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곳에
                                          나도 있다." 

                                          아,
                                          이 새삼스러운 안도.

                                         -임마누엘 
 

 

    

                                                        사진/박봉규

 

 

한달전쯤 엽서가 한장 날아들었다,

내가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는 분으로부터.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모신다는 건... 좀 어폐가 있다. 

그저 내 마음으로만 선생님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뿐 별달리 왕래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 뜻밖이었고 반갑고 고마왔다

사연은 별다른 안부도 없이 달랑 시 한 수가 적혀있었고

그리고 손수 그리셨음직한 꽃그림 위에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내가 네 안에 있음을 잊지 말아다오.

아멘.

 

나는 코팅을 해서 수첩에 끼워두었고

나중 선생님과 통화중에 엽서에 관한 말씀을 드렸더니

글쎄 보낸 것 같긴 한데 뭐라고 썼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뿐...

그랬다.

 

그리고 나는 이제사 그 엽서의 진정한 발신인이 누구인지 안다.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해지고 불안하고 외로운,

이 낮선 벌판처럼 칼바람 부는 내 삶의 대지 위에서

나는 이제사 왜 그때 그 분을 통해 그 엽서가 내게로 왔는지 알게 된 것이다.

 

내가 네 안에 있음을 잊지 말아다오.

 

수시로 속에서 울컥거리며 올라오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어금니를 깨물고

마치 상한 음식을 먹고 뒤틀리는 것 같은 속을 어쩌지 못해

자꾸 구석지를 찾는 추운 내 몸뚱아리.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이 마냥 두렵고

그런 나를 보는 것도 서러운 지금... 

그 분은 또 이렇게 

내 마른 등어리를 두드려 주고  울렁증 나는 가슴을 안아주고 계신다. 

 

분명 나는 그때 희희낙락이었고

당연히 이맘때쯤 내가 무슨 일을 겪게 될 줄 도무지 몰랐지만

그리고 막상 엽서를 보내신 선생님도 지금쯤 그 엽서가

나에게 어떤 의미로 작용하게 될 지 모르셨겠지만

이렇게 지금 그 엽서와 거기 적힌 말씀은 내게 견딜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늘 그랬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르고 내 사정을 모를 것이라고

지레 자기 연민이나 상심에 빠져 허우적일 때면

그분은 지그시 손을 내밀어 주셨다.

그러니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작은 바람에도 비틀거리고 휘청거리긴 하겠지만

염려하지 않는다.

 

그분이 나와 함께 계시기에

그리고 내가 상황에 휩쓸려 허둥거리느라 혹시 잊어버릴것 같으면

미리 신호를 보내주셔서 잊지 않도록 해주실 것이기에.

 

내가 사는 것은 단지 그 힘이다

그리고 그것이면 된다.

 

 

조희선/ 시인,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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