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평신도 시국기도회 열려… 묵주기도 운동 이어가고 11월 시국토론회 개최

ⓒ정현진 기자

1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앞에 하나둘 촛불이 켜졌다.

지난 9월 11일 처음 열렸던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천주교 평신도 시국기도회’에 이어 한 달만이다. 앞서 봉헌된 대한문 미사와 하루 일상을 마친 200여 명의 신자들이 어느새 계단을 의자 삼아 자리를 채웠다.

“예언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의 역사를 하느님의 눈으로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누가 예언자입니까? 전국의 아픈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는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지금 시국기도회에 동참하는 평신도들입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답게 정의를 외칩시다. 정의롭지 못한 정권에 당당히 맞섭시다. 예언자처럼 정의를 외칩시다.”

복음 봉독(마르 15,1-5)과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의 복음 해설로 시작된 시국기도회는 성가와 여러 참여자들의 발언으로 진행됐다.

이날 발언자들은 국정원 사태뿐만 아니라 최근 벌어지는 공권력의 횡포와 불의에 대한 저항을 왜곡하는 풍토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원영 가톨릭평화공동체 공동대표는 밀양과 강정마을 등 현장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연대를 ‘외부세력’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에 대해 “신앙인으로서 그들이 말하는 외부세력을 ‘착한 사마리아인’이라고 본다”면서, “강도당한 이들을 돕는 사람이 외부세력이라면, 기꺼이 모든 강도당하는 자리에서 외부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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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장은 “오늘날 이런 자유를 얻게 된 것은 소위 말하는 ‘종북 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묘하게도 세상이 바뀌어도 늘 나뉘어져 어느 한 쪽을 매도하고 적대시하는 풍토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종교인이다. 우리 안에 있는 증오와 적대를 넘어 진정으로 분노하고 저항하는 계기를 함께 만들자”고 독려했다.

이어 이대훈 교수(성공회대 NGO대학원)는 국정원 사태는 국정원장과 같은 공직자들의 무조건적 충성과 복종,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면서, “또한 이 같은 태도는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과 문화 속에서 반복되었기 때문에 용인되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성, 비판, 봉사 등을 지향하는 평화와 평등, 민주주의의 씨앗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교회의 역할이며, 이 시대의 영혼을 움직이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활동한 국제평화활동가이자 전(前) 국제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ICMICA) 사무총장 곽은경 씨는 3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목격하게 되니 놀랍다며, “한편 이 현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잘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신앙은 민주주의와 인간됨을 지키는 겨자씨이며, 신앙인들이 모인 이 자리는 축복이며, 큰 사랑의 나눔이다. 불의에 분노하고 질책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이라면서 “시국기도회가 우리들의 본분을 깨우치는 사랑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국기도회는 묵주기도 ‘빛의 신비’를 바치며 대한문까지 행진한 뒤, 마침 기도로 끝났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행진 중에 서울광장 천막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위한 단식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조성제 신부(부산교구)를 찾아가 위로하기도 했다.

한편, 시국기도회 참석자들은 세 번째 시국기도회를 열자고 제안했으며, 국정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묵주기도 봉헌운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또 시국기도회 주최 측은 국정원 문제 등에 대응하는 구체적 방향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오는 11월 16일 시국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 첫 번째 시국기도회 이후 함께 드리기 시작한 묵주기도 151,509단이 봉헌됐다.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은 국정원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될 때까지 묵주기도 봉헌운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현진 기자

▲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로 시작하는 시국기도문 ⓒ정현진 기자

▲ 기도회를 마친 후, 묵주기도를 바치며 대한문으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15일째 단식기도 중인 조성제 신부(왼쪽)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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