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유가족 유영숙 씨, 경비직원 폭행으로 목과 팔 부상
항의 기자회견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 퇴진, 연행자 석방” 요구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던 용산참사 유가족 유영숙 씨가 공항공사 직원에 의해 폭행당하고, 이에 항의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던 유가족과 활동가 등 8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연행된 사람은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 · 이충연 · 정영신 씨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박래군 · 이종회 씨, 이원호 사무국장,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등이다. 이 가운데 전재숙 씨는 연행 과정에서 실신해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며, 폭행으로 팔과 목에 부상을 당한 유영숙 씨는 치료를 받고 전재숙 씨와 함께 있는 상황이다.

▲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38일째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김석기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덕진

이 소식을 접한 인권단체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전국철거민연합 등은 오늘 오후 3시 연행된 이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은평경찰서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 오전 9시쯤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김석기 사장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던 용산 유가족들에게 공항공사 경비직원 등이 중단을 요청했다. 유가족들이 이를 거부하자, 한 경비직원이 유영숙 씨의 팔을 잡고 끌어내는 과정에서 유 씨는 목과 팔에 부상을 입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유영숙 씨의 부상과 직원에 의한 폭행에 분노한 유족들은 오전 10시 30분쯤 공항공사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2시간가량 연좌농성을 진행했다. 이때 출동했던 경찰은 해산 명령을 내렸고 함께 연좌농성을 벌이던 유가족과 활동가 8명을 모두 연행해 은평경찰서로 이송했다. 이날 연행된 유가족 3명은 용산참사 희생자인 고(故) 이상림 씨의 아내와 아들, 며느리다. 연행 당시 유가족들은 경찰에게 “(유영숙 씨를) 폭행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고 처벌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가만히 있는데 그랬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연행된 이들에게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김석기 씨의 퇴진을 요구하며 38일째 매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지난 8일 용산참사 유가족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13일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 유족들을 연행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민통합을 이야기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석기와 같이 실패한 인사를 비호한다면, 통합이 아닌 갈등과 분노, 억울함이 넘쳐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항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중요한 대상이며 자격도 되지 않는 김석기 씨가 사장에 오른 것도 용납할 수 없는데, 오늘 유가족을 폭행하고 연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분노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는 “용산참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며,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는 김석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이 왜 김석기를 여전히 권력의 테두리 안에 두는가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용역과 경찰이 일부러 충돌을 야기하고 연행하면서 설명도 없이 집시법과 업무방해를 적용한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구조 안에서 철거민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내몰리고 있다. 국가와 자본이 국민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치료를 받자마자 은평경찰서를 찾은 유영숙 씨는 “당시 내가 시위를 벌이던 자리는 내가 아니라 직원들이 나를 내팽개쳤던 자리였다. 그래서 그곳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오늘 내가 입은 부상은 남편들의 죽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굴하지 않고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석방과 김석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오늘의 행위로 김석기 사장의 본질이 다시 드러났다. 반성의 의지가 없는 것이다. 사과와 김석기 사장 퇴진이 이뤄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 13일 오전 농성 중 공항공사 경비직원에게 끌려나오던 중 부상을 입은 유영숙 씨는 “연행자들을 당장 석방하지 않으면 담을 넘어서라도 데리고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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