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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신부 “민주주의 회복 위해 ‘종북몰이’ 멈춰야”[인터뷰] 전주교구 원로사제 박창신 신부 “종북몰이는 총체적 불의”

전주교구 원로사제 박창신 신부. 그가 지난 22일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주관한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서 행한 강론이 정국에 불을 당겼다. 청와대 대변인과 새누리당은 즉각적으로 강력 대응에 나섰고,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앞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논란의 원인이 된 것은, NLL(북방한계선) 문제,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에 대한 박창신 신부의 언급이었다. 박 신부는 당시 강론에서 NLL 지역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면서, “NLL, 이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에서 어떻게 해야겠어요?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창신 신부는 이에 대해 “내가 지적하고자 한 것은 북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갈등과 긴장상태를 만들고, 이른바 ‘종북몰이’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을 비판한 것”이라면서, 진의가 왜곡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창신 신부를 25일 전북 익산의 사제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박창신 신부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사제 박창신 신부. 그는 지난 22일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이 주관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강론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내가 지적하고자 한 것은 북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갈등과 긴장상태를 만들고, 이른바 ‘종북몰이’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을 비판한 것”이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 강론 내용은 평소 소신과 생각이었나. 강론에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박창신 신부 : 미사의 지향은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였다. 그러나 이 문제 외에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권력자들에게 ‘종북몰이’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북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자극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북을 자극하면서 갈등을 유발하고, 이런 태도를 문제 삼는 이들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한 것이었다.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를 내세웠지만, 내용상으로는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현재 상황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종북몰이’로 대표되는 총체적 불의를 멈추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 왜 굳이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했나?

연평도 사건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이야기한 것이다. 연평도 해전의 책임이 북이 아니라 남이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왜 연평도 사건이 일어나게 됐는지, 근본적인 맥락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NLL’을 잘 모른다. 그것은 휴전 뒤에 남한이 북한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UN이 북한에 알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당연히 협정 내용도 아니었다. 1996년 15대 총선까지 별 문제가 되지 않다가 김영삼 대통령이 NLL에 대해 강력 대응을 선포하면서 긴장과 교전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는 NLL이 아무 의미가 없고, 오히려 국제법상 자신들의 영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입장이 다르니, 그 지역은 엄청난 긴장을 유발하는 화약고처럼 된 것이다. 독도보다 첨예하다. 그런데 그런 위험한 지역에서 한미군사훈련을 한 것이다. 왜 굳이 그곳이어야 하는가? 독도의 예를 든 것도 그것을 잘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만약 일본 정부가 독도 영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면 우리는 어떤 대응할 것인가?

결국 이 이야기는 북한 편을 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종북’ 논리가 어떻게 생기고 이용되는지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 ‘종북몰이’를 하자면 북한을 끊임없이 적으로 규정해야 하고, 천안함 사건 역시 그렇게 이용됐다고 본다.

- ‘정권 퇴진’을 위한 목소리들이 계속 이어질 듯 보인다. 신부님도 앞으로 계속 정권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불법선거 때문이라면 정권 퇴진 요구는 너무 과도한 요구라는 목소리도 있다. 정권 퇴진 구호에 담긴 다른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

정권 퇴진을 요구한 것은 단순히 ‘불법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또 박근혜 정부라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불법 선거에 대한 진상규명과 해결의 차원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정권 교체’를 원한다.

나는 30년 전부터 ‘정권 교체’를 바랐다. 대통령이 바뀐다거나 여당이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는 그런 평면적인 교체가 아니다.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국민 전체가 제대로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정권 교체다. 즉,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유신독재가 끝났을 때, 나는 민주화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지켜야 하고, 항상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잃을 수 있고, 퇴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권 교체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심각한 걸림돌이 ‘종북몰이’라고 판단한 것이고, 그래서 강론을 그런 내용으로 한 것이다. ‘종북’을 내세우는 순간,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건강한 사회는 진보와 보수, 좌익과 우익이 허용되고,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다. 좌, 우라는 양 날개로 날아가는 것이다.

어느 한 편만이 우세하고 다른 한 편을 탄압하는 사회는 아주 비극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권 퇴진보다는 정권 교체를 강조하고 싶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부정선거로 탄생했다고 믿기 때문에 현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안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종북몰이로는 안보를 이룰 수 없다. 안보란 진정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느낄 때 이뤄지는 것이다. 갈등과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종북몰이는 오히려 안보의 적이다. 지금 정권이 주장하는 안보는 거짓 안보, 기득권 세력의 안보, 기득권 세력을 위한 안보라는 게 내 생각이다.

   
▲ 전주교구 원로사제 박창신 신부 ⓒ정현진 기자

- 요즘 ‘종북세력’이라는 말과 더불어 으레 나오는 말이 ‘정치사제’ 또는 ‘종교가 정치에 나서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들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태 20,25-26)

이렇게 예수님은 정치하는 통치자들의 자세를 말하고, 당신은 그 당시 지도자들을 엄하게 비난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지도자들은 그를 십자가에 처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참혹한 예수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알아들어야 한다. 예수는 세상의 불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득권에 반항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예수는 세상의 죄 때문에 죽었다.

나는 모세오경에 담긴 의미에 기초를 두고 살고자 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 광야에서 살았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왜 40년간 광야에 뒀을까. 모두가 가난해지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하느님은 약자를 위한 법을 시나이산에서 선포할 수 있었다. 안식일법과 희년법이다. 이를테면 사회개혁이고,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것을 지키지 않으니 예언자들이 나섰고,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대로 살다가 죽음을 맞은 것이다.

교회는 당연히 예수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우선이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두고 논쟁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예수의 삶을 외면하고, 개인적인 영성만 강조하는 교회는 아주 잘못된 모습이다.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버스 하나를 타는 것도 정치적인 행위다. 정치에 참여하라, 마라 하는 것조차 정치적인 행위다. 다만 교회에서 금지한 현실정치 참여는 단지 공직자로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 청와대와 여당은 시국미사를 비판하면서 “기도는 잘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국미사를 바라보는 신앙인들의 시선도 찬반의 견해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미사 중 평화의 예식에 이런 부분이 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일찍이 사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 하셨으니…….” 이것은 예수께서 이미 평화를 이뤘고, 그것을 우리에게 주신다는 뜻이다. 이 평화는 천상의 평화가 아니라 우리 삶과 현실 안에서 우리가 이뤄야 할 평화다. 불의에 저항하지 않는 평화는 거짓 평화다. 우리가 이뤄야 할 평화는 지배자의 평화가 아니다.

- 언론은 시국미사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역풍을 당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통령 담화나 보수단체들의 고발에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나는 꿋꿋이 내 길을 갈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내 국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에게 묻고 싶다. 천안함 사건 당시에 청와대 지하에서 안보회의를 하던 이들은 국방부 장관 외에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매 인사청문회 때 청문회 답변자들 중에 본인이나 자식들이 군대 생활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본적인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그들의 국적은 어디인가. 그들이 애국가나 부를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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