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한국 젊은이들과 만나
WCC 부산총회 참석차 방한…“기도와 행동 병행해야” 강조

“젊은이들은 분명히 영적 목마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회가 그 시간을 마냥 지루하게만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세계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한국의 젊은 그리스도인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지난 3일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한국교회 청년들, 캔터베리 대주교에게 묻다’에는 성공회뿐만 아니라 천주교와 개신교 등 다양한 교파의 젊은이 30여 명이 참석했다.

▲ 세계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한수진 기자

여성 사제직, 경제위기 해법 등 다양한 질문에 답해

WCC 부산 총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날 자리에 모인 젊은이들에게 “여러분이 실패를 하거나 타락의 길에 빠져든다 하더라도, 예수님에게서는 멀어지지 않는다. ‘내가 너에게 가겠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늘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캔터베리 대주교에게 ‘성공회가 무엇인가’부터 여성 사제직과 성직자 결혼 허용, 경제위기 해법 등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던졌다. 성공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교 젊은이들이 고민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성공회를 “정말로 시끄럽고, 자기 주장이 강한, 말싸움을 많이 하는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145개국에 분포되어 있고, 8천만 명의 신자들이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공회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문화를 아우르고 있다”고 캔터베리 대주교는 말했다.

“특별히 전통을 중시하는 교회가 있고, 종교 박해가 심한 지역에 세워진 교회도 있다. 신학적으로 지루한 교회가 있는가 하면, 굉장히 역동적인 교회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다양한 방법이다.”

교회에서 멀어지는 젊은이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들일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예수님께서 하신대로, 우리에게 오라고 말하지 말고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의 경우 수년째 성공회 신자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영국 성공회는 직접 현장을 찾아가 교회를 개척하는 ‘프레쉬 익스프레션(Fresh Expression)’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젊은 사제들이 나이트클럽이든 극장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열자는 운동이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주교들은 그런 곳에서 교회가 부흥하면 좋고, 안 되도 걱정 말라는 태도를 갖고 젊은 사제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2~3년 동안 자금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젊은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수진 기자

성공회의 개방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도인 여성 사제직과 성직자 결혼 허용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성공회에는 여성 주교도 있다”고 운을 떼며 “성공회 신앙의 세 가지 기둥을 이루는 성서와 전통, 이성에 근거해 여성의 사제직을 허용하고 있으며, 교회는 여성이 가진 재능과 리더십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직자 결혼 허용에 대해서는 “천주교에서 성직자의 결혼을 금한 것은 역사적으로 1000년이 되지 않는다”면서 “성직자 결혼 문제를 두고 교파들 사이에 의견이 다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가 교회 일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 아들도 오랜 기간 기다리고 몇 번의 낙방 끝에 직업을 얻었다”면서 “취업난은 전세계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젊은이들을 위로했다. 덧붙여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 성공회에서 올해 여름에 시작한 저소득층 소액대출사업을 소개하면서 “초대 교회와 마찬가지로 기도와 행동은 늘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제안으로 시작된 저소득층 소액대출사업은 지속된 경기침체로 기승을 부리는 고금리 대금업체들에 대한 대응으로, 각 성공회 성당에서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에게 합리적인 금리로 소액을 대출해주고 가계 경제 상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왔고, 이들을 위한 해법을 찾고 실행할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 교회사에서 가장 오래된 교구인 캔터베리 교구의 교구장이자 동시에 영국 성공회 관구장과 세계 성공회 수장을 겸한다. 다른 나라 성공회의 관구장 주교 및 교구장 주교들과 동등한 위치의 수장으로, 강제적인 처리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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