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노안면 이슬촌

전남 나주 이슬촌의 김종관 이장이 12월 19-23일의 성탄 마을축제 동안 산타 복장을 하고 성탄 장식을 한 경운기를 몰고 있다

어둑어둑한 겨울밤에 한 작은 농촌마을에서 노래와 음악 소리가 들리고 수많은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5일간의 성탄 축제가 시작됐다. 악대 연주와 성탄노래가 울려 퍼지고 '산타클로스'가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가운데 마을의 나무와 건물, 경운기까지도 갖가지 색깔의 전구로 반짝거렸다. 전남 나주 노안면의 가톨릭마을인 이슬촌에서는 12월 19-23일에 성탄 마을축제가 열렸다.

이슬촌은 주민 170여 명의 노력으로 '성탄 마을'로 탈바꿈했다. 한 마을주민은 UCAN통신에 2007년의 첫 성탄 축제 때는 1500여 명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이보다 두 배 많은 방문객이 다녀갔다고 했다. 광주에서 남자친구와 이곳을 찾은 박은정(23)은 UCAN통신에 “정말 아름답다! 벌써 성탄이 온 것 같다. 마을 전체가 성탄을 축제처럼 치르니 좋다”고 말했다.

김종관 이장(안토니오)는 UCAN통신에 이슬촌의 전체 68가구 거의 대부분이 가톨릭이라고 말하고, 100년 전 한 프랑스 선교사가 노안성당을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주민들도 가톨릭신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노안성당은 지난 11월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슬촌은 또한 사람들이 농가에 머물면서 유기농을 직접 체험해보는 '팜스테이'로도 유명하다.

흰 수염을 붙이고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김종관 이장은 “우리 마을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작년에 성탄 마을축제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를 위해 주민들은 성탄트리를 만들고 마을 입구에서 성당까지 500미터에 이르는 도로 양쪽의 모든 가로수도 성탄 장식을 했다.

“이슬촌의 해피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에서는 사물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이 마련됐다. 대학생으로 이뤄진 악단도 초대됐다. 축제 기간에 주민들은 다양한 유기농산물을 팔았다. 김 이장은 쌀과 흑미, 콩 같은 마을의 주요 농산물에는 아무런 화약약품도 쓰지 않는다면서, “이런 행사를 통해 우리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팔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수익금은 내년 성탄축제 준비와 이웃의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 쓸 것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 마을은 신앙공동체다. 세상을 밝히는 등불처럼 우리의 성탄축제도 우리 이웃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안성당 주임 이영선 신부(골룸바노)는 12월 19일 UCAN통신에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세상에 오신 것처럼 우리도 이런 축제를 통해 사회에 행복을 주고자 한다”고 말하고, 축제를 준비하면서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다고 덧붙였다. “지친 영혼들이 우리 마을에서 평화를 찾고, 불빛으로 반짝이는 나무를 따라 산책도 하고 유기농 음식도 맛보기를 바란다.”

나주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진수(스테파노)는 12월 19일 UCAN통신에 “농촌마을에서 성탄 고유의 분위기를 맛보았다”고 말하고, “두 아들이 산타클로스가 모는 경운기를 타고 사진 찍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이슬촌이 아직은 유명하지 않지만 축제가 계속 된다면 성탄절에 꼭 방문해야 할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아시아가톨릭뉴스 200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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