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세연, <3×FtM> 김일란 감독과의 대화 시간 가져

지난 12월 12일 오후 7시 30분,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차세기연)의 정기모임에서는 아주 특별한 영화를 상영하였다. <3×FtM>, 암호 같은 영화제목이다. FTM, 이 낯선 낱말은 그 말만큼이나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존재를 가리킨다.

Female to(또는 toward 또는 transition) Male,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트렌스젠더, 성전환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전환 여성, MTF는 트렌스젠더 연예인 하리수 덕분에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그 반대가 있는 게 당연한데도 경험하지 못했으니 FTM은 이토록 낯설다.

<3×FtM>은 성전환 남성에 관한 첫 다큐 영화이며 성전환 남성 3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이고, 김일란이 감독했다. 다음은 영화 홍보물에 담긴 시놉시스이다.

고종우(가명)는 여름이 오기 전에 얼음조끼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에 간다. 여름 더위 속에서도 조끼(가슴을 감추기 위해서 입는 압박셔츠-글쓴이 주)를 입어야 하는 그에게 얼음조끼를 사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는 아직 가슴 수술을 하지 않았다. 가슴을 옷매무새로 가려야 하는 그는 수술비를 모아 더 자유로워지는 미래를 꿈꾼다.

한편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가슴 절제수술을 마친 한무지(가명)는 벅찬 기쁨을 감추기 힘들다. 그는 성전환자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여 남성의 가슴을 공개한다. 하지만 그는 수술이 가져다 준 자유로움만큼 또 다시 FTM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비성전환 남성의 육체에 가까워질수록 FTM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자신다운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성별변경을 했다고 말하는 김명진(가명). 그러나 그가 상상했던 삶과는 사뭇 다르다. 주민번호 ‘1’인 남성으로서의 삶은 자신에게 보다 더 큰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 예상했으나. 여중 혹은 여고라는 학력은 그를 곤란에 빠뜨린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이라고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별 변경을 허가할 건가 말 건가는 거의 판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 이걸 바꿔 보자는 운동을 하다가 실태조사를 계획했고, 실태조사 과정에서 성전환 남성을 만나면서 영화를 기획하였다.

영화 상영 뒤 차세기연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김일란 감독(왼쪽). 오른쪽은 사회를 보는 향린교회 여성인권소모임 대표 유신애 씨.

차세기연 활동을 시작하면서 성소수자와 직간접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던 나에게도 성전환남성은 낯선 존재였다. 115분 동안 상영된 영화 속 세상은 내가 상상조차 못했던 별세계였다. 영화 상영 뒤 가진 ‘감독과의 대화’ 때 김 감독도 이름조차 낯선 존재들의 삶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더구나 그 세 명은 FTM이라는 공통점은 빼고는 서로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영화 홍보물에서 FtM의 t를 to, toward, transition의 세 가지로 푼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왜 사랑 얘기가 빠져 있냐는 참석자 질문에 김 감독은 "그들이 성전환 남성이라는 사실과 그들이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두 가지 문제를 다 얘기하기는 벅찼다. 그렇다고 이들이 동성애자라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만날 기회가 늘어나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사실은 성적 지향을 빼면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그들 안에도 진보와 보수, 끌리는 이상형이 당연히 있는데도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들을 하나의 동일집단으로 생각한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엄청 기분 나쁜 일이리라.

다큐 영화치고 좀 긴 편인 영화에서 나에게 인상 깊은 장면은 두 가지였다. 한무지가 "여성답다는 게 뭔지 남성답다는 게 뭔지를 잘 모르겠다."고 하는 장면과, 고종우가 술에 약간 취해 "나는 내 몸의 전문가다. 매순간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이다(한번 봤을 뿐이어서 두 사람 얘기를 정확히 옮기지는 못했다). 두 장면이 겹쳐지면서 50년 가까이 남성으로 살아온 나는 남성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순간이 거의 없구나 생각하였다.

김 감독은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가리킬 때 비성전환 여성이라고 했다. 나는 보통 사람 너는 성전환 남성으로 구분하지 않고, 영화 속 주인공과 똑같은 잣대로 자신을 규정했다. 아마도 김 감독은 ‘나는 보통 사람 너는 장애인’ 식의 구분법에 숨겨 있는, 자신도 모르게 차이를 차별로 바라보는 인식 틀을 넘어선 듯했다. 그 반듯함이 부러웠다.

<3×FtM> 국내 상영을 위해 제작단체인 '연분홍치마', 배급단체인 영상문화공작소 '지따',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인 '지렁이'가 상영기획단을 꾸렸다. 영화를 보기 원하는 사람은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3ftm)의 상영 일정을 참고하거나 상영을 신청하면 된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