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 이야기]

 

2003년 3월 초순부터 민들레 식당을 열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정식으로 구청에 음식점을 여는 허가를 받고, 위생교육도 받고, 건강필증도 보건소에 가서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 평 남짓한 조그만 식당에 페인트칠을 하고, 전등을 달고, 깨어진 문도 고쳤습니다.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흉내 내어 그 해 4월 1일 만우절에 민들레국수집을 열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신 하느님의 대사들은 배고픔과 추위에 걷기가 어려운 분도 계셨고, 손이 떨려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던 분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겨우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손을 떠는 분은 없습니다. 걷는 것이 힘들었던 분도 이젠 인천 시내를 돌아다녀도 발이 가뿐하다고 하십니다. 또 열심히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식당 문을 여닫는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로 늘어나 버렸습니다.

손님들이 민들레 국수집에 들어오시면 시원한 냉수 한 잔을 드리면서 물어봅니다. “국수를 드시겠어요, 밥을 드시겠어요?” 열이면 아홉 분은 밥을 달라고 합니다. 국수를 먹으면 곧 배가 꺼지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이 서서히 민들레밥집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이름 그대로 민들레국수집이 될 것이라는 꿈을 가져봅니다.

작은 집이 고맙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조금만 더 큰 곳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식탁도 조금만 더 커서 여섯 분 정도 편안하게 앉아서 드실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봉사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나마 조금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방도 조금만 더 커서 엉덩이를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옷가지들도 준비해서 나눠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품창고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2005년 10월에 민들레국수집을 조금 더 키웠습니다. 출입문이 두 개나 됩니다.

좀 더 넓은 공간입니다. 간단한 부페식으로 우리 손님들이 직접 큰 접시에 밥을 담고 반찬도 드실 만큼 담아 드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은 봉사자들이 담아드리기로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넓힌 기념으로 내일은 "돈가스"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손님들이 "돈가스"가 뭐냐고 물어봅니다. 돼지고기를 큼직하고 두툼하게 썰어서 먹기 좋게 펴서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다음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 물에 적신 다음에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다음 돈가스 소스를 얹어서 알맞은 크기로 잘라 드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서 "돈가스"가 뭐예요? 물어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손님들 중에는 "돈가스"를 드셔본 분이 거의 없습니다.

2007년 즈음에는 정말 배고파서 어쩔 줄 모르는 손님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밥이 뜸이 들지 않아서 겨우 쉴 틈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온종일 손님들로 꽉 찼습니다. 35인용 전기밥솥 두 개로는 손님들 맞이할 수 없어서 하나를 더 마련했습니다. 날씨는 춥고, 국수집은 좁고, 자리는 모자랍니다. 한 시간 동안 쉰 명 또는 예순 명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열 개 뿐이니 우리 손님들이 무척이나 불편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평하는 손님이 없습니다. 손님이 더 늘면 문 여는 시간을 더 늘리면 되겠지 하면서 버텼지만 오래전부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지나서까지 문을 열고 있는 셈입니다.

민들레국수집 옆 가게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증금 팔백만원에 월 사십만 원입니다. 먼저 오백만원을 드리고 나머지는 두 달 후에 드리기로 했습니다.

새 민들레국수집의 내부 설계는 건축가 이일훈 선생께서 해 주셨습니다. 공사는 (주)신풍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신풍의 대표는 혜화동 교리신학원 후배입니다. 최소의 재료비만 받기로 했습니다. 전기공사는 고마운 분이 무상으로 해 주십니다.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신 손님들도 넓혀진 식당을 보면서 좋아합니다. 민들레 집의 식구들도 집안일 하듯 도와줍니다. 힘든 공사로 몸살은 났지만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합니다.

이제 새 민들레국수집은 널찍한 주방과 스물 네 분이나 한꺼번에 앉아서 식사하실 수 있는 식탁도 마련되었습니다. 도시가스도 쓸 수 있습니다. 설거지할 때 뜨거운 물도 걱정 없이 쓸 수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닥트도 설치되었다는 것입니다. 반찬 조리대도 널찍해서 좋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편안하게 밥과 반찬을 담아 드실 수 있는 배식대도 널찍해서 좋습니다. 이제는 하느님이 보내주신 귀한 손님들이 꽃섬 고개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VIP 손님 대접 잘 하겠습니다.

서영남/ 인천에 있는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면서 노숙자 등 가난한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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