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일) 12시 30분에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에서 기사로만 접했던 민들레 국수집을 처음으로 방문하였다.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씨가 글을 올릴 때마다 필요한 보충 사진을 찍기 위해 우리 부부가 그곳에 간 것이다. 새롭게 단장한 민들레 국수집 현판식, 민들레 꿈 공부방 방문 그리고 송년회, 여러 일이 한꺼번에 겹쳐서 얼떨결에 기사까지 쓰게 되었다.

우리가 그곳에 당도하였을 무렵, 국수집에 손님을 맞이하기 전에 먼저 봉사자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합석하여 맛있는 밥과 반찬을 먹었다.

민들레 국수집이 너무 비좁아 겨울이면 식사를 하기 위해 추운 바깥에서 떨며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서영남 씨였다. 그런 불편한 마음이 다행스럽게도 바로 옆 가게를 얻어 민들레 국수집을 확장함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어제부터 널찍하고 산뜻한 새 공간에서 여러 손님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민들레 국수집은 정해진 봉사자 그룹이 있지 않고 매번 봉사자들이 바뀐다. 오늘은 대우 자동차 직원들이 주방 봉사를 하였다.  

일요일은 국수집 손님들 중에 교회에 가는 경우가 많아서 평일에 비해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늦은 오후에 문밖에 걸 현판이 도착했는데, 민들레 국수집 새 현판을 들고 환하게 웃는 국수집 주인장을 보니 우리 모두의 입가에도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민들레 국수집에서 필요한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는 주인장의 인도로 민들레 꿈 공부방을 방문하였다. 국수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민들레 꿈’이라는 글자가 대문 위에 새겨진 집이 눈앞에 다가왔다. 공부방 현판은 청송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무기수, 호가 ‘고산’이신 분의 글씨라고 했다. 대문에 들어서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이층에 위치한 아늑한 공부방 안이 보였다.

초등학교 여학생 5명, 중학교 남학생 1명과 함께 지내는 서영남 씨의 딸 서희(일명) 모니카 그리고 4월 달부터 이곳에 거주하고 계신 황 데레사 수녀님이 공부방 식구의 전부다. 수녀님은 12월까지 이곳에 계시고 내년에 공부하러 스페인으로 떠나게 되어 공부방 식구들이 몹시 아쉬워하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아이들이 교회가 갔다가 2시경에 공부방에 왔고, 3시에는 만화 수업을 하는 신 가브리엘라 선생님이 왔다. 지난주 숙제로 내주었던 독서 감상문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발표를 할 것 같지 않던 중1 재진은 수줍은 목소리로 감명 깊었던 내용을 마이크 대신 손을 입가로 가져가 모기만한 소리로 읽었다. 이어서 공부방 개원 일 년을 기념하는 날에 발간할 소식지에 실리는 자기소개를 하는 작업을 했다. 먼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적은 뒤에,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그리는 것이다.

 

 
송년회 준비로 예정보다 수업이 빨리 끝나야 해서 작업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오순도순 장난도 치면서 자신을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다. 간식으로 수녀님이 준비해주신 김밥과 오뎅국을 먹었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설거지와 그릇의 물기를 행주로 닦았다. 나도 옆에서 거들었다.

저녁 6시에는 동인천역 근처 한식집에서 민들레 식구들이 모여 ‘2008년 민들레 국수집 확장과 송년회를 축하합니다!’ 행사를 가졌다. 공부방 식구들이 1시간 먼저 음식점에 도착하여 축하 글씨도 붙이고 오순도순 모여 앉아 창문을 장식할 풍선도 불었다. 민들레 국수집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온 식구들, 민들레와 각별한 인연을 간직하고 있는 식구들이 모여들었다.


송년회를 준비한 서영남 씨의 부인 베로니카님이 참석한 민들레 식구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었다.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이 “세상이 좋아져 민들레 국수집에 오시는 손님들이 줄어들어 국수집이 번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들레 국수집이 첫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민들레 국수집 식구들을 위하여!” 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서 모두가 입을 모아 한 마디를 하라고 하자 베로니카님은 남편 서영남 베드로가 국수집 확장을 하게 되자 마음이 설레어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올 한 해 민들레 식구들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과 은인들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축하 공연을 시작한 공부방 아이들의 발랄한 춤과 노래, 중간 중간 이어진 최정옥 바울라 할머님의 구수한 권주가와 가요가 흥을 더해주었다. 이렇듯 민들레 국수집 식구들이 함께 살아온 가슴 뿌듯한 2008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사진-김용길, 글-최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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