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화 이야기]


작년 11월경일 것이다. 신문에서 개신교 기독교윤리실천협의회에서 실시한 각 종교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조사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한번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다뤄보고자 한다.

당시 조사결과에서 호감도는 천주교가 압도적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신뢰도(믿을 만한 종교)는 불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음! 그럴 수 있지. 2위라고 해도 1위와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니 결국 우리가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선호되는 종교라 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을 나는 "어! 이상한 걸. 신뢰도와 호감도는 동전의 앞 뒷면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알다시피 불교는 그동안의 여론을 생각하면 신뢰도가 바닥이어야 하는데 1위라니. 불교 쪽에서 조사했으면 그럼 그렇지 이건 편향(bias)이라고 잘라 말할 텐데 불교와 사이가 좋지 않은 개신교에서 조사한 것 아닌가? 그럼 이것은 다른 뜻으로 해석해야 돼." 어떤 분들은 이런 것을 두고 병이라고 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개신교 일각이 한국사회에서 보여온 사회적 물의를 생각할 때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가 모두 낮은 것은 당연하다. 아는 사람들이야 아주 일부 교회나 교인들이 하는 행태가 전체를 욕먹게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일반 국민들이야 그게 다 그거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기 전에 불교 역시 물의를 많이 일으키지 않았던가?

현재는 덜 그렇게 보여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천주교의 신뢰도를 능가할 정도는 안 되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물론 필자가 호교론을 펴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 교회 안팎에서 실시한 조사결과들을 살펴볼 때 그랬다는 것이다. 여러 경우의 수를 다 제거하고 또 그동안의 조사결과들을 참조할 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불교의 호감도가 가장 낮았을 때조차도 신뢰를 얻은 것은 대략 세 가지 점 때문이었다. 첫째, 불교가 한국역사에서 온갖 풍파를 다 겪어왔지만 그럼에도 한국인의 정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둘째, 어릴 때부터 너무나 친숙해서 남의 종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셋째, 불교는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편안하다. 한마디로 사람을 구속하지 않아서 좋다 등이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첫 번째와 세 번째의 통념이다.

첫 번째 정신문제 해결능력은 천주교가 한국인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천주교도 능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불교가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통념으로 보면 불교에는 고승이라는 정신적 스승이 있을 것 같고, 천주교는 사회정치적, 복지적 역할을 하는 성직자와 수도자가 더 많을 것 같다는 인상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참여했던 연구단에서 2005년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는 이런 통념이 뚜렷하였다. 소수의 수행자들이 불교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세 번째 통념은 불교는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다. 최근에는 종교가 사회계층과 결합되면서 이런 통념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아무래도 개신교와 천주교는 있는 사람들의 종교라는 생각이 현 정권 들어서 더 또렷해졌다. 실제로 불교는 구속이 적다. 의례에 참여하는 신자 수는 적어도 종교인구를 조사할 때는 불교가 항상 최대종교였다. 물론 이것은 두 번째 통념과 연결되는 것이지만 종교의 계층화, 교리의 구속력이라는 것이 불교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천주교의 신뢰도는 한국인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 그리고 계층과 연결되어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지 못할 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에 머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와 같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많은 이들이 신음할 때가 이런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부디 호감도와 신뢰도에서 1위를 하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박문수/ 프란치스코,  가톨릭대학 문화영성대학원 초빙교수, 평신도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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