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26차 촛불평화미사에서 '예수는 이런 곳에 오실 것' 이라고..

 

12월20일 26차 촛불평화미사가 약 100여 명의 수도자 평신도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정동 품사랑 갤러리에서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는 '길 위의 신부', '인권활동가 신부'로 널리 알려진 문정현 신부가 집전했다.

문 신부는 미사강론에서 성탄절 기쁜 소식이 실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했던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90년도 초 민주노총이 서울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다. 명동성당측은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성당에서 내보내려고 힘썼고, 나는 어떻게 이들이 명동성당에 남아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가 성탄 무렵이었는데, 성당에는 전국 어디에서도 볼수 없는 화려하고 큰 말구유 장식이 만들어졌다. 화려한 성탄말구유 장식을 보고 질문이 생겼다. 과연 예수님이 오시면 어디에 오실까? 틀림없이 공안당국에 쫓겨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게 먼저 오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어 문 신부는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이 훌륭하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예수님께서 먼저 가신 고뇌와 피땀이 어우러진 길 앞에서, 우리는 '예 제가 여기 있습니다.' 라고 흔쾌히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박정희정권 유신시절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은 감옥 갈 각오로 활동했다. 감옥에 갈 것을 각오하니 못할 일이 없었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였다."며 진정한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고백하였다. 

마지막으로 문 신부는 "우리자신을 냉철히 바라보고 각자 무엇을 해야 할지 공유하고 실천하자. 성서를 읽고 성찰하자. 이 자리는 굉장히 소중한 자리다. 이렇게 모이는 것이 초대교회 모습이다. 제도교회의 대안은 이것밖에 없다. 이런 모임은 점점 커져야 한다."고 촛불평화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가톨릭신자가 아니지만, 기회가 닿아서 미사에 참석하게 되었다는 박래군씨(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요즘 이명박 정권이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강요하고 국정원 등 공안기관을 강화하면서 상황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이런 어둠 속에서는 70-80년대처럼 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교회가 목소리를 내고 숨쉴만한 공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예전의 목요집회나 금요미사처럼  그동안도 잘해 왔지만 앞으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런 촛불미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소감을 들려주었다.  

한편 이날 미사에는 '강남성모병원, 기륭전자, 비정규교수노동조합'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했으며, 촛불평화미사 참석자들은 이들에게 성탄카드와 편지등을 전달했다. 또한 미사가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준비한 떡과 차를 서로 나누어 먹으며 오붓한 대화를 나누었다.   

미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서울시 교육청으로 이동해 ''전교조 탄압, 일제고사 중단 및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합류했다.

 

 

두현진/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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