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국 신부, 대구 정평위 특강에서 ‘정교분리’ 주장에 일침

▲ 김인국 신부는 ‘정교분리’를 외치는 정치권과 보수세력을 향해 “그들의 뜻은 교회는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거다. 사제는 사제다움을 버리고, 수도자는 수도자다움을 버리고, 교인은 그리스도인다움을 버리라는 그들의 소리야말로 마귀들이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한수진 기자

“저는 일신의 안위를 돌보느라 혹은 틀어박히는 고립으로 병들어가는 교회보다, 길에 나서서 더러워지고 상처입고 멍드는 교회가 좋습니다. 중심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강박과 절차에 얽힌 채로 그저 꼼짝도 못하는 교회는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응당 마음을 쏟아야 할 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너무나 많은 우리의 형제들이 아무런 힘도, 빛도, 예수님과 나누는 우정의 위안도, 자신을 받아주는 신앙의 공동체도, 삶의 전망도 의미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49항)

김인국 신부(청주교구, 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가 교황 프란치스코의 첫 권고 <복음의 기쁨>을 인용해, 천주교 사제들의 사회적 활동에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잣대를 들이대는 정치권과 보수세력에 쓴소리를 내놓았다.

김 신부는 10일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영호 신부)가 대구 평리성당에서 주최한 사회교리 주간 특강에서 ‘하느님의 거처, 사람’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신부는 예수가 ‘하늘에서 온 사람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더러운 영을 내쫓은 마르코 복음(1,21-26)의 구절을 언급하며, “그들의 뜻은 교회는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거다. 사제는 사제다움을 버리고, 수도자는 수도자다움을 버리고, 교인은 그리스도인다움을 버리라는 그들의 소리야말로 마귀들이 하는 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때마다, 소매치기의 논리가 생각납니다. 버스에서 소매치기가 날카로운 면도칼을 들고 여성 승객의 핸드백을 찢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쳐요. 그러자 소매치기가 면도칼을 들면서 나에게 말합니다. ‘못 본 체해.’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요? 사시나무 떨듯이, 심장이 멎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을 닫게 됩니다. ‘얘, 우리가 장사하는데 훼방 놓지 마라.’ 이것이 정교분리의 논리입니다. 속지 마세요.

그들은 우리에게 교회 안으로 들어가라 하지만, <복음의 기쁨>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밖으로 나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또, 길에 나서서 더러워지고 상처받고 멍드는 교회가 더 좋다고 하셨습니다. 사람들 곁으로 가라는 교황의 호소를 들어야 합니다.”

또한 김 신부는 교회를 “이 세상의 성모님 같은 존재”로 정의했다. 모든 자식에게 공평하게 사랑을 쏟지만, 특히 막내와 아픈 자녀에게 마음이 쓰이는 어머니의 마음을 교회가 가져야 한다는 거다. 김 신부는 교회가 자신의 기본 성정인 ‘자비(慈悲)’로 세상의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비는 기쁨과 슬픔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데, 교회의 일은 바로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10일 대구 평리성당에서 열린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회교리 주간 특강 참석자들 ⓒ한수진 기자

교회가 용산참사 현장과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 앞에서 미사를 봉헌한 것은 바로 그 ‘자비로움’의 실현이었다. 김 신부는 “인간성을 잃어버린 현실을 대면하고 있는 것이 교회”이며 “그것이 무섭다고, 불쾌하다고, 섬짓하다고 도망을 가면 엄마가 애를 버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교회의 기도는 그 참변(용산참사)을 당한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처지를 변화시켜준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눈 오면 같이 눈 맞아주고, 비 오면 비 맞아준 것뿐입니다. …… 사제와 수녀님, 교우님들이 같이 말없이 기도하는 거예요. 그런데도 그곳 주민들은 위로가 된다고 하네요. 우리를 보면 고맙다고 해요. 아마 바다(제주 강정마을)도 그런 인사를 할 거라고 믿습니다.”

김 신부는 신자들에게 언론 매체의 진실 왜곡에 휩쓸리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김 신부는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고, 생각이 다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여러분의 생각은 여러분의 것입니까?”라고 물으며, “우리는 심각한 오류에 빠져있다. 예수님을 두고 십자가에 못 박으라 했던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닌, 나름의 정의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언론의 마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가 주최하는 ‘인권 및 사회교리 주간 특강’은 11일 마지막 강연을 남겨두고 있다. 강연자는 서영남 민들레국수집 대표이며, 강연은 오후 7시 30분 대구 서구 평리성당에서 미사 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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