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산골프장 백지화를 촉구하는 수원교구 사제121인 선언 발표

 

 

한겨레 신문 12월 26일자 1면 광고

신생 골프 공화국, 안성 그리고 미리내

지난 2003년, 본격적인 미산골프장 반대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7개에 불과하던 골프장이 2008년 현재 안성 지역의 골프장은 모두 16개이며, 시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거나 도에서 인.허가 절차가 진행중인 골프장을 합하면 모두 32개에 이른다. 인구 16만 도시에 32개 골프장이라는 초유의 골프장 난개발로 환경파괴는 물론,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각종 비리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안성지역은 몸살을 앓고 있다.

안성시장은 구속되었고 그 측근들은 뇌물수수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골프 공화국 안성시의 문제는 수차례의 언론방송보도와 지역주민들의 반대운동에 힘입어 사회적 공분과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정점에 수원교구의 미산 골프장 반대 운동이 있다.

2003년 처음 천주교 수원교구가 미산 골프장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만 해도 환경문제 보다는 미리내 성지 근처의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측면이 강하였고 따라서 초기에 대중적 공분을 모아내는데 실패했다. 이러한 틈을 노려 골프장 사업자는 수원교구를 상대로 아직 골프장 인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95억 골프장 영업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수원교구가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처음 시작은 이처럼 교구와 골프장 사업자간의 갈등과 자존심 대결의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수원교구 사제들과 수도자, 평신자들이 경기도청 앞에서 개발반대 단식 기도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수원교구를 중심으로 지역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미산 골프장 반대 및 생명환경 보존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지난 5년 동안 미산 골프장 반대 운동을 진행해오면서,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수많은 쟁점들을 만들어 내었다. 비리로 얼룩진 골프장 행정의 부당성을 알려냄으로서 골프장 건설문제가 환경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정의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였으며, 미산 골프장 반대운동의 여러 사례들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타 지역주민대책위의 활동에 큰 기여를 하였다.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골프장 부지에 강제수용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국토계획법 95조 1항 등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과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가 하면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등 지역 환경보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데 일조하였다. 이처럼 미산 골프장 반대운동의 과정을 통해 수원교구도 천주교 성지에 골프장은 안된다는 관점과 논리를 뛰어넘어 무분별한 골프장 개발은 심각한 환경적 폐해를 불러일으키며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임을 자각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절대 절명의 생명회복운동이라는 관점으로 발전하였다.

 

개발 예정지에서 포착된 흰목물떼새


불법과 비리, 편파 특혜행정으로 얼룩진 미산 골프장

미산 골프장 예정지역은 다양한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람사르 습지회의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었던 습지가 있는,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는 지역이다. 더구나 산사태로 2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으로 지금도 여전히 산사태의 위험성이 큰 곳이다. 상식적으로 골프장이 절대 들어 설 수 없는 지역임에도 경기도와 안성시는 상식을 외면하고 사업자의 부실한 인허가 서류만을 맹종하고 있다.

 

 

나무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미리 간벌한 산등성이

사업자의 ‘사전환경성 검토서’에는 자연그대로 보호해야 하는 녹지자연도 8급지, 멸종위기종 동식물, 자연습지가 없다고 보고하였고 ‘사전재해 영향 검토서’에는 산사태로 2명이 사망했던 사고와 산사태 위험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지역이 있음을 기재하지 않았으며, ‘입목축적 조사서’ 역시 나무량을 적게 하려고 표준지 조사에 있어 나무가 적은 곳을 과다하게 많이 조사하고 나무가 많은 곳은 적게 조사하는 등 골프장 인허가에 필요한 모든 서류들이 허위와 부실로 이루어져 있다.

더구나 엄청나게 많은 나무를 ‘사방(사업)지’인 지역에서 국비로 ‘직권’으로 베어내고도 “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공무원 등, 상식을 넘어선 막가파식 환경파괴의 전형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안성지역의 다른 많은 골프장들에서 나타난 황당무계한 불법적인 막개발식 행위들도 미산골프장의 문제제기과정에서 나타났고, 그 결과 안성시장이 현재 구속기소되었으며 시장 비서실장과 측근들이 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기도 하였다.

김문수 도지사는 선거과정에서 현재 미산 골프장 사업자인 ‘서해종합건설’의 관계자들로부터 불법적인 선거자금을 제공해 물의를 일으킨바 있으며, 이로 인해 서해종합건설 관계자들은 불법선거자금 제공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한마디로 미산 골프장은 총체적 불법과 비리, 편파 특혜 행정의 온상이다.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미산 골프장에 대해 경기도와 안성시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사업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급급하고, 도지사는 ‘나는 모르는 일이며 아무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면서도 12월 29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미산 골프장 통과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약산 수해 현장 


세상을 향한 소통과 참여

미산 골프장 반대운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수원교구에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미산 골프장 반대운동이 최덕기 교구장 주교의 강력한 의지에 기대어 미산골프장 대책위의 몇몇 지도부에 의존해 왔다면, 최근의 상황은 교구 사제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이고 대중적인 결의들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교구 180개 본당중 170개 본당에 미산 골프장 반대 현수막이 게시되었던 것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지난 26일 한겨레신문 1면에 게재된 ‘미산골프장 백지화를 촉구하는 수원교구 사제121인 선언’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수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있던 23일 오후 한 신부님이 사제 선언 신문광고를 사제 게시판을 통해 제안하였고 불과 하루 반나절 만에, 121명의 사제들의 자발적 모금을 통해 선언에 참여하는 예수성탄만큼 기쁘고놀라운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번 사제 121인 선언은 이번 미산 골프장 반대운동이 단순히 경기도와 안성시, 골프장 업체와의 투쟁이 아니라 우리 교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임을 천명한 것이다.

 

 

김재욱/ 천주교 사회사목 활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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