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노동사목, 이주노동자 위해 영어미사와 의료진료 하고 있어

지난 12월 28일 부산교구 노동사목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주관하는 이주노동자 영어미사가 부산가톨릭센터 소극장에서 오후 3시에 열렸다. 이 미사는 2003년부터 중앙성당에서 시작하여 서면성당으로 옮겼다가 2006년부터는 가톨릭센터에서 봉헌되고 있다.

이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주로 필리핀 노동자들인데, 다문화가정의 여성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주로 부산 인근의 울산, 양산 등지에서 일부러 부산 대청동까지 한 주일에 한 번 동료들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미사 시작 전부터 로비에는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정담을 나누기에 바빴다. 모두 400여 명이나 되어 소극장 안을 메우고도 모자라, 로비에서도 스크린을 설치하여 미사에 참석하였다.

이날 미사는 그동안 베트남 호치민성당에서 사목활동을 하다가 최근에 귀국한 이창신 신부(이냐시오, 부산교구 노동사목 전담)와 베트남 교구 소속의 누엔 통 신부가 집전하였다. 제대 벽면에는 “The Lord be with you"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미사 중에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성가대를 중심으로 성가가 울려퍼졌으며, 때로는 타갈로그어로 된 노래를 불러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임을 드러냈다.

필리핀 민다나오 출신의 델리아(41)씨는 미사 중에 사회를 보았는데, 1999년도에 한국에 온 미등록 노동자다. 그녀는 “한 주일 동안 부산 일대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겪은 좋은 일 나쁜 일을 여기 와서 다른 동료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면서 “특히 미사를 통해 필리핀에서처럼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그동안 플라스틱 사출공장과 신발공장 등에서 일했는데, 요즘은 현장에서 욕설도 줄어들어 다행이라고 한다. 

비록 미사전례지만, 이주노동자 영어미사에는 무슬림이나 개신교, 성공회신자들도 거리낌 없이 참석한다.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은 비록 5% 미만이지만, 이들은 종교를 불문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하면서 공동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이들은 미사 때에 와서 스스로 필리핀 공동체라는 걸 확인하고 동료애를 나누어 갖는다. 이들이 이곳에 모이는 또다른 이유는 경남지역에서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델리아씨의 경우처럼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건강문제'이며, 미사 뒤에 이뤄지는 노동상담과 치료가 그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듯했다.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불법체류’라는 딱지가 붙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인데, 이들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 다쳤을 때 상당한 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들을 돕기 위해 부산교구 노동사목에서는 2006년 6월부터 가톨릭센터 5층 교육실에 무료진료소를 설치하여 운영하다가 지난 2007년 11월에는 센터 6층 공간에 ‘도로시의 집 무료진료소’를 정식으로 열었다.

최충언씨(의료활동가)가 운영위원장을 맡은 ‘도로시의 집’은 미국에서 가톨릭일꾼운동을 시작하면서 전국에 환대의 집을 열었던 도로시 데이에게서 영감을 얻어 부산지역 의사들의 자발적 활동에 기대어 이주노동자들에게 의료혜택을 무상으로 주고 있다. 외과 내과 치과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들이 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미사가 있던 이날에는 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치료를 받았다.

 

 
 

이명순/ 부산교구 노동사목 활성가, 지금여기 부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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