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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대책위, 경찰의 ‘기획체포, 과잉대응’ 의혹 제기“경찰이 송전탑 반대 주민 자극해 범법자로 몰아”

“불상사를 방지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경찰, 오히려 불상사를 유발하고 주민들을 자극해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밀양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준한 신부)가 ‘경찰의 기획 체포 의혹 및 과잉대응’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경찰이 지난 1일 송전탑 공사 재개 직후부터 수많은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에는 경찰이 의도적으로 기획한 체포와 수사, 과잉 대응으로 주민을 자극하고, 일부 주민을 연행, 구속하는 등, 우려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의 과잉대응과 인권침해로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심각한 신체적 · 심리적 스트레스에 빠져있으며, 공사 강행, 경찰과의 충돌, 농번기라는 상황 등으로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최근 경찰이 무차별적 채증, 사법처리 협박 등으로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종의 ‘심리전’을 펴고 있다면서, “여수마을 김 모씨의 경우, 찬성 주민 집회 무산 건으로 수사하면서 대책위나 통합진보당 관련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고 말했다.

대책위, 충돌 필요 없는 상황에서 주민 자극하고 항의하면 연행했다고 비판
농사일하러 가던 주민 트랙터에 의경 부딪히자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구속

대책위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지난 16일 단장면 바드리에서 연행된 송 모 씨는 경찰에게 농성장 출입구를 막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연행됐다.

통행권을 보장하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현장 지휘관은 의경들에게 “1㎝도 움직이지 말라”고 지시했고, 이에 격분한 주민들이 도로로 나가 자리를 잡고 항의했다. 대책위 측은 주민들이 도로에 앉아 있었지만 차량 통행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경찰은 도로로 들어오던 차량을 주민 쪽으로 밀어붙이도록 무전으로 지시했으며, 실제로 이 차량은 경찰에 의해 주민 쪽으로 접근한 뒤, 움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에서 경찰은 주민들을 도로에서 강제로 들어냈으며, 항의하던 주민들이 여럿이었음에도 현장에 있던 송 모 씨만 ‘집시법 위반’으로 연행됐다. 대책위는 연행되는 과정에서 송 모 씨가 저항했지만, 여경을 폭행했다는 정황 증거는 없다면서 “송 모 씨는 공사방해금지 가처분결정을 받은 25명 중 하나”라며 ‘기획 연행 의혹’을 제기했다.

   
▲ 16일 단장면 바드리마을에서 송 모 씨가 연행될 당시, 주민들이 통행권을 보장하며 도로에 앉아 있었지만, 한쪽 옆으로는 경찰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차량 통행 방해를 이유로 3차례에 걸쳐 완력으로 주민들을 들어내고,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송 모 씨를 연행했다. (사진 제공 /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대책위는 같은 날 단장면에서 구속된 주민 박 모 씨에 대해서도 경찰의 과잉대응 정황을 제시했다. 이날 경찰은 박 모 씨가 트랙터로 경찰을 친 혐의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태룡리 주민 박 모 씨는 농사일을 위해 트랙터를 몰고 바드리마을 입구로 가던 중이었다. 박 모 씨의 트랙터가 오르막길을 느리게 올라가고 있었고 경찰들이 뒷걸음질을 치던 중, 오 모 의경이 왼쪽 대퇴부를 트랙터에 부딪쳐 오른쪽으로 넘어졌다. 박 모 씨는 현장에서 연행돼 ‘특수공무집행방해 상해’로 구속됐다.

당시 오 모 의경은 계속 오른쪽 다리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후송된 응급실에서 의사로부터 ‘왼쪽 대퇴부 자상’이라고 진단받았다. 또 바로 퇴원해도 된다는 권고를 받았음에도 경찰 관계자들이 응급실을 다녀간 후, 병원에 남아 있다가 ‘대퇴부 타박상 전치 2주’ 소견서를 받았다. 이로 인해 박 모 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상해로 구속됐다. 당시 현장 상황은 보존되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에 대해 대책위는 인권단체연석회의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에서 파견하는 ‘밀양 인권침해감시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경찰의 인권 유린 및 탈법적 대응 사례를 종합한 자료집을 발간해 보고대회를 열기로 했다. 또 밀양 송전탑 관련 국정감사 증언, 민형사상 소송 등을 통해 정면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기획체포와 과잉대응, 사실 아니다”

한편 경찰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획체포와 과잉대응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은 송 모 씨에 대해서는 주민들과 송 모 씨가 차량 통행을 방해해 여러 차례 고지했지만 비키지 않아,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 것이었고, 당시 송 모 씨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누군지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또 박 모 씨의 구속에 대해서는 경찰이 주민들의 도로점거를 막기 위해 신호봉을 들고 근무하던 상황에서 오 의경이 트랙터 정지 신호를 보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트랙터로 충격을 가해 2주간의 상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 모 씨에게 미란다 원칙 고지 후 현행범으로 체포, 호송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발로 차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가 있다”면서 “현장 보존을 하지 않은 것은 교통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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