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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화로 가는 길,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제주교구 사목국장 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고병수 신부

2007년 11월 17일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창훈 신부, 이하 ‘평화 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제주교구 사목국장 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고병수 신부를 집무실에서 만났다.

   


“제주도를 상생과 화해 시대를 여는 동북아 평화의 지대의 평화의 섬으로......”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밝힌 삼성 비자금 문제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주교구도 작년 12월 이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고, 올해 5월 제주교구차원의 ‘평화 특위’를 구성했는데, 발족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5월초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서 강우일 주교님이 성명서를 발표해 네 가지 이유로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첫째,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는데 채 2년이 되지 않아서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제주도민에 대한 우롱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교회가 군비축소를 통한 평화를 지향하는데, 해군기지는 군비 증강이므로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전지역 근처 12만평을 매립함으로써 생태계 파괴가 자명해진다는 것입니다. 넷째, 주민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사제단이 호응하면서 단식기도를 하였고, 이후 교구 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제주교구 산하에 ‘평화 특위’를 구성하였습니다.

해군기지 건설 논의와 행정적 절차가 3~4년이 넘게 진행되어 왔는데, 작년 말 이 문제를 이슈화한 건 뒤늦었고, 좀 더 일찍 대응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군은 해군기지를 수년 전부터 화순이나 위미 지역에 건설하려고 했습니다. 그 당시 제주도지사는 도민 동의가 없으면 기지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음으로써 해군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어느 누구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추진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지사가 중심이 되어 해군기지 건설 추진을 밝히고, 여론조사라는 틀을 통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입니다. 이에 제주교구가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 추진하였기 때문에 올해 5월 주교님이 좀 더 확고한 반대 성명을 발표한 것입니다.

신자들 일부는 주교님의 성명이나 신부님들의 행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구민들에 대한 의견수렴이나 동의 없이 교회의 대사회적 선언이 이뤄진 것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교회의 가르침, 즉 복음의 시각으로 사회를 보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구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부 신자 분들은 막연한 경제적 효과에 기대어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보기에 그 경제적 효과는 확인되지도 않았고 더욱이 보장된 것도 아닙니다.

신자들은 복음과 세상 가치 사이에 고민하게 됩니다. 적어도 가톨릭 신자라면, 세상 가치가 아니라 복음적 가치관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주교구는 신자들에게 복음적 시각을 통해 이 사안을 볼 수 있도록 매주 평화,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 등을 담은 홍보자료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평화 특위가 발족 된 이후 공론화 작업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주교님이 사제단 단식 전, 사제·수도자·평신도 대표자들을 모아 고민을 함께 나눴고, 그 모임 참가자들은 복음적 시각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평화를 위한 실천을 결의하였습니다. 5월 이후 대다수의 사제와 평신도들은 실제 해군기지가 얼마나 반복음적인지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고 조금씩 신자들의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에서 제주해군기지와 관련된 논의를 할 때, 군종교구 사제가 해군기지의 정당성을 주장하셨는데, 군종교구가 주장하는 내용과 교회가 제시하는 ‘평화’라는 개념이 부딪혔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군종교구 사제의 입장에서는 군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평화 개념을 무시하면서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군종 사제이지 군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군이 가지고 있는 입장은 이해되지만, 그것 때문에 교회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뛰어넘어 이야기하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회의 후 군종교구 사제도 이럴 수밖에 없는 자기 처지에 대해 하소연했습니다.

‘평화’ 개념이 우선적이었다는 것이지요?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오게 된 이유는 해군이 엄청난 화력을 지닌 이지스함을 건조를 했는데, 이 무기를 배치할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류 불행의 씨앗은 ‘군비증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매일 2달러로 연명하면서도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무기를 지원하는 미국으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불행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기 지원 및 확보는 세계 인류의 평화를 깨는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가 ‘평화’를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군비 축소’를 거론해야 합니다.

   


예전에 기자회견에서, 주민선거를 통해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동의를 한다면 해군기지 건설 반대의사를 철회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주민들의 정치 행위를 통한 결과가 교회의 평화개념에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면, 제주교구는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교회의 평화 개념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화는 사람들 마음 안에 심어지는 가치관입니다. 교회가 지금 해군기지 관련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한 사람이라도 평화에 대한 중요한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입니다. 정당한 방법과 절차에 의해 해군기지가 수용된다면, 그 과정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화를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결실로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반드시 결과물을 바라고 얻어야 하는 사회집단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즉 우리는 예수의 가르침을 마지막 순간까지도 전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평화 개념을 상황에 따라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평화는 우리가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할 사명입니다. 주민선거의 결과에 따라 우리 사명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해군기지 건설이 철회가 된다면, 또는 건설이 되고 문제가 장기화된다면, 평화 특위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인지요?

해군기지 건설이 철회된다면, 교회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 이후 후속 대안이나 제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교회는 해군기지 건설이 철회되는 순간 발생할 수 있는 찬반 주민들 간의 갈등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반대하게 된 근본적인 취지에 걸맞은 대안이나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제주교구는 주교님과 도법스님의 만남을 통해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몇 가지 서약(평화 포럼 개최, 평화협의기구개설 등)을 공표하였습니다. 또한 제주교구는 주민 갈등을 축소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강정마을을 평화의 마을, 생태의 마을로 꾸미는 데 같이 협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해군기지 건설이 철회가 되지 않고 추진된다면, 당연히 평화 특위는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 입니다. 현재와 같은 추진과정의 비민주성에 대해 문제제기할 것 입니다. 교회가 이러한 비민주적 과정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파괴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교회가 삼성 비자금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또 제주교구에서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삼성비자금의 문제의 경우, 일부 신자들은 ‘사제단이 꼭 저런 문제까지 개입할 필요성이 있는가?’하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부 신자들은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벌이나 권력 집단을 향해서 비판하는 것이 교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합니다. 해군기지 문제도, ‘왜 교회가 국책사업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이야기하는가?’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 비자금 문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제주교구가 문제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즉 사회의 어둠과 불의와 부패에 대해 복음의 시각으로 비춰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비난하고 질타하더라도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교회가 그런 일을 하지 못한다면, 교회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입니다. 교회는 세상의 기득권층이 되어서는 안 되고, 교회는 약자 또는 세상을 밝게 하는 예언자적인 소명을 살아가야 합니다.

복음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한다고 했을 때, 그러한 문제를 교회라는 시스템 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가 형성되어 있는지요?

교회는 모든 사람들의 동의하에 이런 문제들을 복음적 시각으로 비추면서 견인할 수 없습니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다른 의견들을 수용하면서도, 가난한 사람이나 약자를 위한 교회 활동에서는 양보와 타협이 없어야 합니다.

현재 교회는 기득권층에 대해 약한 면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소수의 깨어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약자를 놓치지 않는, 그러면서도 교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이렇게 교회가 복음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고 세상에 이야기하는 일이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깨어있는 자세로 약자, 가난한 자들을 위한 자신의 소명을 다할 때, 그들이 교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평위가 그리 많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제주교구도 평화 특위 활동 전까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이슈와 관련하여 활동이 활발해지기는 하였지만, 정평위와 평화 특위의 활동이 중복된 느낌을 갖습니다.

그것은 아닙니다. 정평위는 제주교구청의 한 조직으로서 소수의 사람이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평화 특위는 교구 전체에서 각개 전문가들을 모아서 좀 더 전문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대신 주교회의 정평위에서는 제주교구 정평위가 평화 특위를 대신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일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지금은 해군기지 문제이기 때문에 해군기지에 대응하고 있지만, 평화 특위의 역할은 (1) 제주 생태계 보전, (2) 제주를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가는 것, (3) 제주를 동북아의 평화를 견인하는 평화지대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평위와 평화 특위는 중복되거나 충돌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없고, 오히려 정평위의 외연을 확대하여, 교구적인 차원에서 좀 더 넓고, 긍정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평화 특위는 ‘평화’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이 사회에서 다른 이슈, 예를 들어 ‘여성해방’이라는 이슈가 발생 했을 때는 정평위가 또 다른 특위를 구성하여 활동한다는 것인가요?

평화 특위는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본질적인 갈등으로부터 해방-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그런 관련 내용들은 평화 특위에서 논의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성 해방’뿐만 아니라 어떠한 주제도 평화 특위에서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신강협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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