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민대회 열려…“농업과 농민을 지키는 일은 국민 모두의 몫입니다”

▲ 2013년 전국 농민대회 본대회가 22일 오후 4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농민 2만여 명이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다. ⓒ정현진 기자

“내년에도 농사짓고 싶다!”

성난 농심이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다.

‘2013년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이하 농민의 길) 준비위원회는 서울역과 보신각 등에서 오후 2시부터 사전 집회를 열고,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본대회를 열었다.

‘농민의 길’은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이 함께 만든 연대체로 쌀 목표가격 23만 원,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한중FTA 중단 등 10개 요구안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이날 농민대회는 각 지역 농민과 참여단체 회원 등 2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으며, 사안 별 기조발언, 문화공연, 결의문 낭독과 상징의식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농민들은 서울역과 보신각 사전 집회 후 서울시청 앞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또 일부 농민들은 상경 도중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는 상황을 겪었다.

▲ 양파, 고추, 배추값이 폭락해, 출하할 경우 더욱 손해를 보게 된 농민들. 애써 농사지은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했다. ⓒ정현진 기자

▲ 이날 농민들은 “쌀 목표가격 23만 원 보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먹거리 보장, 농협 개혁, 농가부채 해결, 한중FTA 중단” 등의 10대 요구안을 내세웠다. ⓒ정현진 기자

쌀 목표가격 23만 원, 대기업 농업 진출 반대, 한중FTA 중단 등 ‘10대 요구안’ 내세워
“농민 요구 묵살한다면 더 큰 항쟁 나설 것”

이날 농민들은 ‘국민들에게 드리는 결의문’을 통해 농민이 살고 농업을 지켜야 식량주권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지금처럼 박근혜 정부와 국회가 농민들의 생존권적 요구를 묵살하고 방관한다면 우리 농민들은 식량주권과 한국 농업을 지키고자 하는 온 국민들과 함께 더 큰 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결의문에서 ‘농민의 길’은 “양파, 고추 값이 반토막 나고, 생산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쌀 목표가격, 한중FTA, TPP(환태평양 경제협력기구) 추진 등으로 농민들의 생존권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쌀 목표가격 23만 원 보장, 쌀 시장 전면 개방 반대, 한중FTA 중단,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와 국민기초식량보장법 제정, 대기업 농업 생산 진출 반대, 친환경무상급식 정착, GMO와 방사능 오염 등에 대한 먹거리 안전체계 구축, 농자재 가격 안정화 대책과 가격 담합 저지 대책 마련, 농협 개혁, 농가부채 해결” 등 10대 요구안을 밝혔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쌀값 23만 원은 쌀 생산비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금액이다. 쌀값은 지난 8년간 동결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 향후 5년간 목표가격이 2.4% 인상, 174,083원(80kg 당)에 머물렀다. 이날 농민대회에 참여한 한 농민은 “농사를 짓지 않을 때, 오히려 살기가 낫다”면서 “농사를 지을수록 살기가 더 어려워진다.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식량자급률 문제 심각…“농민 죽이고 수입만으로 살 수 있겠는가”
“농사는 근본이며, 기초…농민 무시하는 현실 안타까워”

농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쌀값뿐만이 아니다. 한국 농업의 절대적 위기를 드러내는 것은 식량자급률로, 현재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약 24%, 그나마 쌀 자급률 80%를 더했을 때의 수치다. 밀, 콩, 옥수수 등 잡곡의 자급률은 평균 5% 정도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정한길 회장은 식량자급률 문제를 지적하면서,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등의 변수, 식량 무기화, 곡물(옥수수 등) 에너지화 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식량 문제를 수입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부와 농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해법을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도 “우리 농민들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전 농민과 연대해 농산물 출하 정지를 하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그만큼 절박한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과연 농민들이 농산물을 내지 않을 때, 수입으로만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국가적인 문제이며, 온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나주에서 20년간 농사를 짓고 있다는 여성 농민 주향득 씨는 무엇보다 토종 종자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토종 종자로 농사를 짓고 싶어도 너무 비싸 결국 외국산 종자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주향득 씨는 “올해 생강 농사를 80만 원어치 지었지만, 비료나 종자 등 다른 생산비를 제외한 인건비만 70만 원 들었다”면서 “예전부터 쌀농사를 지으면 짚단만 남는다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도 여전하다. 농민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농사는 근본적인 문제고, 국가의 존폐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농민들만의 힘으로는 지킬 수 없다”며 “농사는 공산품처럼 뚝딱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농민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날 농민대회에 참여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도시생활공동체 회원들. ‘흙에 살리라’, ‘농민가’ 등을 부르며 농민들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정현진 기자

▲ “함께 살자” ⓒ정현진 기자

ⓒ정현진 기자

▲ 사전대회 후 시청으로 행진하는 중에 농민과 경찰의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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