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 에세이]

김성근 감독이 말했던가.
감독의 눈은 ‘잠자리 눈’이라고.
감독은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한국의 공권력은 잠자리 눈이 되고 싶다.
현장의 모든 주민들을 채증하고,
채증된 사진과 동영상을 협박의 도구로 사용한다.
이 채증에는 정복을 입고 신분증을 패용한 이들은 물론이고,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 이들도 동원된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채증을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채증공화국’인 것이다.

▲ 밀양 금곡 헬기장 앞에서 채증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 ⓒ장영식

어떤 이들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서도 교묘하게 채증을 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채증은 현장의 주민들을 협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특히 밀양의 어르신들에게 경찰의 채증은 공포의 대상이다.
지팡이에 의지하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어렵게 걷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경찰은 소환장을 남발하고 있다.
평생을 법 없이도 살 수 있었던 순박한 어르신들이
긴장된 몸과 마음으로 경찰서에 불려가고
조사관이 윽박지르며 내미는 것이
무차별로 채증했던 사진과 동영상이다.

▲ 지난 10월, 평리 입구에서 창원 서부경찰서로 연행되었던 밀양 용회마을 고준길 씨는 조사 과정에서 채증된 사진들을 조사관이 제시했다고 한다. ⓒ장영식

독일 헌법 제1조는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
이것을 존중하고 또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과 생존의 권리는
어떠한 점에서도 ‘불가침’의 영역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자들이
번득이는 눈으로 시민을 감시하고 협박하는 잠자리의 눈이 되고자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거스르는 불법적 행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경찰의 채증에 대해 장동훈 신부가 항의하고 있다. ⓒ장영식

▲ 109번 현장에서 채증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 ⓒ장영식

▲ 122번 현장에서 채증하는 경찰들의 모습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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