들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정작 서가대연에서는 이런 논의들이 잘 전달되지 못하니 아쉬웠어요.”

서가대연 활동을 통해 샘솟은 공부에 대한 욕구

서 씨는 1년간의 서가대연 활동이 자신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동안 만난 이들을 통해 신앙과 공부에 대해 그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편협했음을 성찰하게 되었다. 그는 예전까지 공부를 단순히 대학에 가고, 취업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 여러 활동을 통해 다양한 공부들에 대한 필요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신앙생활도 단순히 미사참여, 기도로 한정했는데 이제는 뭐라도 한가지  실천하는 가운데 하고 싶은 욕구들이 '안에서 샘솟았다'고 한다.

“외부단체들과 행사를 함께 준비하면서, 신앙에 바탕을 두고 사회운동을 하는 선배들을 직접 만나게 되었던 게 큰 계기가 되었어요. 교회에서는 찬양, 찬미만을 강조하고, 내가 속했던 대학의 가톨릭학생회에서는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도 없었는데,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서 살려는 의지가 있는 선배들을 만나게 되었던 거죠.”

서가대연에서 일을 하리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윤호 씨는 2학년 여름, 동아시아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면서 활동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는 “당시에는 그저 외국에 갈 기회라고만 생각해 참가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사태를 접하다

그는 동아시아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그해 프로그램의 주제였던 ‘매스미디어’와 관련된 한국 이슈를 조사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사저널 사태를 접하게 되었다. 당시 <시사저널>은 경영인이 삼성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기자들 몰래 삭제해 기자들이 파업에 나섰던 상황이었다.

“(구체적인 상황을 알기 위해) 시사저널 파업기자들을 만났어요. 그게 예상치 않게 큰 계기가 되었어요. 가톨릭학생회에서는 그저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읽고 술 마시는 게 다였는데,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불의를 처음으로 직접 접했던 것 같아요. 자본에 의해서 언론이 탄압되는 상황을 접하면서…그 자리에 연대하기 위해 온 대학생들은 제 주변에서 보는 친구들과 달리 실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거대하게 내가 투신하겠다, 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싶었죠.”

▲ 전태일열사추모예배 사회를 보고 있는 서윤호씨
서 씨는 서가대연 활동을 하면서도 새내기한마당 같은 행사들보다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사업에 더 애착이 생겼다. 그는 지난 11월 기륭전자 신사옥 앞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추모예배의 사회도 봤다. 그는 추모예배를 준비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 연대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충분히 공감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대사업을 하면서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냥 비장하기만하고 진지해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요즘 윤호 씨는 자신이 느꼈던 경험이 자기 안에 고이기만 하는 것을 우려한다. 그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방법으로 '공부'를 택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지 지식이 늘어나는 공부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다. 그는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묻자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성경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이해를 풀어낼 수 있는 공부가 무엇일지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씨는 자기 또래 친구들에게 경험과 공부가 중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톨릭학생회 회원들을 포함한 대학생들에게 좌다, 우다, 이런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분명한 판단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를 뿐이죠. 대학생들은 겁이 많아요. 실제로는 하나도 안 하는데, ...하나하나 따져서 자기가 다치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고 있어요.
주변 대학생들은 그냥 색안경만 쓰는데, 그래도 가톨릭학생회 학생들은 신앙을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자극도 받고요. 다만 이런저런 것에 두려움을 느껴서 움직이지 않는 자기를 합리화하며 미루고 있을 뿐이에요.
경험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다만 그 이후에 세미나와 같이 공부하는 자리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경험은 그저 감동을 받은 것으로만 끝나버립니다.”

▲ 서윤호 씨는 예수살이공동체에서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떼제에 다녀오고 나서 일상적인 기도생활의 필요를 느꼈는데, 예수살이공동체에서의 생활이 기도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백승덕/ 지금여기 기자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