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대부라니 당치 않은 말… 모두에게 감사할 뿐”

윤공희 대주교 주교수품 50주년 감사미사가 10월 22일 오전 10시 30분 광주대교구 주교좌 임동성당에서 한국교회 주교들과 사제들, 그리고 1,300여 명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봉헌되었다.

이날 강론에서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윤공희 대주교의 주교수품 50년을 맞으며 교구민들과 ‘희년축제’를 함께 나누는 기쁨의 자리가 되었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사람의 나이 50세에 이르면 하늘의 뜻, 곧 천명(天命)을 알아 만물의 조화로움도 잘 알게 된다”고 했는데, “윤 대주교님께서도 이제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뜻을 따라 생활하시는 참된 목자로서 지천명(知天命)의 높은 경지에 오르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김희중 주교는 윤 대주교가 광주항쟁 당시 상처받은 시민들을 위해 헌신했음을 상기시켰다. ⓒ한상봉 기자

이어 김 대주교는 이 자리를 빌어 ‘사제들의 사명’이 무엇인지 성찰하면서,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는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대로 예수는 회당에서 행한 첫 번째 설교에서 이 이사야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셨다며, 예수가 선포한 희년이 “오늘날에도 사제직을 통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예수처럼 사제들의 사명은 “가난한 이들, 마음이 부서진 이들, 억울하게 끌려간 이들과 갇힌 이들에게 희망과 해방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며,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상처받고 절망하는 이들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하는 사목적인 배려와, 사회적 불의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히브리서를 인용하며 “예수님은 사제계급이나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등 그 어느 지배계층에도 속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당시의 지배계급인 사제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자신들의 율법 지식과 지위로 백성들을 기만하고 지배하는 위선을 질책하고 비난하셨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윤공희 대주교가 지난 50년 동안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면서, 감사의 삶을 사셨고,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는” 주님의 대리자로서 맡겨진 양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7년 동안 광주대교구장으로 일하면서, “천주교 광주대교구 공동체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큰 어르신으로 역할을 다 하셨다”고 말했다.

특히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광주전남지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치유하려고 최선을 다 하셨다며 윤공희 대주교가 “광주의 작은 거인” “광주의 대부”라는 칭호를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27년 동안 교구 사제단과 교구민 모두에게 착한 목자의 사랑과 자비로 이끌어주셨음에 우리 교구민 모두는 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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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대사가 윤 대주교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복장을 전달했다. ⓒ한상봉 기자

미사 끝에 이어진 축하식에서 윤공희 대주교는 꽃목걸이를 증정받고,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사제단에게서 영적, 물적 예물을 받았다. 이어 윤공희 대주교는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복장을 받았다. 교황대사는 축사를 통해 “수원과 광주에서의 대주교님의 사목활동은 한국 교회의 성장과 더불어, 하느님 은총과 축복의 생생한 증거”라고 말하고, 윤 대주교의 “사목에 대한 열정, 소박하고 진솔한 신앙, 창의적인 사목활동들, 교황님과 교황청에 대한 충실함 그리고 대주교님께서 돌보셨던 많은 이들에 대한 사랑”에 감동했다고 축하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도 축사를 보내와,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대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 대주교의 주교수품 50년은 “훌륭한 인품을 지니신 대주교님을 큰어른으로 모시고 있는 광주대교구 공동체에도 더할 수 없는 기쁨일 것”이라고 축하했다. 이어 “대주교님께서는 일평생 우리 국민의 아픈 상처를 돌보고 사랑과 정의를 실천해 오시면서 우리 사회의 큰 버팀목이 되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오신 대주교님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신앙고백이며,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과 교훈이 되고 있다”고 전하며 윤 대주교의 건강을 기원했다.

마지막으로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이 축사에 나서 “나눔과 사랑,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해서 앞장서 싸우고 헌신해주신 윤공희 대주교님을 비롯한 교구 사제단과 신도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윤공희 대주교는 "모든 게 주님의 은혜"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한상봉 기자

답사에 나선 윤공희 대주교는 시편 113편을 인용하며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고, “제 개인이 받아야 할 칭찬의 말씀들은 다 필요 없다”며 “이 미사도 주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천한 사람에게 사도직을 맡겨주신 것은 예수님께서 교회에 베풀어주신 은혜일 뿐”이라며 “모든 게 감사하고, 오히려 회개할 일이 많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윤공희 대주교는 “50년 전 젊은 나이에 주교가 되어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사도직을 수행하면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목자였음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신 다음에 그분의 참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분은 가난한 이들과 체제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사람이었다”고 소개하며 “사제는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을 다가가 아픔을 나누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인호 작가가 <인생>이란 책에서 아우구스띠누스의 말을 인용한 구절을 소개했다. “과거는 주님의 자비에 맡기고, 현재는 주님의 사랑에 맡기고, 미래는 주님의 섭리에 맡겨라”하는 말이다. 이를 두고 윤 대주교는 “과거의 잘못은 어쩔 수 없으니 자비를 청할 수밖에 없고, 현재는 다스리기 어려우니 하느님을 믿고 매일 순간순간 살아야 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희망을 가질 수는 있지만 주님의 섭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50주년을 맞이했다고 추켜 세우는 말을 듣는 게 부담스럽다. ‘광주의 대부’니 하는 말은 당치도 않다. 광주민주항쟁 때 나는 감옥에도 가지 않았고, 고생하고 감옥에 간 사람들은 사제들”이라고 말하며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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