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도 길이 있을까요?
바람이 모난 구석을 몰아치고
혀로 햝아서
부드러운 능선을 이루어내듯이

개펄을 보면 압니다.
모든 잘난 것들을 휩쓸어
평온한 물길을 내는 바다의 마음을 말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흘러야 하기에
머뭇거리다가도
마침내 가야할 곳으로 가야하기에
어디나 길이 있고 없으면 길을 만들어냅니다.

죽음처럼 고요한 개펄입니다.
자세히 보면 땀구멍 같은 목숨들 이내 살고 있지만
그 모든 것 품에 안고서도 그저 그렇게 고요합니다.

이제 겨울은 더욱 깊어질 모양입니다.
어린 목숨들 더 깊이 가슴에 품어안고
꼭꼭 숨어 있어라, 다독거리며

반드시 다시 오리라던 파도를 기다립니다.
제 가슴을 덮어서 푸르게 채워줄
바다, 그를 기다립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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