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교리학교 수료생 최인숙 씨

최근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의 사회 참여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시국미사의 지향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밀양과 강정으로 대표되는 전국의 눈물자국 가득한 현장을 지키는 수도자들의 사진이 신문지면을 채우기도 한다. 천주교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다보니 이러한 활동이 교회의 특별한 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정작 관심의 주인공들은 그저 교회의 가르침에 따른 신앙생활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번 주, 세 번째 ‘사회교리 주간’을 지내며 보통의 신자를 만나 사회교리를 물었다.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외 교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본당의 성소 후원회원으로, 성령쇄신봉사회 피정의 찬미봉사자로, 가톨릭교리신학원의 학생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최인숙 씨는 작년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사회교리학교를 수료했다. 그는 사회교리를 배우면서 “내가 힘들 때나, 힘들지 않을 때나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최인숙 씨는 “이전까지 신앙생활을 하면서는 사람들과 영적인 것을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지금은 물적인 것도 많이 내놓고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수진 기자

- 사회교리를 접하게 된 계기는?

최인숙 : 작년 가을에 본당 교육분과에서 활동할 때였는데,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저희 본당에서 사회교리학교를 열었어요. 본당에서 하는 교육은 대부분 듣기 때문에 당연히 수강 신청을 했죠. 때마침 우연히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를 읽게 됐어요. 저도 예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어 봤거든요.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아요. 그래서 더 알고 싶었어요. 사회가 왜 부조리한지, 그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를요. 그래서 10회에 걸친 사회교리학교에 꾸준히 출석했어요.

- 사회교리학교 수업은 어땠나?

정치, 환경, 경제, 국제정세 등 사회문제의 전반적인 내용을 골고루 교육시켜줘서 유익했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그동안 제가 참 무지했다는 걸 먼저 알게 됐어요. 나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무지한 용기였구나. 무지한 용기와 어리석은 자유의지로 참 용감하게도 살았구나. 제 시야에 갇혀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더 넓게, 그리고 신앙인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사회교리를 배우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자본주의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요. 자본과 정치가 만든 권력구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구조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까요?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본당이나 교회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월급이 얼마인지 듣고 놀랐어요. 교회가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으면, 교회 내에서도 그 공정과 정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나요? 신앙인의 당연한 봉사라는 이유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까지는 그분들이 근로자라는 생각도 못했어요.

- 신앙생활에도 그러한 변화가 있었나?

기도하면서 느끼게 되는 안정감과 평화로움에 머물다 보니, 나의 세계 안으로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던 거예요. 나만의 평화를 위해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사 중에 늘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내가 힘들 때나, 힘들지 않을 때나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그런 변화를 일으킨 것 같아요.

- ‘함께 걸어간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일단 알리는 거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 제가 알게 된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줬어요. <의자놀이> 책을 사서 읽어보라고 주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충돌이 있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저도 일이 바빠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미사에 한 번밖에 참석을 못했지만, 제가 그들에게 마음을 닫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굳게 갖고 있어요. 이기심에 빠지지 않으려고요. 아,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에도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도 ‘함께 걸어간다’에 포함될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들 때 적게 만들어서 소박하게 먹으려고 하고, 될 수 있으면 자동차를 타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 타는 자가용은 오래된 경차인데, 나중에 일을 그만두게 되면 차도 없애고 자전거를 타고 싶어요.

사회교리를 실천하면서 내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한다면, 내가 가진 풍요를 많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하느님께서 다 같이 누리라고 만드셨지, 나만의 것은 아니잖아요. 재화는 공동선을 위해 존재한다는 교리는 제가 과도하게 누리고 있음을 반성하게 했어요. 그러면서 더 주신 것에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이전까지 신앙생활을 하면서는 사람들과 영적인 것을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지금은 물적인 것도 많이 내놓고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 주변 사람과의 충돌은 시각의 차이 때문이었나?

시각의 차이도 있었고, 신앙인이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사회교리에서 배우기로는, 길을 지나다 맨홀 뚜껑이 열려 있는 걸 보고 구청에 전화하는 행동 하나부터가 정치예요.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게 민주주의고요.

그런데 저에게 ‘내가 한다고 다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교우가 있었어요. 저는 그 말이 비겁한 변명으로 들렸어요. 한 명, 한 명이 모여야 힘이 모아지는 거잖아요. 또 다른 사람의 아픔을 쉽게 이야기하거나, 아예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분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그분들도 교회를 이루는 퍼즐조각의 하나인 거고, 언젠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걸 저처럼 깨닫게 될 거라고 믿어요.

- 사회교리학교가 인연이 돼서 교구 정평위 활동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전교구 정평위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하는 일은 많지 않아요. 천안에서 사회교리학교를 열 때 실무를 돕는 정도라 위원이라고 하기에도 좀 부끄러워요. 그래도 제가 사회교리학교에서 배운 것을 잊지 않으려고, 또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위원 제안을 수락했어요.

- 교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에 특정 교인들의 모임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을 이단시하면서 교회를 떠나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가장 소외받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그대로 살고자 미사도 드리고, 여러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신부님들을 공격하는 건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아마도 그건 그들이 교회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미사 때 말고는 신자들이 각자 알아서 신앙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분별력도 없고 흩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신부님과 수도자 분들이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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