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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퇴 촉구는 절실함의 표현”[인터뷰] 송년홍 신부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대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태와 관련한 천주교 사제들의 행동은 지난 7월 25일 부산교구 사제단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계절이 바뀌어 가도록 이어지고 있다.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에서 사제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인천 · 수원 · 부산 · 청주 등 여러 교구에서 시국미사가 거행됐다. 광주대교구에서는 지난달 31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정원의 대선 개입의 증거와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수사 책임자의 해임 등으로 검찰의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이 시대 예언자를 자청하는 사제들의 분노도 높아졌다. 진상 규명과 국정원 개혁,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며 시국선언이 특검에 이어 급기야 정권 퇴진 요구로 이어졌다.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사제들이 대통령 사퇴 촉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22일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가 처음이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주최한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몇 시간 앞두고, 사제단 대표를 맡고 있는 송년홍 신부를 만났다.

   
▲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대표 송년홍 신부 ⓒ한수진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대통령 사퇴 촉구를 내걸고 시국미사를 열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송년홍 신부 : 7월에 부산교구 사제들이 첫 시국선언을 발표한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국선언과 시국미사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한 상황도 여러 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때문에 앵무새가 말하듯이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를 반복하기보다, 강도를 좀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대통령 사퇴’라는 말은 물론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밖으로 꺼내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사제단 회의에서 시국미사에 ‘대통령 사퇴’를 걸자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동료 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해준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제안을 하면서 ‘내가 총대를 메고 갈 테니 도와 달라’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언론과 정치권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 그동안 시국미사나 촛불집회를 취재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시각은 부정선거는 규탄하지만,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기는 무리가 아니냐는 입장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까지 다양했다. 대통령 사퇴 촉구를 다소 급진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는 여론도 있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급진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반대로 촛불 집회에서 사람들은 이미 ‘대통령 하야하라’,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쳐왔다. 오늘 미사에서 대통령 사퇴를 말하는 이유는 그 말을 하고 싶은데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또한,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 문제를 더 이상 길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세게 내어서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대통령도 문제를 인식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힘을 다시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로 사퇴를 할 수 있을까? 대통령 사퇴 요구는, 이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병행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또 사퇴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권 퇴진’을 공식적인 구호나 요구 사항으로 내세우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 아닌가?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제가 오늘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한다면, 성당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맥주를 쏘겠다. (웃음)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솔직히 없다고 본다. 정의를 지키려는 싸움을 하면서 한 번도 이겨 본 경험이 없고, 언제나 지는 것이 당연한 싸움을 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아 왔다. ‘대통령 사퇴’ 요구는 글자 그대로 대통령을 정말로 퇴진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 우리 말을 좀 들어달라는 호소다. 오죽하면 우리가 사퇴라는 말까지 쓰겠냐는 절실함인 거다.

그리고 앞으로 대통령이 잘못을 고백한다면, 네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사람을 내치는 것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느님도 그렇게 하실 거다.

- 서울에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 지역의 여론은 어떤가? 군산에서는 매주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고 들었다.

촛불이 줄어드는 것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군산 시내에서 매주 1회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매번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다가 지난주에 처음으로 가봤다. 생각보다 모인 사람들이 적은 걸 보면서, 이제 다시 불을 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시국미사 후에 촛불집회 장소까지 행진을 하는 것은 시민들의 행동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다. 촛불집회 주최 측에서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서, 시국미사를 저녁 7시에 봉헌하고 촛불집회는 평소보다 한 시간 늦춰서 8시에 시작하기로 했다.

- 바라시는 대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에 국민들의 관심을 다시 모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이번 시국미사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미사가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시발점이 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커졌다. 신학자 안병무 선생은 ‘민중의 힘은 땅속에 흐르는 화산맥 같다’고 말씀하셨다. 화산맥이 모여 커다란 화산으로 터지려면 시발점이 필요하다. 오늘 시국미사가 불을 붙이면, 이 불이 꺼지지 않게 다른 교구에서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제 날이 추워지고, 성탄이 시작돼서 바빠지겠지만 오늘을 계기로 그동안 사그라졌던 촛불이 다시 활활 타오르고, 동료 신부님들의 동참도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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