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게 가자지구에서 벌이지고 있는 "현재의 비극적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즉각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시티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삼종기도를 마친 뒤에 "전쟁과 증오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촉구했다고 AFP 통탔?전했다. 교황은 서로 대화를 거부하고 지상전을 감행함으로써 가자 주민들의 여건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악화시킨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가자 주민들이 또 다시 증오와 전쟁의 희생자들이 되었다고 개탄했다. (출처-뉴시스)

너무 비참해서 할 말을 잊을 정도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공습한지 7일째로 접어들고 있고 현장에서의 비극은 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하늘에서 하마스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화면으로 잡은 상태로 6일 동안 500회 이상 출격하여 인구 140만 명이 비좁게 섞여 살고 있는 민간지역을 맹폭했고, 그 결과 가자 지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5일 사이에 어린이, 주민 등 수백 명이 폭사했고 2천 명가량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그 동안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에 군사상 비교대상이 안 될 정도의 피해만 입힐 수 있었다. 군사력 불균형은 압도적이어서 심지어 미사일을 옮기던 하마스의 한 부대는 이스라엘군의 카메라에 잡힌 상태로 감시당하다가 그대로 폭사하였고 그 동영상이 생중계되었다. 이스라엘 총리 올메르트는 가자 지구를 다시 점령하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대규모 탱크부대와 지상병력은 이미 침공 대기상태에 있다.

미국 정부는 예상대로 "이스라엘이 공중 또는 지상이나 다른 곳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든, 이는 자위권 발동의 일부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혀 만행에 허가장을 내주었다. 바로 이웃에서 민간인들의 사지가 찢겨나가는 동안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올메르트가 노린 대로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반전, 상승하는 역겨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집권당은 내년 총선에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촌 대다수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팔레스타인은 다시 한번 국제 정세를 뒤흔드는 화약고로 변모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의 행동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국가의 표본을 보여준다. 역사상 국제법과 유엔의 결의안을 가장 많이, 가장 전면적으로 위배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하마스가 테러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민간인 밀집 거주지역을 대상으로 학살극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를 인류사회가 용인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팔레스타인에 관해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설사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는데 성공하더라도 더 공격적인 집단에 의해서 대체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국가 건설 열망이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더구나 국제사회가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민간인 학살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도 상식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이러한 만행으로 집권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고 미국과의 협력도 증대되는 나라다.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진출처/동아일보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대로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민간인 거주 지역을 맹폭하면서까지 학살극을 벌이는 것은 오히려 하마스의 몇 배 되는 공격집단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와 상대한 역사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정도의 교훈도 얻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야훼의 선택받은 바보집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합리적인 추론은, 이번 가자 지구 공격의 원래 목적은 처음부터 민간인 학살을 위한 것이었거나 아니면 하마스 제거와 무관한 다른 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어느 쪽도 가공할 범죄다. 현재 지구촌의 규범과 국제법 아래에서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에 눈감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워싱턴 정가의 사람들과 서울 등지의 소수 추종자들뿐이다.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은 이번 침공에 대해 몇 가지 점을 분명히 제기하고 행동해야 한다.

첫째 압도적 우위의 군사력을 통한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비도덕적이고 반인간적이며 야만적이다. 그저 공격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되어야 할 범죄이자 만행이다. 미국 정부와 유대인 경제력의 비호가 없다면 이미 오래전에 그렇게 취급되었을 반인도적 범죄다.

둘째로 힘에 우위를 점한 집단에게 힘의 논리에 따른 해법은 손쉬운 속성 해법처럼 보이기도 하고 국내 선동 효과도 가져오는 등 큰 매력을 지니지만, 이는 너무나 어리석고 근시안적인 안목이다. 힘에 의한 승리는 그 속성 때문에 부패하며 더 빠르게 반작용을 낳는다. 이제 팔레스타인 상황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격동을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팔레스타인 문제는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각도에서 다뤄져야 한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오랫동안 현지인들이 염원해온 팔레스타인 국가 형성 문제나 이와 관련된 하마스 등의 행동이 핵심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인종청소 만행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같이 야만적인이고 범죄적인 국가를 용인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대훈/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 평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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