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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여울, [일다] 주목받지 못한 여성들의 모세혈관 열다[인터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대표
문양효숙 기자  |  free_flying@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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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08  1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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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어떤 움직임이 새로 생기다’, ‘느낌이나 감정이 새로 생기다’, ‘약하던 것이 성하게 되다’ 등의 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창간 10년을 맞이한 여성주의 저널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성주의 저널리즘’을 표방한 <일다>가 다뤄온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일다>는 가족, 성폭력, 몸 등 고전적인 여성주의 이슈뿐 아니라 교육, 환경, 동물권, 노동 등 세상의 이야기를 여성주의와 소수자의 눈으로 세밀하게 조명했다.

<일다>(www.ildaro.com)를 창간한 이는 여성신문사 기자 출신의 조이여울 대표다. 지난달 그는 10여 년 간의 취재와 기록을 모아 <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일다, 2013)를 펴냈다. 책에서 조이여울 대표는 사형제 폐지, 성매매, 트랜스젠더, 노동의 성별분리 등 묵직한 주제의 르포와 성폭력 생존자, 토종씨앗을 지키는 농부, 야생동물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등의 인터뷰 기사를 담았다.

   
▲ 조이여울 <일다> 대표 ⓒ문양효숙 기자

주제는 낯설지 않지만 주제에 접근하는 기자의 눈은 조금 다르다. 그는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10대 여성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가 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트랜스젠더 대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름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트랜스젠더의 삶에 집중한다.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살인 피해자 가족에게 생기는 낙인과 고통을 함께 언급한다.

조이여울 대표는 “다른 시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양분돼 있잖아요. 그런데 언론도 마찬가지죠. 어느 언론이나 다루는 이슈가 똑같고 비중도 똑같고. 물론 어떤 이슈에 힘을 모으고 논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건 중요하지만 너무 획일적이에요. 논쟁이 생기면 너희는 진보냐, 보수냐부터 물으려 하잖아요. <일다>는 그런 틀에 끼워 맞출 수 있는 매체가 아닌데도요. 한국 사회와 언론은 제3의 시선이 필요해요.”

조이여울 대표는 사회에 문제가 생겨 갈등이 깊어지면 언론이 다양한 시선에서 그 문제를 조명하기보다 이편과 저편으로 가르고 일방향의 보도를 해왔기 때문에, “원인을 찾지도 못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일다>의 다른 시선은 기획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일다>는 단순히 기록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던 기획을 하고 이슈를 만들어낸다. 지금이야 밀양 송전탑과 핵발전소 문제를 둘러싸고 대안 에너지 논의가 전보다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일다>는 이 이슈에 관해 사람들의 관심이 현저히 적었던 5~6년 전에 이미 대안 에너지에 관한 자세하고도 방대한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뿐만 아니라 산모 도우미, 장애인 활동보조인, 호텔 메이드, 학원 강사 등 기존 언론이 미처 다루지 못한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로 여성의 노동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기도 했다.

<일다>가 이슈를 다루는 방식 중 주요한 것은 ‘사람 이야기’다. 저널리즘의 출발점이 취재원이기는 하지만, <일다>는 특별히 개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그를 둘러싼 사회 문제로 깊숙이 들어간다. 한 할머니의 인터뷰에서 한국사가 연결되고, 평범한 40대 여성 노동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여성 노동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난다.

공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교육 방법론을 제안하는 대신, 실제로 학교 밖에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일궈온 청년들이 직접 쓴 연재 기사 ‘선 밖으로 나가도 괜찮아’,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써 내려간 ‘꽃을 던지고 싶다’도 마찬가지다. 일다는 어려운 이론을 나열하기보다 삶에 집중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그 속에서 성찰하고 고민할 것을 요구한다.

조이여울 기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사람과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 여긴다. 책에 담긴 ‘10대 여성과 기생들이 주도한 3.1운동’, ‘우리가 몰랐던 해녀공동체의 역사와 삶’ 등의 기사도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이다. 그는 책에서 “역사와 삶의 현장은 몇 줄의 줄거리나 박제화 된 기념식이 아닌, 깊이 들여다보고 제대로 알려는 노력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만이 역사 안에 깃들어 있는 귀중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서술한다.

“지금 사할린 한인 연재를 하고 있어요. 75년 전에 일제에 의해 강제이주 당하고 사할린에 억류된 한인의 역사와 삶에 관한 이야기죠. 어찌 보면 남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저 과거의 이야기로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계속 중점적으로 연재를 하니까 독자들도 점점 익숙해지고 관심도 생긴다고 해요.”

   
▲ 서울 연남동 <일다> 사무실에서 조이여울 대표 ⓒ문양효숙 기자

이런 작업은 사람들이 관심 두지 않는 이슈를 공론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일다>는 사람들이 조명하지 않는 곳에 집중한다. 바닥에서 더 밑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아무도 듣지 못한, 혹은 들으려 하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주류언론이 동맥이나 정맥이라면 <일다>는 모세혈관에 가깝다. 조이여울 기자는 “그게 <일다>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대중적인 매체도 필요하지만 <일다>처럼 깊고 세밀하게 들어가는 매체도 필요하죠. 우리 역할은 기존 매체가 하지 못하는 걸 하는 거지 똑같은 걸 하면서 경쟁하는 게 아니에요. 게다가 큰 매체에서 <일다>가 다뤘던 사안을 ‘중요하게, 그리고 제대로 다루는가?’라는 질문에 회의적이에요.”

그는 언론으로서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키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주요하게 다룬 이슈를 몇 년 후에 다른 매체가 다루는 경우가 많아요. 독자들 중에 일간지 기자가 많거든요. 미디어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란 걸 생각하죠. 또 독자들이 기사를 보고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거나,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영향력이란 걸 ‘지금 기사를 읽은 사람의 숫자’에 국한해서 생각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볼 수 있어야 해요. 언론이 조회수를 우선시하면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거든요. 게다가 언론이 자기 조회수를 늘리는 방식이 뻔하잖아요?”

그는 한국 언론의 ‘대중성’을 경계했다. 온라인 뉴스가 되면서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연예인의 패션과 몸매를 품평하거나, 내용과 관련 없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거나, SNS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를 짜깁기하는 등의 기사가 넘쳐나고, 독자는 내용 없는 기사를 비판하면서도 조회수를 올리는 데 동참하며 뉴스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한국의 언론 현실에서 “어렵지만, 변질되지 않고 언론의 정도를 지키는 것만이 <일다>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일다>는 양분된 사회에서 어느 쪽에도 서지 않는 외로운 길을 택했고, 특유의 ‘다른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묵묵히 걸어왔다. 게다가 상업광고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조이여울 대표는 “<일다>가 지금까지 온 건 기적”이라며 웃는다.

“그냥 기자만 하라면 좋겠는데, 운영도 해야 하니까요. 운영자는 버거워요. 하지만 <일다>가 해왔고, 앞으로 해나갈 역할은 여전히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조이여울 대표가 기자의 길을 택한 건 여성운동의 연장선이었다. 여성신문사에 들어갈 당시 그는 여성운동을 하고 싶었고, 활동의 연장선에서 자신의 글재주를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활동가와 기자, 두 개의 정체성을 품고 열심히 뛰었던 그는 2002년 이계경 <여성신문> 사장이 한나라당 선본에 들어가자 다른 기자들과 함께 성명을 발표하고 신문사를 나왔다. 그는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제대로 된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주변의 격려를 받아 2003년 5월 <일다>를 창간했다. 기자로서의 고민이 심화된 건 창간 이후였다.

“전에도 기사 쓰고 취재하는 데 원칙은 당연히 있었죠. 자신도 있었고. 하지만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이 있을 때는 현장에서 함께 피켓을 들고 분노하고 연민을 느꼈어요. 기자로서의 정체성이 깊어지면서는 조금 달라졌죠. 기자는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걸러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니까. 내 가치관이 분명히 있지만 ‘나는 저널리스트다’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했을 때의 글은 5년, 10년이 지나서 보면 확연히 달라요.”

   
▲ <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세상과 사람과 미디어에 관한 조이여울의 기록>, 조이여울, 일다, 2013
기자로 살아온 지 15년째. 한국 사회 곳곳에서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찾기 위해 뛰어온 그는, 이 기록의 과정에서 성장한 것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비주류의 시선으로 사회를 보는 법을 배웠고, 소수자의 목소리가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제시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 중에서)고 말이다.

그런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조이여울 대표가 어떤 취재원을 만나든 자신의 세계관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움을 향해 자신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했던 그의 언어가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자타공인 좋은 인터뷰어인 그는 스스로도 “잘 듣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청은 단순히 개인의 장점이라기보다 저널리스트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고.

“인간인 이상 기자도 분명히 자기 관점이 있죠. 기자가 객관적이라는 건 그걸 완전히 배제한다는 게 아니라, 취재원의 말이 자신에게 어떻게 들렸는지 충실히 전달하는 게 아닐까 해요. 내 쪽으로 끌어당겨 해석하거나 예찬하거나 하지 말고, 취재원이 말하는 내용의 정수를 독자들에게 잘 연결시켜 줘야죠. 기자가 아니라 취재원이 중심이 되는 게 저널리즘이니까요.”

조이여울 대표는 여전히 정도(正道)를 강조한다.

“여전히 사회가 기대하고,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은 그런 거죠. 세상을 비추는 거울,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권력과 비리를 감시하는 것, 갈등 사안에 공정한 잣대로 시비를 가리고 함께 대안을 찾는 것.”

원칙을 지키는 이들이 점점 사라지는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지킨다는 건 어쩌면 외로운 길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앞으로 “자기 길을 가면서도 대안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발굴하고 싶다”고 했다. <일다>와 조이여울 대표가 바로 그런 존재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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