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그 맑은 시선

 

 

2007년 9월 23일 프란치스코 전교수도회 종신허원 사진 촬영을 부탁받고 로마에서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가 도착한 발렌타노에 위치한 수도원. 프란치스코 전교 수도회가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제일 먼저 택한 나라가 잠비아이다. 잠비아에서 수도자의 길을 가고자 지원한 수사들이 이곳 발렌티노에 와서 수도생활과 신학공부를 하고 있다. 이곳 수도공동체를 시작한 한국인 양 토마스 수사 신부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을 본받아 버려진 수도원을 교구로부터 인수받아 수사들과 함께 손수 건물을 수리하였다. 토마스 수사는 건물 수리 기간 중에 매트리스를 깔고 살다가 벼룩에 등 전제를 물려서 지금까지 상처가 남아있다고 한다. 무소유 정신을 온전히 살았던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온몸으로 가난을 살아가고 있는 작은 프란치스코를 보았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수도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이곳에서 기도생활을 하고 있는 해맑은 수사들이 아침 산책 후에 햇살을 받으며 가축들에게 모이를 주는 모습은 참으로 정겨워 보였다.

 

밤새 밤하늘에서 별들이 무수히 쏟아졌던 그 땅에
아침 햇살이 정겹게 내려앉는다.

그 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마친 수사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축들과 한가로운 때를 보내고 있다.

고향집 마당처럼
살갑게 다가오는 수도원 마당에서
일상의 희노애락을 교감할 수 있는 생명들을 만난다.

눈이 있어 칠면조의 깃털에 머무는 빛을 보고
감각이 살아있어 따사로운 햇살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음을 감사하는 아침이다.

자연을 벗 삼아 노래하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과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가 흘러넘치는 세상을 꿈을 꿨던
프란치스코를 닮고자 수행 중인 수사가
이 아침의 풍요로움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김용길 사진/최금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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