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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즈음] “행복은 자신의 본성을 하느님께 향하는 데 있습니다”

지난 12월 16일 마리스타수도원에서 예수살이 공동체 2007 송년미사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미사 중에 행한 박기호 신부의 강론입니다. 대선정국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에 대하여 짚어봐야 할 내용이 있는듯하여 여기에 올립니다 -편집자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내면서 공동체의 식구들과 함께 송년의 자리를 함께하고, 감사미사를 드릴 수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동안에 산위의 마을에서 생활한다고 미사에 참석도 못하고, 프로그램 역시 다들 바쁘신 신부님들께서 모두 맡아하셨는데, 찾아뵙지도 못하고 송구합니다. 지난 한해 생활을 돌아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송년 축하의 자리다 행사다 하는데 물론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함께 고생했던 분들, 관계했던 분들, 서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나누려는 것이겠지요.

이 자리에 와 있는 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서로 만난 사람들도 아니고, 또 사회적으로 어떤 정치적인 이득을 확보하려고 만난 사람들도 아니고, 우리들은 정말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제자로서 서로 함께 길을 걷는 도반으로서 모여 앉은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사람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고 신뢰를 나누는 그런 것 외에는 어떠한 마음도 없는 우리들끼리의 송년자리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자리에 오신 신부님들과 여러분 모두의 얼굴이 정말 그지없이 반갑고 감사드리고 사랑스러운 얼굴들입니다.

요즘 대선 때문에 세간이 시끄러운 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산 위의 마을에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신문도 이삼일치가 한꺼번에 오니까 항상 소식이 늦지요. 그런데 시내에 나와 보면 선거 포스터들도 붙어있고 뭐 이런거 저런거 많이 붙어 있는걸 보게 됩니다. 이명박 후보처럼 “성공하시죠!”하는 주로 ‘경제’를 꼭 성공시키겠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를 살리겠다, 뭐 그런 것들이더군요. 그래서 다른 분들도 역시 자기가 대통령이 되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서로 앞다투어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들을 보면,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성공을 못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행복하지 못한가 이런 것들을 질문해 보게 됩니다.

요즘 농촌에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많은데 우리 마을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가 2년 사이에 두 분이 오셨어요. 한 분은 연변에서 오셨고 다른 한 분은 캄보디아에서 지난 달에 오셨는데, 한국에 시집오면 친정에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요. 보통 외국여성결혼자들이 한국에 시집올 때 조건이 있는데, 매달 그 여성의 친정으로 10만원 정도씩 송금해 주어야 한다는 거랍니다. 10만원이면 아마 그 나라 노동자들의 한두 달 월급 정도가 되나봅니다. 그밖에도 돈을 벌기위해 한국에 오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것을 보면, 제3세계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눈길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회’라는 것이지요. 그동안 우리는 올림픽, 월드컵, 안 해 본 것 없이 다 보았죠. 비록 미국의 꼭두각시이긴 하더라도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왔습니다.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해볼 수 없었던 일이 뭐냐? 생각해 보면 딱 세 가지 정도 됩니다.

하나는 통일을 못 해봤고, 또 하나는 미국에 대한 종속관계에서 독립을 못 해봤고, 세 번째는 ‘예수살이’를 못 해봤죠.(웃음) 나머지는 다해봤어.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성공을 외치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치고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뭔가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갈수록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성공할 수 있게, 부자 되게 해달라고 갈망하면서 살아갑니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걸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믿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돈을 생각하다보니,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나누어야 할 정의와 공평, 친밀함과 더 고귀한 가치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생각이 미치지 않습니다. 돈을 주고받는 사이에, 성공을 추구하는 사이에 이런 물신적인 것들이 우리의 정신까지 차압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한마디로 철학이 없는 것입니다. 철학이 없는 삶을 종교적으로 표현하면 영성이 없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예수살이공동체가 추구하는 것은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에 따라서 영적인 삶을 우리의 바탕에 두고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것들은 상업주의 마케팅, 산업주의 마케팅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것들이 우리의 턱을 꿰어서 끌고 다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상업주의 마케팅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내 인생을 앞으로 이끌어가는 삶의 형태가 되어야합니다.

상업주의 마케팅이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상품주의와 소비주의로 나타나고, 정신적 측면에서는 물신숭배로 나타나며, 이것들이 대선을 앞두고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하나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럴 바엔 차라리 이건희 회장을 대통령으로 모시면 어떨까. 이런 생각도 한번 해봅니다.

요즘에 딱딱한 책을 읽기도 뭣하고 그래서 동화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개구리 한 마리가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마침 전갈이 나타나서 “너는 헤엄을 잘 치니까 나 좀 저 건너편까지 태워다 다오.” 그러니까 개구리가 “당신은 무엇을 볼 때마다 꼬랑지로 찔러서 죽이던데,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자 전갈이 “강을 건너다가 내가 너를 찔러 죽이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데,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누가 하겠냐?”고 제법 그럴싸하게 말합니다.

개구리 생각에, “그렇지. 건너편에 도착하면 물속으로 재빨리 들어가 버리면 될 텐데...” 안심을 하고 전갈을 업어주기로 하고, 강을 건너가는데 중간에 등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져 왔습니다. 전갈이 자기 몸에 침을 놓고 있는 거지요. 이제 다 죽게 생긴 것이지요. 그래서 개구리가 말합니다. “찌르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하는걸 알면서 나를 찌르면 어떻게 하니?” 그러자 전갈이 답합니다. “내가 찌르려고 그런 게 아니라 요게 내 본성이야.”

요즘 사람들은 말합니다. 경제만 살릴수 있다면 누구든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다고, 그가 사깃꾼이든 도둑놈이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든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중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평생을 부정하게 살아온 사람이 정치인이 되고 대통령이 된다고 본성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본성이 튀어나와 전갈처럼 남을 해칠 것입니다. 그게 그의 본성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는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작은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자신의 본성을 잘 다스리고 활용해서 그 본성이 하느님을 찬양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행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본래 주어진 아름다운 본성,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진실을 추구하고 선행을 추구하는 본성을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본래의 본성인데 세상 가운데 살아오면서 상업주의마케팅에 길들여지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속삭이는 유혹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서로 만족스런 한해를 보냈다는 것을 느꼈을 때 새로운 한해가 충만한 삶을 위해 다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우리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로서 이 세상 가운데서 정말 예수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가르침과 예수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운동을 세상가운데 증거하고 살아가야 되는 그런 삶의 이유를 얻었습니다. 새로운 한해 좀 더 깨어있는 삶을 추구하면서, 나는 예수살이다, 예수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예수님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예수의 더부네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 새해를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합시다.

또 우리의 능력만으로는 부족한 것을 은총으로 채워주시도록 다시 한번 기도드리면서 2007년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새로운 한해,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 함께 하셔서 무엇보다도 자녀들과 함께 건강하시고 또 그 안에 진실을 추구하시는 삶이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아멘.

/ 박기호 신부(예수살이 공동체 대표이며, 서울대교구 사제) 200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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