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서울본부 앞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촛불 문화제 열려

ⓒ문양효숙 기자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9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한전의 공사 강행에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이 촛불 문화제는 지난 9월 2일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주민과 함께하는 집담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인 ‘밀양의 친구들’이 주최했다. ‘밀양의 친구들’은 9월 14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매일 1인 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배지를 만들고 서울역, 영등포역 등에 밀양의 상황을 알리는 현수막을 거는 등 홍보활동을 벌여왔다. 23일부터는 집중행동주간을 설정해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고, 인터넷 다음 아고라 청원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5월 공사가 재개되었을 당시, 20명이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병원에 실려 가셨다. 23일 밀양에 갔을 때, 뜨거운 열기 속에서 온몸으로 맞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습을 보며 지옥이 따로 없다고 느꼈다”면서 “이번에도 그런 광경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하 위원장은 “연로한 어르신들이 수 천 명의 경찰과 젊은 한전 직원들의 폭력에 짓밟히는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며 “우리가 힘이 없어서 국가권력을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실 수 있는 분들은 밀양으로 가달라”고 호소했다.

▲ 30일 오후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에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밀양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지난 26일 밀양을 방문한 이성한 경찰청장은 “밀양 송전탑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30일 열린 공사방해금지가처분 2차 심리에서 한전 측 변호인은 ‘10월 2일, 5개 구역에서 공사가 진행된다’고 진술했다. 현재 공사 강행을 위해 경찰 3천여 명, 한전 측 직원 1천여 명, 밀양 시청 공무원 150여 명이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제에 참석한 성미산학교 11학년(고등학교 2학년) 공혜원 학생은 “학교에서 밀양으로 도보 여행도 가고 농활도 갔었다. 죄책감과 무력함을 많이 느껴서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핵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에 갔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도시에서 학생들이 와서 고생한다며 ‘미안하니 꼭 이겨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이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미안해 할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대응할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다음 달 수감된다는 박정훈 씨는 “밀양 주민을 만나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 병역을 거부한 큰 계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 씨는 “야만적인 국가, 평화가 없는 국가에서 안보를 논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비판하며 “밀양과 강정마을과 모든 빼앗긴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감옥에서 함께 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안 세실리아 수녀(예수 수도회)는 “밀양에 가지 못하고 서울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죄송하지만, 함께하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안 수녀는 밀양의 문제에 대해 도시에 사는 이들이 무심하고 때로는 배타적인 것이 ‘무지함’ 때문인 듯하다며 “잘 사는 옆 동네 사람들을 위해 내 집 옆에 송전탑이 하나 들어온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 늦은 밤에도 서울은 다른 지역의 희생으로 끌어온 전기를 너무 많이 쓴다. 그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그런다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것 같다”며 “무지가 악(惡)인 시대다. ‘몰라서 그랬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에서 출발하는 탈핵희망버스가 밀양을 향한다. (문의 / 탈핵희망버스 기획단 이보아 010-9990-9767)

▲ 피켓을 들고 있는 촛불 문화제 참가자. 등 뒤로 늦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이 환하게 빛난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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