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대안 경제 활동 <희망 품앗이>

희망 품앗이는 '씨앗'이라는 대안 화폐(지역 화폐)로 노동(품)을 주고 받는 일종의 대안 경제활동이며 환경 운동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희망의 씨앗을 심어가고 있는 대구 희망 품앗이에도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비록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도우미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희망의 끈으로 길어올리는 대안경제 활동의 주역으로서의 자부심만은 어떤 직장인보다 강하다. 물질 위주의 냉혹한 현실 사회 속에서도 가난에 굴하지 않고 일하는 기쁨을 느끼며 새로운 지역 공동체 운동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대구 희망 품앗이, 새해를 준비하는 그 현장으로 달려가 본다.

대구지역에서 지난 7월부터 문을 연 희망 품앗이는 '씨앗'이라는 대안 화폐(지역 화폐)로 노동(품)을 주고 받는 일종의 대안 경제활동이며 환경 운동이다. 대구 여성 노동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구 희망 품앗이는 가사 도우미, 청소 도우미 등 '돌봄 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 만들어 나가는 운동이다. 현재 희망 품앗이 회원들은 100여명. 이들이 지역 모임을 꾸려가며 통장에 적립된 '씨앗'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장터가 희망 품앗이 씨앗장터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마음이다. 예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품'이 있어 즐겁다. 나눌 수 있어 즐겁고 자기 계발이 되어 기쁘다"고 말하는 이재향(57세)씨는 평소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지만 희망 품앗이에서도 그 품을 아낌없이 내놓는다. 그녀는 "무얼해서 씨앗을 벌까 생각하는 것도 색다른 기쁨인데, 이번 씨앗 장터에 동치미 배달 운전 품을 팔아 씨앗을 벌었다"고 활짝 웃는다.

희망 품앗이에 참여한 뒤로부터 웃을 일이 많아졌다는 임지은씨도 "평소 내가 쓰지 않는 것도 다른 이에게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버릴 게 별로 없고 다 소중하게 생각된다" 면서 "일상 중에서도 나눔을 생각하게 되고, 내 '품'이 어디에 소용이 될까 생각하며 이웃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고 말했다.

지난 12월 27일 오후 3시부터 대구 여성노동자회 만남의 방에서 열린 희망 품앗이 '씨앗장터'에서도 회원들이 품으로 만든 먹거리와 여러 물품들이 선보였고, 한시간도 되지 않아 장터에 나온 물품이 동이났다.

희망 품앗이는 물물교환과 화폐교환이 공존하는 거래 장터로 품앗이 장터에 쓰이는 화폐는 일반 사회에서 상용되는 화폐가 아니라 지역 화폐라고 부르는 '씨앗' 화폐를 사용한다. 장터에서 거래되는 물품에도 물건의 원가 개념과 더불어 물건을 만든 사람의 품값을 가상 화폐인 씨앗 화폐로 환산해 가격이 결정되며, 물건을 내놓지 않아도 품을 팔았다면 그 품 값으로 씨앗을 대신 받아 저축할 수 있다. 물건 뿐 아니라 자기 품이나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기술로도 화폐를 살 수 있다.

"가령 배추 농사를 지은 사람이 배추와 고추가루 등을 내놓고 또 다른 사람이 김치를 담궈 상품으로 내놓았다면 김치의 재료를 내어 놓은 사람과 김치를 담근 사람의 품값을 합쳐 가격이 결정되며, 두사람은 김치가 판매된 후 씨앗을 나눠갖게 됩니다. 또 김치를 담궜는데 장터까지 운반해 준 사람이 있다면 이 역시 품앗이 씨앗을 받을 수 있죠. " 대구 희망 품앗이를 이끌어가는 대구여성노동자회 일하는 여성 아카데미 이태숙(카타리나, 대구 노동사목) 지부장의 말이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가 대구 가톨릭노동사목의 이태숙 카타리나씨다.

희망 품앗이는 우리 전통 속에 녹아있는 두레 정신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물물교환, 품앗이인 노동 교환, 그리고 기술이나 재능의 교환을 현대 사회에서 되살린 것이 희망 품앗이의 기본 정신이다.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씨앗 장터를 열어온 대구 희망 품앗이는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의 교환과 생산지와의 직거래 등을 통해 회원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재능 나눔을 통해 지역 화폐 '씨앗'의 생성을 높이고 있다.

희망 품앗이 회원들은 40대~60대 여성이 대부분. 특히 한부모 가정 회원들은 자기가 일을 하러 갈 때 자녀를 돌보아 줄 손길이 필요하다. 시간이 있는 회원들은 그들 자녀를 돌봄으로써 씨앗을 받고, 또 품을 사는 사람이 지불할 씨앗이 부족하면 또다른 품을 팔거나 밑반찬 등을 만들어 장터에 내놓아 부족한 씨앗을 충당하게 된다.

대구 희망 품앗이에서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해, '대구 희망 품앗이 카페'를 통해 지역 운동으로 확산시키려 한다. 배우고 가르치는 모든 것을 씨앗으로 해결했다. 현재 카페 회원은 50명 정도이지만 점차 호응을 얻고 확산되고 있다.

희망 품앗이를 만들어가고 있는 대구 여성노동자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찾기에 앞장서고 있으며, 비정규직은 커녕 일자리 조차 갖지 못하는 여성들의 빈곤 탈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술이 없고 취직하기 힘든 여성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돌봄 노동'이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가사 도우미 등으로 대표되는 '돌봄 노동'은 최저 임금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지위 역시 열악하기 그지없다"면서 이태숙씨는 "대구 여성노동자회에서 이들의 설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희망 품앗이를 통해 회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 희망 품앗이의 2009년도 희망은 지역 안에서 더욱 활발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대전의 한밭 레츠(화폐 두루)나 과천 주공 아파트를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지역 경제 화폐 운동과의 교류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병원이나 한의원, 약국, 생협 등과도 연계해 회원 확보와 일상과 한걸음 더 접근한 씨앗 장터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한편 대구 희망 품앗이 12월 '씨앗장터' 가 끝난 뒤에는 2008년 한 해를 보내는 송년의 밤이 마련되었다. 회원들은 한 해를 돌아보켜 감사하며 선물을 나누었으며, 가면 무도회와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는 난타 등의 공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엄마 손을 잡고 씨앗 장터에 왔다는 최동희(신암초교 5년) 어린이는 "이곳에 오면 엄마가 즐거워해서 좋다" 면서 씨앗 장터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하면서 엄마를 기다리기도 했다.

상인숙/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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