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 등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 보내
“찬성 주민과 한전 관계자 보고만 받지 말고, 현장 주민 의견도 들어야”

▲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밀양송전탑 건설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마을 주민 송 루시아 씨가 발언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18일 오전 11시 30분 밀양 주민들이 765㎸ 송전탑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에서 상경한 주민 80여 명과 환경 · 시민단체 50여 명은 “명분 없는 765㎸ 송전탑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80세가 넘은 밀양 평밭마을 주민 김길곤 씨는 힘겹게 마이크를 잡고 “행복하게 사는 우리 마을을 왜 이렇게 만드는가. 우리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두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눈물을 쏟았다. 김 씨는 “우리에게는 대안도 있다. 그런데 왜 주민들과 대화하려 하지 않고 옛날 독재시대처럼 하는가. 공산국가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의 주장이 진실이란 게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신고리 3호기는 위조부품 문제로 가동에 2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왜 이를 이유로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는가”라며 “수명이 끝나는 고리 원전을 폐쇄하면 상식적으로 새로운 송전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정부와 한전의 거짓말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공사를 중단하고 TV 토론에 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밀양 주민 김길곤 씨는 “우리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라”며 눈물을 흘렸다. ⓒ문양효숙 기자

▲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신고리 3호기 가동까지 2년이나 걸리는데 이를 핑계로 밀양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정당성과 명분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양효숙 기자

한전은 지난 2일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며 내년 8월 완공되는 신고리 원전 3호기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밀양 송전탑 건설 재개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6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고리 3 · 4호기가 제어케이블 성능시험에서 탈락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신고리 3호기의 준공 시점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밀양 단장면 용화마을 송 루시아 씨는 “지금 여기에 없는 어르신들은 현장을 지키며 산길 흙바닥에서 매일 비닐을 덮고 노숙하신다. 가족끼리 함께 식사한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한창 바쁜 농사철에 농사일 포기하고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나와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3,000명이나 되는 경찰병력이 몇 십 명 안 되는 주민들을 막고 한전의 공사를 돕는다. 국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왜 한전 편을 드는가? 언론은 어떻게 공사가 순조롭다고 보도 하는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기자들이라면 그럴 수가 있는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와 마을 주민 대표 이남우 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공개서한에서는 “대통령은 극소수 찬성 측 주민과 관변단체, 한전 관계자들의 보고만 받지 말고, 현장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극렬하고 처참하게 지내는지 봐달라”는 호소와 함께 ▲ 송전탑 건설 공사 즉각 중단 ▲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경찰청 책임자 처벌 ▲ 밀양 송전탑 사회적 공론화기구 구성 등의 요구를 담았다.

주민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큰절을 올린 후, 오후 2시에는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이 절은 박근혜 대통령과 한전에 잘 봐달라고 사정하는 절이 아니라, 그동안 관심을 가져 준 국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도 마음을 모아달라고 부탁하는 절”이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서울대책위원회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주민들과 서울 대한문 앞에서 매일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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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후 마을 주민은 국민들에게 끝까지 함께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렸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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