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철 교수, 한종연 심포지엄에서 주장

한국종교문화연구소(한종연) 2008년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이 지난 12월 19일(금) 오후 1시, 서울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최근 한국사회의 종교, 정치, 권력”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종교의 사회세력화 형태와 전망”(윤승용 한종연 소장), “기독교 뉴라이트 이념과 세계관”(류대영 한동대 교수), “종교정당을 보는 두 시각”(이진구 호남신대 교수), “종교의 권력화와 그에 대한 도전들”(강인철 한신대 교수) 등 4개 연구 논문 발표와 논평 뒤 종합 토론이 있었다.

마지막 발표에 나선 강인철 교수는 근대화 과정에서 지속적 성장을 해온 한국 종교는 종교 권력화하였으며 이를 견제하려는 다양한 주체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3대 종교에 속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개신교는 ‘영향력의 급속한 증가 - 공신력의 급격한 실추’, 불교는 ‘영향력의 점진적 증가 - 공신력의 점진적 실추’, 천주교는 ‘영향력의 급속한 증가 - 공신력의 현상 유지 또는 점진적 실추’를 겪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공신력 실추는 영향력과 공신력의 상관성에 따라 영향력 관리의 필요성이 있는데 그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며, 앞으로 개신교와 불교, 특히 개신교가 문제 집단으로 사회 낙인을 찍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천주교도 특유의 권위주의와 성직자 중심주의 문제가 있지만 조직 통합에 관한 한 탁월한 관리 능력을 유지하고 있어서 심각한 공신력 위기에 빠지지 않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강 교수는 종교의 영향력 확장으로 말미암아 학교, 언론, 병원, 사회복지기관 등 비종교 또는 유사종교 영역들로 종교 활동 범위가 확대되면서 1990년대 이후 종교 내부 문제들이 사회 시선에 노출될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새 진출 영역에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데 그 같은 전문성이 없는 종교지도자들이 전문 영역을 직접 관리하면서 출동과 갈등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문제는 비종교영역으로 확장된 종교권력의 영향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될 때 공신력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 

강 교수는 종교 권력에 대한 불만 세력을 크게 휴면자(休眠者)들, 개종자들, 구도자들 또는 신종교 성향의 신자들, 개혁가들로 나눌 수 있는데, 개혁가들만이 종교 권력에 대한 저항을 조직화할 잠재력을 가진다고 했다. 이 개혁가들 대부분은 과거부터 종교계 민주화운동을 주도해온 이들이었기 때문에, 현재 반종교권력운동은 민주화운동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한편 새로운 의제와 쟁점을 개발해야 하는 시민운동 단체들도 전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던 종교 내부 문제들을 공론화하기 시작했고, 언론도 더욱 자주 종교 내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강 교수는 “종교권력을 대상으로 한 민주화투쟁은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종교 비판’, 심지어 ‘반종교 투쟁’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오랜 지체와 우회 끝에, 우리 사회에서도 유럽사회들의 종교개혁, 계몽주의, 시민혁명이 수행했던 거대한 종교·문화 변혁이 드디어 시작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가 유의하고 응답해야 할 물음으로, “과연 종교지형 내부의 개혁세력들은 조직화와 공공한 연대에 성공할 것인가? 나아가 이들은 종교지형 외부의 각성된 시민사회와 성공적으로 결합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반종교권력운동이 현재의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를 들었다. 논평자로 나선 박광서 교수(서강대)는 ‘종교권력에 대한 견제·비판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대하고 결합하여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와 대안 제시가 없는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종합토론 때 한 참석자가 질의를 통해, 구체성 있는 실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고 평가했듯이,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성과 실천성 면에서 한계를 가지는 대학 연구 풍토를 그대로 드러낸 심포지엄이었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