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 고인의 말 공개해

축사를 운영하다 자신의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자 이를 반대하며 음독한 70대 밀양 주민이 끝내 사망했다.

지난 2일 오후 8시50분께 자신의 집 부엌에서 맹독성 제초제를 마신 경남 밀양시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 유한숙(71)씨가 6일 새벽 3시 50분께 사망했다. 음독 후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유씨의 빈소는 밀양 영남종합병원 내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밀양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는 이날 “가족과 이웃 주민들의 소생을 위한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셨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대책위는 “4일 오전 고인께서 따님을 통해 ‘대책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고, 오후 1시경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상황실 간사가 찾아간 자리에서 따님을 곁에 두고 고인의 말씀을 들었다”며 유씨가 밝힌 음독 이유를 공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은 “내가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그런데 11월경에 한전 과장 1명과 또 다른 1명이 찾아와 (우리집이) 송전선로에서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알게 되었다. 150m인지 200m인지 가까이에 철탑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다.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치료에 집중하고 싶다는 가족들의 뜻을 존중해 유씨의 음독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유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들에 따르면, 유씨는 원래 1천마리 이상의 돼지를 사육해 왔으나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알게 된 시점부터 돼지 수를 줄여왔다. 또 주민들은 “유씨가 희망버스가 왔던 30일 저녁에 마을회관에서 ‘송전탑이 들어서면 어디 갈 곳도 없고 돼지도 기르지 못해 살아갈 길이 없다’는 등의 비관적인 말을 했다”고 전했다.

<기사 제휴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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